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과 함께하는 매일, 도서 "1일 1클래식 1기쁨"

글 입력 2020.02.0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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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기쁨_표지 1.jpg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클래식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면 상대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먼저 "교양 있다"는 표현을 써가며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걸 멋쩍은 듯 말하는 부류가 있겠다. 혹은 클래식 음악을 고리타분한 옛것으로 치부하며 "나는 안듣는다"를 아주 강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 그럼 가요는 아예 안듣고 클래식만 듣는지를 묻는 경우도 있고, 악기를 배웠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드물게 본인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괜히 그 사람이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건 아직까지도 대중화된 문화는 아닌 것이다.

 

이를 두고 클래식의 대중화를 노려야 하느냐, 대중의 클래식화를 목표해야 하느냐를 두고도 연주자들 사이에서 나름의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자는 대중들이 클래식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하기 위해 크로스오버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클래식을 쉽게 느끼게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이와는 다르게 순수 음악에만 집중하는 경우들도 많다. 클래식의 대중화보다 대중의 클래식화를 목표로 하는 이들이 이 경우에 속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좋다.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나로서는 어느 쪽이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치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도리어 막막해져 버리고 마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을 이제 슬슬 들어보고 싶은 초심자에게는 클래식 음악이 확실히 어려울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바로크부터 현대까지만으로 국한하더라도, 너무 많은 음악가와 수많은 작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베토벤이 유명하니까 베토벤을 들어보고 싶은데, 그의 교향곡을 들어봐야 할지, 피아노 소나타를 들어야 할지 아니면 협주곡을 먼저 들어봐야 좋을지 감을 잡기 어려운 셈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준비된 책이 드디어 번역되었다. 바로 도서 "1일 1클래식 1기쁨"이다.

 

 


 

책 소개

 

여기 하루 분량의 기쁨이 있다. 불후의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매일 한 곡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에 얽힌, 천일야화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한 편씩 실려 있다. 어떤 날은 단 한 줄로, 어떤 날은 아름다운 시 한 편으로, 또 어떤 날은 본격적으로 음악사를 이야기한다. 막연하게 클래식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다. 경이로운 클래식 음악으로 한 해를 가득 채우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나를 변화시킬 이 강력한 재생 목록은 영국의 BBC 클래식 방송 진행자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작가 클레먼시 버턴힐이 수년간 모아온 보물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날짜와 그날의 추천 음악에 계절 감각, 젠더 감수성까지 갖춘 1년분의 클래식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여기에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다운 문체로 쓴 작곡가의 인생 스토리가 더해져 읽는 맛이 더 좋은 클래식 안내서가 탄생했다.


어디서든 이 책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어떤 스트리밍 플랫폼이든 접속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음악이 들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366개 하루 분량의 음악은 일상을 더없이 풍요롭게 하며 그렇게 보낸 1년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 음악의 힘은 바로 그런 것. 이 책에 당신의 마음에 가닿을 음악이 있다.

 


 


1일 1클래식 1기쁨은 책 제목부터 놀랍다. 원서 제목이 Year of Wonder인 것을 본다면, 한국어판 제목은 거의 초월번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미가 전혀 퇴색되지 않고, 오히려 잘 살아나는 듯하다. 매일 매일의 순간에 경이로움이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 클레먼시 버턴힐의 마음을, 한국적인 표현으로 아주 잘 살려 표현했다. 말 그대로 하루에 클래식 음악 한 곡을 들으며,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는 의미가 제목에서부터 직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이 책을 받은 시점은 1월 1일이 아니라 2월 초였지만, 우선 가장 먼저 봐야 마땅한 1월 1일의 음악을 보았다. 한 해의 시작이니 가장 중요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1월 1일을 찾는 분주한 손길과 동시에 머릿속에선 혹시 라데츠키 행진곡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빈필 신년 음악회에서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는 게 워낙 인상적이라 나도 모르게 그런 예측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게 뻔한 선곡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굳이 찾아서 들을 것 같지는 않은 곡을 새해 첫 곡으로 선곡해두었다. 바로 바흐의 작품이었다.

 

바흐의 작품 중에서도, 클레먼시 버턴힐이 선곡한 작품은 B단조 미사 바흐작품번호 232번 중 3부 상투스였다. '거룩하시도다'라는 의미의 상투스는 말 그대로 찬미가다. 신의 권능과 은총을 찬미하고 이에 감사하는 의미다. 그렇기 떄문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울려퍼지는 합창단의 노래는 아주 성스럽고 온화하다. 저자는 바흐가 없었으면 현대의 수많은 음악들도 없었을 것임을 강조했다. 비록 첫 곡 자체가 미사곡이지만,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아름답게 느낄 이 상투스에 스며든 성스러운 축복이 신년부터 독자들에게 함께 하기를 바랐다. 단순히 뻔하지 않은 선곡의 차원이 아니라 생각 이상으로 깊은 의미가 담긴 선곡이었다.

 

*

 

그렇게 시작해서 1월부터 2월 초 현재까지의 작품들은 매우 다양했다. 서문에서 작가가 미리 밝혔듯, 이 책에서 다루는 클래식이 백인 남성 음악가들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아주 여실히 드러나는 선곡들이다. 그래서 작곡가 자체부터 생소한 경우들이 많았다. 당장 1월 3일의 힐데가르트 폰 빙겐이 그랬다. 고음악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중세시대의 수녀가 작곡한 노래(O virtus sapientiae: 오 지혜의 덕이여)를 들을 기회가 있기나 할까. 아마 천주교도여도 익히 부르는 곡들만 부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튜브로 들어보니 듣기에도 굉장히 생소한 곡이었다. 단성음악인데다 곡의 마무리 역시 생소하게 느껴지는 마무리다. 그럼에도 이런 곡을 포함시킴으로써 저자는 독자들이 다양한 음악을 접해볼 기회를 열었다.

 

물론 유명하고 익숙한 곡들도 담겨있다. 1월에 있는 곡들 중에서는 당장 1월 2일에 있는 쇼팽 에튀드 10-1번이 그렇겠고, 또 너무나 아름다운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1악장이 그렇다. 본문을 보니 브루흐에게는 이 작품이 유명세를 가져다 준 동시에 족쇄가 되었다는 저자의 설명이 있었다. 작곡가 본인에게는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복에 겨운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길이 남을 작품을 남기지 못하는 음악가들도 있는데, 본인에게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얼마나 큰 자산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1악장을 들으니 더욱 이 작품의 서정성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아끼는 곡도 1월에 있어 너무 반가웠다. 바로 1월 30일의 선곡으로 기록되어 있는, 가브리엘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A장조 작품번호 13의 1악장 알레그로 몰토였다. 생상스에서 라벨을 잇는 사이에 위치한 포레의 작품들 중에서,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지만 과연 이 바이올린 소나타의 1악장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견줄 작품이 있는가. 이 작품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수강하는 과목이 많아서 유독 발표와 과제가 많았던 학기에 지친 마음을 달래보려고 툭 하니 재생버튼을 눌렀던 나는, 인트로를 듣자마자 마치 일렁이며 피어오르는 에너지를 목도하는 기분이었다. 선율이건, 곡의 전개건, 화성이건 그 무엇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아름다웠다. 정말 강렬하게 스며드는 첫 순간이었다. 그런 작품이 1월의 말미에나마 자리하고 있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이렇게 클레먼시 버턴힐이 소개했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놀라운 음악을 듣고 소생하는 에너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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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을 향유할 때 미술 작품을 통해서, 연극을 통해서 혹은 춤을 통해서 감성을 극대화시키곤 한다. 그런데 그 수많은 분야 중에서도 나에게는 음악이 가장 컸다. 음악만큼 즉각적으로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나를 한순간에 다른 곳으로 인도하는 음악의 저력은 언제 느껴도 참 놀라웠다. 물론 음악은 클래식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즈나 팝, 힙합뿐 아니라 뉴에이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갈래가 있다. 그 다양한 장르에서 전해주는 에너지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 나름대로 다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클래식 음악이 정말 컸다.

 

클래식 음악 외의 다른 음악은 필요없다거나, 부족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나는 가사가 있는 음악보다는 가사가 없는 음악이 좋았다. 쉽게 말해 나에게 더 자유를 주는 음악이 좋은 것이다.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느낄 수 있고, 그려보고 싶은 대로 그 의미를 확장시켜볼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음악은, 다른 장르보다도 클래식 음악이었다. 독주하는 악기건, 앙상블을 이룬 악기들이건 각기 뿜어내는 선율이 나에게 와닿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이제 내 것이 된다. 작곡가의 의도와 배경을 알고, 곡의 구조와 그 속에 숨겨진 함의를 이해하며 듣는 것도 재밌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곡이 나에게 온 순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는 완전히 내 손에 달린 것이라는 점이다. 내 감정과 경험, 지식 등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곧 음악이 된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내 마음이 가득차고 풍성해지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도 1일 1클래식 1기쁨은 정말 중요한 책이다. 이제는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알다 보니, 새로운 모험을 하기보다는 자꾸 익숙한 것들을 편식하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클레먼시 버턴힐은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고 싶은 초심자들에게도, 나처럼 클래식 음악을 들어왔던 사람에게도 다양하고 폭넓은 배경의 작품들을 추천하면서 감상의 외연과 내포를 모두 확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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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2월의 추천 작품들을 들어보았는데 2월 1일자 푸치니의 라보엠 중 그대의 찬 손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모르는 곡이었다. 곡만 모르다 뿐일까, 생소한 프란체스카 카치니, 플로렌스 프라이스, 게오르크 필리프 틸레만 등의 음악가들이 추천되어 있었다. 낯설지만 이러한 음악가들이 있었고 그들이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해야겠다.

 

지난 1월 20일 추천곡으로, 저자는 슈베르트의 An die Musik(음악에)를 추천했다. 그리고 그 가사가 정말, 우리 모두가 음악을 앞두고 말하고 싶었던 바로 그것을 축약하고 있기에 그 가사의 번역본으로, 1일 1클래식 1기쁨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하려 한다.

 


축복받은 예술이여
어두운 시간 속에,
인생의 잔인한 현실이 나를 둘러쌀 때,
너는 나의 마음에 온화한 사랑의 불을 붙여
나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인도하는구나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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