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함을 바라보는 시선 - 툴루즈 로트렉展

무엇이 로트렉을 특별하게 만드는가
글 입력 2020.01.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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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의 예술의전당은 근대 파리를 관통했다. 작년 9월에 시작한 <매그넘 인 파리>는 20세기의 파리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이어서 올해 1월에 시작한 <모네에서 세잔까지> 19~20세기의 인상파 걸작들을 전시한다. 그리고 <툴루즈 로트렉展>은  19세기 파리 물랑루즈를 풍미한 화가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이 전시들은 파리의 19~20세기를 공유한다.


이 전시들은 같은 시대를 관통하지만, 서로 다른 장르를 다룬다. 인상파 화가들의 유화, 매그넘 포토스의 사진,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는 같은 시대의 작품이지만 작품의 유형이나 장르적 유사성은 적었다. 툴루즈 로트렉은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며 인상주의 그림을 남겼지만, 전시는 로트렉의 포스터 시리즈를 주로 보여주었다.


로트렉이 인상주의 화가들 중 별도로 다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을 보면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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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화가란 무엇일까? 화가의 특별함이나 독특함을 만들어내는 요소는 주로 화풍이나 기법이라고 말한다. 어떤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어떤 대상을 그리는지의 차이로 화가의 독특함을 설명한다. 하지만 화가의 진정한 독특함은 화가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선에서 비롯된다. 시선의 차이는 방법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같은 대상을 그려도, 다른 시선을 가진 화가는 대상을 다르게 표현한다.


로트렉은 19세기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꽃피운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 시대의 화가였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들과 왕성하게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 그는 에드가 드가(Hilaire Germain Edgar De Gas)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그래서 그의 그림 곳곳에는 인상주의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I don't belong to any school.

I work in my corner.

I admire Degas.


나는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나는 내 멋대로 그림을 그릴 뿐이다. 

하지만 나는 에드가 드가를 존경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고유의 독특함이 있었다. 당시 인상파 화가들은 주로 자연물, 평민, 농촌을 피사체로 삼았다. 하지만 그는 배우, 댄서, 가수, 화려한 카바레의 풍경을 담아내곤 했다. 그는 밤무대에 서는 사람들을 그림에 담았고, 밤무대를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를 그렸다. 그는 이러한 독특함 때문에 '몽마르트의 기록자', '몽마르트의 영혼', '물랑 루즈의 화가', '몽마르트의 밤의 산책가' 등의 다양한 별명을 얻었다.


그가 이렇게 특별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그림을 잘 그려서, 혹은 특별한 대상을 골라서가 아니었다. 그는 다른 화가들과 다른 특별한 시선을 가졌다. 그 시선의 차이는 바로 '추함'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로트렉은 다른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은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았고, 다른 화가들이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밤의 풍경을 담을 수 있었고, 무대 위의 사람들을 색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로트렉이 이러한 시선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성장 배경에 있었다. 알비(Albi) 지역의 백작 작위를 가진 아버지와 사촌지간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로트렉은 가문의 계속된 근친혼의 영향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뼈가 극히 약했던 그는 14살에 의자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성장판이 닫혀 짧은 하반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로트렉은 사냥, 승마와 같은 귀족 가문의 문화를 즐길 수 없었고, 실내에서 할 수 있던 미술에 집중했다. 귀족 문화로부터 소외되어 자란 로트렉은 고급문화, 권위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엄청난 단신이었던 로트렉은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서 놀림이나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술집에서 스케치하다 연필을 놓고 가려고 했을 때, 옆 손님이 지팡이를 두고 갔다는 조롱을 던졌다는 일화도 있다. 그래서 그는 약자의 입장을 절실히 느끼며 자랐고, 주변의 약자에 대한 연민은 예술적인 시선으로 승화되었다.


추함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그를 쇼 엔터테인먼트의 목격자로 만들었고, 권위를 풍자하는 유머 감각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어떤 쇼가 벌어지든 상관없다. 나는 언제나 극장에만 있으면 행복하다!"



추함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무대로 향했다. 당시 카바레 무대는 고급문화, 귀족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귀족 집안이었던 로트렉이 이러한 무대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그의 편견 없는 시선 때문이었다. 그는 귀족 문화보다는 캉캉 춤을 추는 무대 위의 댄서들에게 빠져들었다. 그가 매료된 파리의 쇼 비즈니스는 그림의 주된 소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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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글란틴 무용단(La Troupe de Mile Églantine, 1896



쇼 비즈니스를 그리던 로트렉은 당대 파리의 스타들의 동반자였다. 그는 카바레 스타인 제인 아브릴(Jane Avril)과 친분을 쌓았고, <디방 자포네(Divan Japonais)>, <에글란틴 무용단(La Troupe de Mile Églantine)>에서 무대를 관람하는 모습, 자유롭게 캉캉 춤을 추는 모습을 담았다. 로트렉은 당대 최고의 스타를 그렸지만, 로트렉의 그림과 함께 제인 아브릴은 명성을 더욱 얻을 수 있었다.

 


"의심할 바 없이, 로트렉이 나를 그린 첫 포스터가 나온 이래 내가 누린 명성은 그에게 빚진 것이다" - 제인 아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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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ant Au Mirliton, 1893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겸 샹송 가수 아리스티드 브뤼앙(Aristide Bruant) 또한 로트렉의 단골 등장인물이었다. 로트렉은 여러 작품에서 브뤼앙을 묘사하며 그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앰배서더 카바레의 아리스티드 브뤼앙(Aristide Bruant dans son cabaret)>이라는 포스터에서 로트렉은 풍성한 망토, 챙 넓은 모자, 붉은 스카프를 두른 브뤼앙을 그렸다. 여기서 그린 그의 모습은 이후 브뤼앙이 등장하는 다른 포스터에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브뤼앙의 카바레 '미를리통(mirliton)'의 오픈 기념 포스터에는 브뤼앙의 뒷모습만이 등장하지만, 브뤼앙의 특징인 챙 넓은 모자, 붉은색의 스카프를 드러내 브뤼앙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했다. 현재의 시선으로 보면 로트렉은 브뤼앙의 브랜드를 만들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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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 Moulin Rouge: Un Rude! Un vrai Rude!, 1893

 

 

<천박해! 정말 천박해! (Au Moulin Rouge: Un Rude! Un vrai Rude!, 1893>는 물랑루즈에서 샌드위치를 게걸스럽게 먹는 자신의 아버지 로트렉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귀족이면서 아버지인 로트렉경에게 천박하다는 제목을 붙여 귀족들을 조롱하고 권위를 깎아내리려 시도했다. 이러한 풍자적 작품은 그동안 귀족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로트렉이었기에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


로트렉의 생각은 당시의 사람들과 꽤 달랐을지도 모른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물랑루즈의 카바레를 떠돌았던 로트렉은 귀족보다는 파리의 밤 문화에 시선을 두었다. 로트렉은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귀족 문화에 대해 풍자했다. 소외된 귀족, 이러한 배경은 로트렉의 예술세계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다수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의심, 그리고 지배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풍자는 로트렉의 예술세계에서 표현되었다.


결국 그가 바라본 추함은 전혀 추한 것이 아니었다. 미추의 기준은 주관적이었고, 로트렉에겐 다른 귀족 문화와 마찬가지로 빛나고 멋진 것이었다. 인상파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화가들 사이에서 특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로트렉의 시선이 드러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툴루즈 로트렉展

- Henri de Toulouse-Lautrec -



일자 : 2020.01.14 ~ 2020.05.0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현대씨스퀘어

 

주관: 메이드인뷰, 한솔BBK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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