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뉴필로소퍼 vol.9 - 삶을 죽음에게 묻다

삶과 죽음은 떨어져 있지 않다. 둘은 이어져 있다.
글 입력 2020.02.1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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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죽음에게 묻다'. 삶을 왜 죽음에게 물어야 하지? 하는 물음으로 시작한 내 궁금증은 이 책을 읽는 동안 말끔히 해소되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음이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나 올 수 있는 존재다. 가장 멀고도 가까운, 우리 삶에 뗄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내가 ‘죽음’에 대해 처음 생각했던 건 7살,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이다. 수많은 죽음과 탄생이 나를 거쳐 갔겠지만,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 나와 실제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죽고 사라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증조할아버지와 약 2년 정도를 함께 살았다. 증조할아버지는 힘이 없으셨지만 항상 나에게 고등어 살을 발라 주셨고, 밥을 먹고 난 후엔 상자를 주섬주섬 꺼내서 사탕을 주셨다.

 

증조할아버지는 어느 날 신호등이 없는 집 앞 도로에서 무단횡단으로 돌아가셨다. 한순간이었다.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사라진 건. 나는 당시 아주 어렸기에 장례식에 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그저 기억나는 건 다급한 부모님과 할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급하게 차를 타고 도착한 곳에는 명절 때 뵙던 친척 어르신들이 가득했고, 비가 내렸다는 것.


내가 울거나 슬퍼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리둥절하고 다급했던 기억만 난다. 하지만 장례식 후, 아무도 나에게 고등어 살을 발라 주지 않았고, 밥을 먹고 난 후에 사탕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죽음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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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서웠던 건, 죽은 이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점점 무뎌진다는 것. 처음엔 너무나도 슬펐지만 아무렇지 않게 되고, 가끔 추억이 떠오를 뿐 산소도 잘 찾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명절마다 친척들을 만나면 죽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살아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가족사진 속에만 덩그러니 남아계신다. 만약 가족사진도 없었다면, 할아버지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을까.

 

애니메이션 ‘코코’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사후세계에 있는 이를 현실 세계에서 남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고 잊어버린다면, 사후세계에서 죽은 이는 사라지고 만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잊힌다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죽으면 나를 기억해 줄 이가 얼마나 될까? 죽으면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죽고 난 후 하늘나라에서 가족,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죽음이 문득 내 눈앞에 있는 것 같고,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죽음을 회피했다. 죽음을 미루고, 죽은 이에 대해 이야기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비겁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뉴 필로소퍼’를 통해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정말 큰 다행이라고 느낀다. 이 책은 나에게 죽음을 회피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은 이어져 있으니 앞으로 죽음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죽음과 삶이 결코 떨어져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그 둘은 이어져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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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죽은 후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장례식은 어떻게 치를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 책에는 각 나라의 다양한 장례 의식이 소개되었는데, 정말 흥미로운 의식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장례식만 치르고 나면 끝이지만, 어느 나라에서는 죽은 이를 태우거나 묻지 않고 살아 있는 자와 함께 두거나 춤을 추며 잔치를 여는 경우도 있었다. 그 장례문화 속 사람들의 생각도 다양하고 정말 흥미로웠다.

 

오랜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죽음은 삶과 이어져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삶을 올바르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뜻깊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스쳐 간 이들의 죽음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이들이 남긴 흔적도 되짚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같다. 그리고 성실하고 올바르게 삶을 살아내고 죽음을 잘 대비하는 것. 남겨진 내가 해야 하는 몫인 것 같다.

 





뉴필로소퍼 Vol 9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56쪽

발행일
2020년 01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01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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