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뚜벅이 여행자의 파리 정복하기 [여행]

파리 걷기 여행 코스
글 입력 2020.02.06 01:4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갑작스레 파리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그것도 혼자.

 

세상 겁쟁이인 내가 혼자서 파리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떠나기 전에는 걱정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럽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이전에 파리 지하철에서 강도를 만난 트라우마로 지하철을 혼자 잘 못 타는 데에다가, 뚜벅이 여행을 선호하다 보니 하루에 2만 5천보씩 걸으며 파리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파리는 거대한 도시일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서울의 6분의 1 정도 크기인 데다가 주요 관광지들이 다들 가까워서 의외로 뚜벅이 여행자에게 최고의 여행지이다.

 

에펠탑, 개선문, 몽마르트같이 우리가 아는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기에 파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도시이다. 비록 작년 여름에 방문했을 때에 비해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마저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언젠가 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파리 걷기 코스 몇 군데를 추천하려 한다.

 

 

 


생 루이섬부터 뤽상부르 정원까지


 

파리의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는 센 강 한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두 개가 이어져 있다.생 루이 섬과 시테 섬이다. 특히 시테 섬은 흔히들 알고 있는 노트르담 성당과 생트 샤펠이 위치하고 있는 성당이기 때문에 많이들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저 노트르담 성당과 생트 샤펠만 보고 오기보다는 생 루이 섬 끝에서부터 시작해서 시테섬 끝까지 걸어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0308630_01.jpg

생 루이 섬의 예쁜 가게

 


파리 시내에서 생 루이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쉬리 다리이다. 이 다리를 건너 생루이 섬으로 들어와 시테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인 생 루이 다리까지 걷는 데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시테 섬도 굉장히 작은 섬이지만, 생 루이 섬은 그보다도 더 작은 곳이기 때문이다. 생 루이 성당 말고는 유명한 유적지가 많지 않지만, 그 골목골목을 돌아보는 것에 재미가 있다. 가로로 고작 두 블록 밖에 되지 않는 섬이기 때문에, 지도가 없이도 길을 잃을 걱정이 없다. 구글 맵을 내려놓고 아기자기한 빵집, 카페, 식료품 점을 구경하다 보면 금방 시테 섬이 보인다.

 

시테 섬으로 들어가면 곧장 2019년 4월 화재로 불타 버린 노트르담 대성당이 등장한다. 목조 지붕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첨탑도 무너졌지만 성당의 기본 구조는 남아있기 때문에 화재 이전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성당 근처에 노트르담 성당 화재와 그 복구 작업에 대해서 상세하게 쓰여 있는 벽이 있으니 그것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0308630_02.jpg

생트 샤펠의 스테인드글라스

 


노트르담 쪽을 지나 센 강을 따라 걷다가 보면 금방 생트 샤펠에 도착할 수 있다. 생트 샤펠은 ‘성스러운 예배당’이라는 의미로 1240년대에 만들어진 2층짜리 예배당이다. 성당의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형형 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정말 아름답다. 매우 좁은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가면 4면이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어 매우 화려하다. 꼭 올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생트 샤펠 오디오 가이드는 설명이 불친절해서 추천하지 않는다)

 

생트 샤펠에서 나와 돌핀 광장을 지나면 ‘새로운 다리’라는 뜻의 퐁네프 다리가 보인다. 다리는 이름과 달리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퐁네프를 건너 센 강 남쪽으로 건너오면 생루이 섬과 시테 섬과는 다른 매력의 생제르맹 지구가 나온다. 여러 힙한 가게들이 몰려 있는 마레 지구가 가장 유명하지만 생제르맹 지구는 마레와는 다른 매력으로 아름답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마레 지구가 홍대 느낌이라면 생제르맹 지구는 가로수길 느낌이랄까.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0308630_03.jpg

불리니예 서점의 낡은 책들

 


퐁네프 다리에서 나와서 조금만 걸어가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나온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비포 선셋>의 배경이 된 서점으로도 유명하긴 하지만, 이 서점의 역사는 그보다 더 대단하다. T.S. 엘리엇,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등 영문학의 ‘대문호’들이 모여 소통과 토론의 장을 열었던 장소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책방 외부를 보면 아기자기할 것 같지만 내부는 굉장히 크고 여러 장르의 책들을 다루고 있다. 게다가 내부는 책을 보러 온 손님들을 위해 사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용히 책방을 구경하고 책을 감상할 수 있다. 서점 바로 옆에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있기 때문에, 책을 골라 구매한 후 서점에서 읽는 손님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여기까지 걸어왔다면 이미 다리가 꽤나 아플 것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껴서 책을 읽으며 쉬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근처의 불리니예에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의 알라딘 중고 서점과 유사한 체인형 중고 서점이다. 그리고 이 생제르맹 지구에 있는 지점이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라고 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굉장히 큰 서점으로, 여러 장르의 책들뿐만 아니라 옛날 CD와 LP까지 구경할 만한 것들이 산더미이다. 대부분 프랑스어 책이기 때문에 읽을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없지만, 손 때가 묻은 중고 책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0308630_04.jpg

 


생제르맹 지구는 샌드위치나 케밥같이 가격대가 낮은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진 파인 다이닝까지 다양한 식당들이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끌리는 곳으로 방문해도 좋다. 식사 후에는 카페 드 플로르카페 뢰 되마고 와 같이 파리를 대표하는 카페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두 카페 모두 20세기 프랑스의 지성인들과 예술가들의 휴식처였으며 현재에도 수많은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날씨만 좋다면 야외 자리에 앉아 파리 거리의 정취를 함께 느껴보는 것도 정말 좋다. 밤에 생제르맹 거리를 방문한다면 라라랜드 재즈 바로 유명한 까 보드라 위셰뜨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하에서는 매일 다른 공연 진들 이 공연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으며, 한 층 위에서는 공연을 tv 화면으로 생중계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롭게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아쉽게도 낮에 방문하게 되어서 이번에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0308630_05.jpg

날이 흐린 겨울에도 아름다운 뤽상부르 정원

 


식사와 디저트까지 먹은 후에는 배도 꺼뜨릴 겸 뤽상부르 정원으로 산책으로 가면 좋다. 뤽상부르 정원은 뤽상부르 궁전 앞의 커다란 정원으로 관광객들부터 현지인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정원이다. 물론 정원이다 보니 겨울보다는 여름이 더 아름답지만, 겨울의 정원도 충분히 예뻤다. 정원 구석구석을 돌아보다가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 옆에 앉아 오리, 거위, 백조들을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부터 상 드 마르스 공원까지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1906944_01.jpg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보이는 풍경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센 강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리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화려한 다리이다. 다리의 시작과 끝에는 금으로 된 조각상들이 다리를 장식하고 있으며, 다리 중간중간에도 여러 화려한 조각들이 있어 센 강 변에서 다리를 구경하는 것도 정말 좋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다리 입구에 이동식 노상 카페(?)가 있어, 카페라테를 하나 사서 에펠탑을 보며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파리의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걷는 것도 정말 즐겁지만 역시 파리 걷기 여행의 묘미는 센 강 산책에 있다는 것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건너면 맞은편에 금색 지붕의 화려하고 거대한 앵발리드가 보인다. 앵발리드는 전쟁과 군사에 관련된 박물관들이 여럿 위치해 있는 전시장이다. 웅장한 입구와 함께 양옆에 대포들이 늘어서 있다. 밤에는 조명들이 거대한 건물 전체를 비추기 때문에 더더욱 아름답다. 하지만 나는 앵발리드 내부를 구경하는 대신 근처에 위치한 로댕 미술관으로 향했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2352802.jpg

로댕 미술관의 정원 (조각 뒤쪽으로 앵발리드의 지붕도 보인다)

 


조각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이 없어 로댕의 작품도 가장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의 문> 밖에는 몰랐지만 로댕 미술관이 이 코스 중 가장 좋았다. 로댕 미술관은 내부 전시실과 정원에 위치한 외부 전시로 나누어져 있는데, 조각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정말 아름다웠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조각 그 자체보다, 조각과 조각이 배치되어 있는 방식 그리고 배경까지 해서 이 3박자가 어우러지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로댕 미술관은 오디오 가이드가 정말 잘 되어 있으니 꼭 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화면에 미술관 전체 지도와 설명에 필요한 사진 자료들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설명도 정말 자세하기 때문에 로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도 즐겁게 전시를 볼 수 있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2300208.jpg

샹 드 마르스 공원에서의 피크닉

 


로댕 미술관을 천천히 둘러보다 배가 출출해질 때 앵발리드를 다시 지나 샹 드 마르스 공원 쪽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골목으로 향했다. 골목의 이름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골목 양쪽으로 여러 식당, 카페, 베이커리, 식료품점이 있어 정말 활기찼다. 그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샹 드 마르스 공원에서 산책 후 피크닉을 하면 정말 좋다. 상 드 마르스 공원은 맞은편의 사이요 궁과 함께 에펠탑을 가장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잔디밭에 앉아 에펠탑을 보며 피크닉을 한다면 내가 파리에 와 있다는 것이 정말 생생하게 실감이 난다. 날씨가 좋다면 몇 시간이고 앉아있어도 정말 좋은 곳이니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몽마르트부터 오페라 가르니에까지


 

파리에 간다면 모두들 방문하는 필수 관광지인 몽마르트는 알베스 역에서부터 시작한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에 아베 사역 입구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정말 정말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개선문 전망대 계단 올라가는 것보다 힘들었다. 알베스 역에서 겨우 빠져나오면 뒤쪽에 바로 그 유명한 사랑의 벽이 나온다. 벽 자체는 작지만 전 세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찾아 인증샷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3134874_02.jpg

몽마르트 언덕 중간에서 보이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사랑의 벽을 지나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향했다. 구글맵에 몽마르트라고 검색하면 자칫 잘못하는 경우 공동묘지로 가게 될 수도 있으니 꼭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치고 가야 한다. 이곳은 소매치기 등 치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야경이 아무리 멋지다고 유명해도 꼭 낮에 방문하길 바란다. 혼자 여행 중에도 유럽 여행 카페를 통해 동행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명 이상이 가야 마음이 편하다. 소매치기도 아무리 복불복이라고 하지만 내가 걸리면 100%이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내부로 들어갔을 때에는 토요일 오전이라 미사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면 토요일 오전에 가서 미사를 구경하는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성당을 나오면 눈앞에 파리 전경이 보인다. 나는 아쉽게도 날씨가 흐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파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서 정말 멋있다고 한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3134874_03.jpg

낭만주의 미술관의 정원

 


몽마르트 언덕과 그 주변 가게들을 구경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이곳에서 낭만주의 미술관을 꼭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낭만주의 미술관은 언덕을 내려와 골목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아주 작은 미술관이다. 관람할 수 있는 방도 두 개 밖에 없기 때문에 미술관보다는 고풍스러운 갤러리 같은 느낌도 들었다. 심지어 입장도 무료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그림을 천천히 구경하고 나오면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카페와 정원이 있다.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켜 정원에 앉아서 먹다 보면 소설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파리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방문할 장소이다.


 

[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3134874_05.jpg

화려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충분히 쉰 것 같을 때 오페라 가르니에 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오페라 가르니에는 몽마르트 언덕에서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리는 큰 오페라 극장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웅장하기 때문에 이 건물을 보다 자세히 보고 싶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가야 한다. 라파예트 백화점은 파리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기 때문에 언제 가든 사람들이 정말 많다. 건물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전망이 잘 보일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바로 앞의 오페라 가르니에의 지붕이 정말 자세히 보이고 저 멀리에는 에펠탑과 몽마르트 언덕까지 다 보인다. 전망대도 좋지만 라파예트 백화점의 하이라이트는 중간층에 위치한 화려한 돔에 있다. 꼭 줄을 서서 유리 다리에 올라가 돔을 자세히 보기를 추천한다.


 

[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3134874_06.jpg

오페라 건물 계단에서 보는 화려한 거리 풍경

 


극장 앞에는 여러 호선이 지나는 지하철인 오페라역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한국의 왕십리역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갔던 날에는 오페라 역 입구와, 오페라 건물 계단 바로 앞에 하나씩 하고 있어서 취향에 따라 구경할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버스킹이 없어도 오페라 건물 계단에 앉아 파리라는 도시의 활발한 분위기를 느껴 보기를 바란다.



 


미술관부터 에펠탑까지


 

이 코스는 가장 길고 힘들지만, 파리를 속성으로 가장 잘 둘러볼 수 있는 코스이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는 수많은 미술관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미술관 3대장은 단언컨대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이다. 세 개의 미술관이 모두 붙어있기 때문에 하루에 두 개 정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루브르는 너무 거대해서 엄두가 나지 않아 오르세와 오랑주리 미술관만을 방문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4146391_01.jpg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수련 연작

그림이 정말 아름답고 거대하다

 


이 두 미술관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특히 오르세 미술관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구경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감상할 수 있다. 파리 방문 일정이 짧아 미술관을 많이 가지 못한다면 오랑주리 미술관이라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랑주리는 인상파 거장 모네의 수련 연작을 전시한 곳으로 세 미술관 중 가장 작은 미술관이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시립 미술관 정도의 크기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둘러보기 좋다.


 

[크기변환]20200206_024335.jpg

튈르리 정원에서의 와인 한잔

 


튈르리 정원은 루브르와 오랑주리 미술관의 사이에 있기 때문에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다. 미술관 감상 후 나와 넓은 튈르리 정원에서 쉬어 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 미술관 근처라 그런지 뤽상부르 정원보다 조각들이 훨씬 많다. 근처 가게에서 빵, 와인, 커피 등을 사 들고 분수 앞에 앉아 먹는다면 마치 현지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그리고 튈르리 앞에는 바로 콩코르드 광장이 있다. 가운데 거대한 오벨리스크 말고는 크게 구경할 것은 없지만 파리 역사상 굉장히 상징적인 장소라고 하니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콩코르드 광장을 뒤로하면 샹젤리제거리가 쭉 이어진다. 샹젤리제는 파리에서 가장 넓고 화려한 거리이다. 비록 대부분 명품숍 들이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지만, 그 유명한 샹젤리제를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파리의 가장 유명한 마카롱 가게 중 하나인 라뒤레가 샹젤리제 중간에 있으니, 라뒤레에 들러 마카롱을 먹으면서 걸으면 금상첨화이다.


 

[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4146391_02.jpg

 


그렇게 걷다 보면 금세 개선문에 도착할 수 있다. 개선문은 해가 지기 직전에 방문해서 전망대에 올라가길 바란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약 270개 정도가 올라가면 파리 시내 정중앙에서 일몰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해가 지면 개선문을 기준으로 12개의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과 빛나는 에펠탑을 볼 수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았던 파리의 전경 중 개선문 전망대가 가장 인상 깊었다.

 

개선문에서 내려온 후에는 에펠탑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사이요 궁으로 향했다. 에펠탑은 낮에 봐도 아름답지만 밤에 빛나는 에펠탑이 정말 압도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개선문에서 에펠탑까지는 걸어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밤의 파리는 치안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가깝지만 지하철로 이동했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00206_024146391_03.jpg

사이요 궁에서 바라본 에펠탑

 


트로카데로 역에서 나와 마주하는 밤의 에펠탑은 정말 아름답다. 가까이에서 보면 에펠탑의 크기가 정말 거대하기 때문에 압도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에펠탑의 불빛은 기본적으로 노란색이지만, 정각마다 하얀색 불빛이 함께 반짝인다. 그리고 새벽 1시에는 하얀색 불빛으로만 반짝이며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암전이된다. 이것을 화이트 에펠이라고 부르는데, 파리에 오면 한 번 정도는 꼭 보고 가기를 바란다. 빛나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버스킹을 구경하거나, 잔디밭에 앉아 맥주나 와인을 마시면 정말 낭만적이다. 파리의 낭만이 온통 이곳에 있는 느낌이랄까.

 

*

 

유럽 여행을 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유독 파리에 대한 감상평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치안이 좋지 않은 데다가 더러운 거리 때문에 최악의 여행지로 꼽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파리는 낭만을 채워주는 최고의 여행지이다. 파리에 머무르게 된다면 꼭 걸어서 이곳을 여행해보길 바란다. 이 네 가지 코스도 정말 좋지만, 코스에 휘둘리기 보다 자신이 그 순간 끌리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뚜벅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아. 물론 튼튼한 운동화와 안마기는 필수이다.


 

 

이지현.jpg

 

 

[이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