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트레스 [사람]

글 입력 2020.01.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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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는 게 힘들다.



얼마 전, 친구가 그랬다. 사는 게 힘들다고. 말을 들었을 당시, 나는 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딱히 하하 호호 할 만한 일이 있었다는 건 아니지만, 무난하게 지나가는 하루들이었기에 친구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걸로 끝이 났었다. 그리고 당일, 똑같은 말이 상사의 입에서 나온 것을 들었다. 평소 그런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수화기 너머의 다른 이를 향해 조용히 읊조리는 것을 들으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으면서도 묘하게 내 마음 한편이 가라앉았다.


입은 항상 웃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눈은 울고 있는 것 같은, 부쩍 자주 뵙는 타 부서 상사도 그랬다. 쉬운 건 세상에 없다고. 말은 간단했지만, 그의 표정에서 말의 의미 그 이상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되는 주변 사람들의 말과 함께 다음날, 내게도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그들의 표정이 연달아 떠오르면서 ‘아니, 20대도 힘든데, 그것도 취업 준비 때문에. 근데 50대가 되어도 사는 게 힘들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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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직장 생활하랴, 가족들 먹여 살리랴 끝이 없다는 것 말이다. 20대는 취업 준비가 눈앞인데, 이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있고, 고개를 넘고 넘고.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숨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생이 힘이 든다는 건 묵직하게 가슴 아리는 말이었다.


그래도 어쩔 텐가. 이왕 숨 쉬며 사는 인생, 스트레스에 내 명을 바칠 순 없는 노릇. 잠잠하던 와중에 우연히 내가 스트레스를 풀게 된 방법을 하나 발견했다. 그전까지는, ‘너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라는 물음에, 미친 듯이 걷는다거나, 노래방에서 신나는 곡 혹은 위로하는 곡을 부르거나, 그냥 무작정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잊어버리는 방법을 써왔다고 대답해왔었다.


그것들 역시 좋은 방법이긴 했지만, 스트레스 관리법도 계속해서 업데이트시켜줘야 될 필요성을 느껴왔다. 아무리 노래해도 분이 안 풀리고, 폭풍 걷기를 해도 집에 오면 다시 생각나는, 스트레스는 내 그림자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견한 첫 번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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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을 주자. 참으로 고생하고 열심히 사는, 행여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있더라도 숨쉬기 때문에 인생이 버거운 모든 이들에게, ‘선물’이라는 단어를 자신을 향해 내어주라고 말하고 싶다.


재작년 초였나, 그냥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파는 인형을 사고 싶어서 당일치기로 부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몇 년 전 보았던 인형이 잘 때마다 생각났기 때문이다. 방 한편에 초롱초롱 눈망울을 뜨고 있는 인형은, 결제된 그 순간부터 내 엔도르핀을 돌게 했다. 작은 인형은 내게 ‘선물’이었다.


최근의 일이다. 안경을 샀다. 누군가가 봐주고 ‘이것보다는 이게 더 나아, 괜찮다’고 말해줘서 산 물건이 아니라, 나 혼자 몇 시간 요리조리 바꿔 끼며 시작부터 끝까지 ‘나를 생각하며’ 산 물건이다. (돈은 써야 제맛이다.) 나를 위한 것이니, 특별했고, 아깝지 않았다. 첫눈에 반한 옷도 냉큼 샀다. 가벼운 물건 두 개가 내 무거운 스트레스를 덜어주었다. 앞으로 선물들은 남아있다. 하나하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게 선물로 줄 것이다. 향수와 체크 코트 예약.


 

 

발견한 두 번째 방법



이 오피니언을 쓰게 만든 일화다. 이런저런 일로, 겸사겸사 열감이 살짝 오른 탓에 폭풍 손빨래를 했다. 손빨래에 안성맞춤인 양말과 와이셔츠, 상·하의 히트택이 손님이었다. 빨래판에 드르륵 드르륵 조물조물하며, 비누칠하고 물로 씻어내고, 섬유유연제를 붓고 마지막으로 씻어내는 단계에, 막아놓은 세면대의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게 싫어 그냥 무거워진 옷을 잡고 반동으로 물을 한 바가지씩 밖으로 쏟아 내버렸다.


순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신이 난 것이다. 졸졸 구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있는 것보다 펑~펑~하면서 전혀 조심스럽지 못하게 폭풍 물장구를 쳤다. 에라, 다 비켜라 하면서 여기저기에 물웅덩이를 쏘아 올리니 비누고 클렌징 통이고 샴푸고, 이리저리 넘어지고 굴러가고 떨어지며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한 마디로 ‘열심히’ 손빨래를 한 것이다. 손님들은 깨끗해지고, 나는 힘을 주며 빨래하고,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아마 어머니가 옆에서 보았으면 등짝 스매싱을 날렸겠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남은 건 뜨끈하게 올라왔던 김이 서린 화장실에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뿌려 숨통을 트고, 깨끗해진 손님들을 탈수하고, 휘유~하고 방에 들어와 철퍼덕 눕는 것이다. 야단법석, 요란하게 빨래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 철없는 행동을 한 나는, 스트레스가 거하게 풀렸다. 이거구나. 앞으로이래야겠어. 새로운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았다.  앞으로 얼마간, 요긴하게 써먹을 나의 스트레스 관리법이다. 때로는 천진난만 아이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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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다 느끼는 건 잘살아내고 있다는 증거 같다. 침잠하지 않고, 그 감정을 내 손안에 들여와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게 왜 이런 일이’보다는, ‘그래서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리라 다짐한 하루다.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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