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디터 활동이 나에게 남긴 것 [사람]

18기 에디터 활동을 마무리하며
글 입력 2020.02.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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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느낀다. 2019년 11월에 시작하게 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이 벌써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니. 세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도서, 음악, 영화, 연극, 여행, 시각예술 등 다양한 카테고리 안에서 총 27편의 글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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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편이라니. 항상 글 완성을 못해서 미완성의 글들만 잔뜩 있는 내 노트북을 생각하니 27편이라는 이 결과물이 더더욱 놀랍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은 가시적인 결과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준 활동이었다.

 

*

 

에디터의 주요 활동은 바로 문화예술 오피니언 작성이다. 자신의 마감 요일을 지정한 후 마감 요일에 맞추어 일주일에 한 편의 오피니언을 기고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주 1회라는 기고 횟수만 지킨다면 글의 주제, 분야 그리고 형식은 모두 자유이다.


문화예술 오피니언이라고 해서 거창하고 전문적인 것을 쓸 필요가 없다. 아트인사이트 오피니언 메뉴의 섹션을 한 번 살펴보면 해가 지날수록 섹션이 다양해짐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범위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자신이 정의하는 문화예술의 범위 내에 있는 것들은 모두 글로 옮겨 담을 수 있다.


오피니언 외에는 문화 초대 활동이 있다. 문화 초대는 한 달에 10회에서 20회 정도 아트인사이트 가족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원하는 문화 초대가 있을 시, 신청하여 선정된다면 공연, 전시, 영화, 도서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해당 문화 콘텐츠에 대해 프리뷰와 리뷰를 작성하고 기고함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문화 초대는 다른 이들에게 여러 좋은 문화예술 콘텐츠들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에디터 자신에게는 부담으로 인해 소극적으로 문화 예술을 즐길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자유롭게 여러 문화 예술을 즐김으로써 범위와 깊이를 확장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는 독후감 숙제나 글짓기 대회 말고는 스스로 글을 써 본 적이 없었고, 대학에 가서는 간단한 글쓰기 과제 하나도 힘들어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심은 있었지만, 욕심이 너무 커 제대로 쓰지를 못 했던 것이다. 일기와 에세이 그 중간 형태의 글 몇 조각들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장문의 글이라고는 교수님께 평가를 받는 레포트 말고는 쓰지 못했다.


그러다 김혜리 기자가 트위터에 썼던 글을 보았다.


[크기변환]9933113C5AB0F30F01.jpg

 


‘나는 이제 긴 글을 쓸 수 없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나의 우주가 비좁아졌다는 사실에 서글퍼졌었다.

 

이런 나에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은 나름대로 글을 온라인상에 기고하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어렵기만 했다. 활동 초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도 골머리를 앓곤 했다. 나의 처참한 문장력에 좌절하기도 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들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또, 어떤 것을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초반에는 꽤나 고역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한 번 많게는 세 번씩 글을 기고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기타를 처음 칠 때 손가락 끝이 아프다가 굳은살이 생기면 이내 아프지 않듯이 글쓰기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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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아져 다시 커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우주는 문화예술 향유 그리고 글쓰기와 함께 다시 확장될 수 있었다. 지난 10월 에디터 지원서에 문화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문화예술이란 나와 세계의 만남 사이에서 창조되고 변화하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입니다.

 

-인간은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세계를 해석할 수 있고, 나와 세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을 느끼며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과정 속에서 얻는 다양한 감각들이 세계를 이해하게 하며 삶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에디터 활동 전에도 문화 예술을 즐겨왔지만, 여러 이유들로(한정된 취향, 정보의 부족, 금전적 문제) 원하는 만큼 향유할 수가 없었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기존에 즐겨왔던 것들 이상으로 접하게 되다 보니 지원서에 작성한 것처럼 나와 삶, 그리고 세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이를 글로 옮기게 되니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이 되고 있었다. 무언가를 느끼고 글로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존재한다. 글이라는 언어는 어찌 보면 세상 어떤 것보다 무거운 것이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고 휘발되어 버리기 마련인데 글은 그렇지 않다. 몇 세기 전에 쓰인 글들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글도 몇 세기 후에도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글로 무언가를 적어내려간다는 것은 자칫하면 사라질지 모르는 순간을 묶어 두는 것이다.


18기 에디터 활동은 곧 마무리가 되겠지만,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글을 쓰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은 나의 세계를 넓혀주었고, 나의 내부 깊은 곳에 위치한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도록 해주었다.


 

대표이미지.jpg

 


이런 귀중한 경험을 더 많은 이들이 겪을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것을 보고 나면 주변 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듯이,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도 다른 이들에게 마구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에디터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글을 읽고 한 번 도전해보았으면 한다.


 

 

이지현.jpg

 


[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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