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모두가 가지고있는 감정들을 마주하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글 입력 2020.01.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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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나는 사랑에 빠지면 내 모든 1분 1초를 그 대상을 향해서 쓰고자 노력한다. 처음 뮤지컬 살리에르에 빠졌을 때는 관련 글을 검색하거나, 넘버를 듣고 캐릭터 간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내 모든 시간을 투자하려고 노력했었을 정도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이런 성향이 사람을 좋아할 때도 마찬가지였기에 대학교 1학년때까지만 해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관심있어하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알아가고 공통인 부분을 만들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했더랬다. 그리고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당시 내가 좋아했던 사람의 인생 책이었으며, 내가 유일하게 공유하는데 실패한 것이기도 했다.


20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과 관념적인 대사들의 향연은 그 열정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장을 덮게 하는 데 충분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언제나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면서도, 절대 시도할 엄두가 안 나는 책 중 하나였다. 7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마 책장을 넘기지 못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던 중 뮤지컬로 그 어려운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풀어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였다. 처음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엔 궁금해졌다. 그 방대한 분량의 책을 고작 100분짜리 뮤지컬에 담아낼 수 있다니! 그리고 어떤 의미로는 계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는 정말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을 순간이 다가왔다는 계시 말이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왔다. 관람일 전까지는 꼭 다 읽고, 넘버 하나 대사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겠다는 포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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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친부살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그의 아들인 네 형제들의 심리를 통해 인간 내면에 가득 차 있는 모순과 욕망, 그리고 선의지를 다뤘다고 한다.

 


러시아 지방의 지주인 표도르 까라마조프는 평생 방탕하게 욕정을 쫓으며 살아온 호색한이다. 첫 번째 아내로부터 드미트리, 두 번째 아내로부터 이반과 알료샤를 얻었으나, 모두 내팽개치고 자신의 아들로 추정되는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으로 부리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표도르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표도르와 유산 문제로 다투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공언하고 다닌 드미트리는 유력한 용의자로 수감되고,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이반, 견습 수도생인 알료샤, 하인 스메르쟈코프까지.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혐오가 있던 네 형제들은 점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살해되는 아버지 ‘표도르’는 평생을 탐욕스럽고 방탕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심지어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까지 탐할 정도로 방탕한 ‘표도르’는 살해됨으로써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는 가장 큰 용의자로 지목받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순정을 가졌다. 사랑하는 연인과 관련해 아버지랑 얽혀있어 아버지를 살해하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망을 시시때때로 드러내는 ‘드미트리’는 성스러움을 동경하면서도 끊임없이 추악함에 이끌린다.


둘째 아들 ‘이반’은 드미트리의 요청으로 드미트리를 돕기 위해 문제에 들어오게 되는 인물이다. 논리와 지성을 갖춘 유학생으로 합리성으로 무장해 철저한 무신론자인 ‘이반’은 이성적인 인간을 대변하지만 소설 내에서는 그 이성에도 불구하고 형의 약혼자를 사랑하게 되고 만다.


셋째 아들 ‘알료샤’는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형제 간의 의심을 중재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수도원에서 신앙의 길을 걷는 신실한 청년으로 아버지와 형들 모두를 안쓰러워한다.


넷째 아들 ‘스메르쟈코프’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간직한 인물이다. 모든 사건이 ‘표도르’의 죽음을 두고 펼쳐지는 만큼, 사건의 큰 열쇠를 쥐고 있다.


이렇게나 복잡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각각이 비슷하면서도 너무도 다른 인물들이 펼쳐나갈 이야기. 선과 악은 어디서 발하는가? 어떻게 작용하는가? 소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과연 인류 탄생 이후 최대 난제라고도 불릴 수 있는 이 선과 악에 대해 어떻게 사유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심지어 이번 작품의 넘버는 뮤지컬 <살리에르>, <라흐마니노프>의 작곡했던 이진욱 작곡가가 작곡했다고 한다! 르네상스 작법 중 하나인 가사의 의미를 음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가사 그리기’(tone painting) 기법을 사용한다거나, 미사 전례곡, 15세기 중세유럽 음악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서 어떻게 뮤지컬 음악의 경계를 넓혀갈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사실 이 글을 끝맺는 지금까지도 내가 감히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한 방대한 양의 소설을 어떻게 뮤지컬로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어떻게,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를 보기위해서라도 일단 지난 7년간의 숙원사업이었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어야겠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 리뷰를 쓰는 그 날, 이 공연이 내게있어 ‘나의 숙원사업 하나를 끝내줬다’ 이상의 의미를 지니길 바라본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 The Brothers Karamazov -


일자 : 2020.02.07 ~ 2020.05.03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2시, 6시

월 쉼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주최/기획
과수원뮤지컬컴퍼니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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