[Review] 천하무적, 일격필살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글 입력 2020.02.1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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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그 제목처럼 표지부터 심상치 않게 우아하고 파괴적이다. 다섯 손가락에 모두 알반지를 끼고, 마치 핑거 스냅 한 번에 인구 절반을 날려버릴 수 있는 타노스처럼 위풍당당하게 주먹질을 하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황금빛 왕관과 붉은 망토를 둘러맨 호랑 공주 되시겠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을 강타한 유행 음식을 다섯 정도 꼽으라면 흑당 밀크티와 마라탕은 단연 그 안에 들어갈테다. 그런 모습을 생각해 보자면 호랑이 살고 있는 한국은 우리가 사는 나라와 같다. 얼큰한 마라탕과 흑당 밀크티를 즐기는 호랑 공주의 모습은 영락없이 요즘 한국의 10대다. 하지만 호랑 공주가 살아 숨 쉬는 그곳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입헌군주제를 받아들인 대한제국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같은 듯 다른 호랑이 사는 세계는 1921년 임시정부에 대해 전면적인 지지를 선포하였던 황제 광종이 1921년 황족 권리 선언을 하고, 첫 여성 황제인 혜경 공주, 휘종이 독립군의 영웅이 되면서 광복 이후에도 황실이 남아있는 세상이다. 이후 한 시대의 거대한 세력이었던 친군부파의 황족들을 몰아낸 민주화 세력의 산종의 딸인 혜종이 황위를 보유하고 있는 세상이다.

 

이 다른 한국이 내심 마음에 들기도 한다. 멋진 여성 황제 혜종이 있고, 라라와 호랑이, 해민과 상윤이 서로가 내 님이어도 그게 뭐?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 세상이라니.


이곳에서 호랑은 꿈꾼다. 권력은 인민에게! 황족은 궁 밖으로! 펑크로 세계정복이다!

 

*

 

만용과 경솔함으로 똘똘 뭉친 것처럼, 이제는 손 털은 ‘구’ 찬천동 뉴클리어펀치 호랑은 언뜻 철없게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신의 뜻에 솔직하고 당당하한 인물 호랑에게는 상상도 못한 출생의 비밀이 있었으니, 그는 현 대한제국 황제의 조카로, 정통성을 따지자면 차기 황제 1순위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고등학생이라는 나이에 ‘궁궐 재건 사업’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대항하여 주민들의 주거권을 쟁취하려는 투쟁의 행렬에 서 있던 호랑. 어찌보면 어린나이의 놀라운 정치적 재목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운명 속에서 ‘펑크로 세계정복’을 포기한다. 세계정복 대신에, 대한제국 정복 정도로 참아주기로 한 것이다.

 

*

 

공주 중에서도 최강의 공주. 호랑이 울부짖었다


그 옛날 인터넷 세상을 휩쓸었던 절대 최강의 존재 ‘투명드래곤’처럼, 최강의 공주, 구 창천동 뉴클리어펀치 호랑의 능력은 일말의 답답함을 남기지도 않는다. 자신보다도 큰 성인 남성들을 맨 주먹으로 물리치고, 그 어떤 권위있는 어른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할말을 모두 늘어놓는 호랑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좋게말하면 용감하고 능력있으며 나쁘게말하면 무모하고 현실성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인 우리는 내심 언제나 그런 호랑공주를 바라지 않았던가?

 

호랑공주 없는 호랑공주의 성인식에서는 차려입은 부패한 어른의 정치 공작과, 그린듯한 ‘꼰대’의 지루한 일장 연설이 이어진다. 그러나 ‘천하무적 일격필살’이 적힌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은 호랑공주가 행차하시자마자 그 곳은 부패의 찌든 구시대적 꼰대의 민낯을 폭로하는 광장으로 변모한다. 우아하고 파괴적인 그 연설은 호랑공주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유쾌하고, 솔직하고, 또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나는 이 입헌군주제가 나라는 한 개인의 돌발적인 사건사고가 아니라 국민들의 고민과 선택으로 수명을 다하기를 원해요”


“그렇기에 나는 선언합니다. 나, 호랑은 이제까지의 황족 중 그 누구보다도 시민을 사랑하는 공주가 되겠노라고 (...) 어떻게 이호랑이 공주인데도 입헌군주제를 폐지할 수 있겠냐고 시민들이 주저하게 만들겠다고. 아무리 나, 호랑이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사랑스럽더라도 그럼에도 입헌군주제는 바보 같은 일이니까 폐지해야만 한다고 서로를 설득할 그날까지.”


- P.256


 

그리하여 호랑공주는 무엇으로 성인이 되었을까? 이 소설이 어른들을 그저 비겁하고 거짓되게, 미성년들을 용기있고 진실되게 그려낸 것만은 아니다. 혜종도, 혜종의 비서 유나도, 호랑의 부모님도 훌륭한 어른이고 멋진 사람들이다. 그 속에서 호랑은 달리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언어를 얻어내고, 눈길 두지 않았던 곳에 자리한다.

 

민주사회의 입헌군주를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황족의 책임은 버리지 않는 묘한 경계에 서 있는 호랑공주. 자신이 아닌 시민들 모두로부터 입헌군주제의 몰락을 꿈꾸는 차기황제. 그렇게 호랑은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호랑공주는 옥상 정원에서 한 잔 가득한 술을 마시고 말한다. “우웩, 진짜 맛없어! 이렇게 맛없는 걸 좋아라 마시다니, 바보야?”  이렇게 마지막 페이지가 끝이나도 남겨진 우리들은 상상해본다. 호랑과 친구들은 여전히 그 다른 세계에서 분투할 것이다. 펑크로 세계정복은 아니어도, 공주이자 혁명가인 호랑이 있는 그 세계의 입헌군주제가 끝이나는 그날까지.

 

 

호랑공주_입체북.jpg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 안전가옥 오리지널 3 -


지은이 : 홍지운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역사소설, 팩션

규격
128X200mm

쪽 수 : 284쪽

발행일
2020년 02월 03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0174-66-4 (03810)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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