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와 함께 보내는 오늘의 하루 - "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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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입력 2020.01.2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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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마음의 잔잔함을 얻고자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샀다. 시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유명한 시인들의 이름은 나름 꽤 알고 있다고 자부하여 여러가지 시집 중에서 고심하다가 유명 시인들의 시가 한데 엮여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책표지.jpg

"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

 

 

시에 대해 조금은 무심한 나이지만 이 시에 나와 있는 시인들은 나도 한 번쯤은 들어 본 유명한 시인들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엄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시를 참 좋아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코팅해 식탁 및 유리 사이에가지런히 놓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도종환 시인의 시들. 엄마는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좋아했다.

 

 

접시꽃당신.jpg

영화 - 접시꽃 당신 스틸 컷

 

 

나도 이 시를 알고 나서 이 시에 대한 사연을 찾아보았고 그러고 나서 이 시를 다시 봤을 때 더욱 이 시가 깊숙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시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는 한층 더 애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은 암과 투병하다 죽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이다. 아내의 죽음을 서정적이고 진실된 마음을 담아 표현했으며 자연을 빗대어 그 감정을 더한다. 또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죽는 날까지 변치 않겠다는 절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시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시이다.

 

도종환 시인의 이 접시꽃 당신은 1980년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영화화가 될 정도로 이 시를 보고 많은 이들이 마음을 적셨지만, 훗날 그의 재혼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시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며 헌책방에 그의 책을 많이들 다시 팔기도 했다고 한다.

 

*

 

사람마다 다른 어떤 특정한 부분을 통한 견해로 시를 느끼는 감정은 각자 다 다를 테지만 시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애절함은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책을 통해 이 시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도 그의 사생활이 생각나지 않게끔 다시금 그 애절함이 시에서 묻어 나와 이 시가 잘 쓰였다고 느껴졌다. 시를 처음 봤을 때의 애틋함을 오래간만에 시를 다시 만나 느낄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렇게 만난 시는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인데 책은 도종환 시인뿐만이 아닌 유명한 다섯 명의 시인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도종환, 나태주, 정호승, 윤동주, 김수영 시인이다.

 

나태주 시인은 다들 흔히 알고 있는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풀꽃" 시의 주인공이다. 그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를 쓰는 것을 생선탕을 끓이는 것에 비교하는데 깨끗한 마음, 정서를 다듬어 좋은 재료로 만들고 그것을 통해 요리를 하듯 시를 써야 진정한 시가 나오는 것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는 시를 이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이처럼 나태주 시인은 시가 깨끗한 마음의 상태를 요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냥 잘 모르고 지나친 빛나는 마음들을 그저 줍는 거라고도 시를 표현하기도 한다. 시는 이렇듯 깨끗한 마음이자, 빛나는 보석이기 때문에 더욱이 내 마음을 정화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정호승 시인의 시들은 왠지 모르게 나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더욱이 담담한 어투로 말하는 듯 느껴진다. 시들은 담담하고도 단단한. 그런 느낌이라 더욱이 인생을 돌이켜보고 다짐하게 해 주는 그러한 느낌의 시들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창문


 창문은 닫으면 창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은 닫으면 문이 아니라 벽이다

 창문이 창이 되기 위해서는 창과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창문이 닫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창문을 꼭 닫아야만 밤이 오는 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었기 때문에

밤하늘에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제 창문을 연다

당신을 향해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

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

 

윤동주 시인은 특별한 생애를 살다가 돌아가신 시인이기도 해 더욱이 그의 시는 특별하다고 보여진다. 일제 강점기의 삶에서 투쟁하고 자신의 부끄러움에 노래하던 민족 시인이었던 그의 시에서는 우리 민족의 투쟁과 애환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 누구보다 서글프고 서정적인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복합적이고 오묘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서시.jpg

윤동주의 "서시"

 

*

 

김수영 시인은 우리 문학의 근대기의 삶을 보여준 시인으로 알려진다. 그의 시는 날 것 같다는 평과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모더니즘의 느낌의 시라는 평이 내려져 있으나 소시민의 삶과 애환을 보여주기도 하고 혁명을 노래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그의 철학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시는 유의 깊게 집중해서 보는 것이 중요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좀 더 마음의 문을 열고 그의 시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달밤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없고

착잡한 머리에 책을 집어들 필요가 없고

마지막으로 몽상을 거듭하기도 피곤해진 밤에는

시골에서 사는 나는-

달 밝은 밤을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꿈을 다시 꿀 필요가 없게 되었나 보다

나는 커단 서른아홉 살의 중턱에 서서

서슴지 않고 꿈을 버린다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

 

시는 그렇다.

한 사람의 삶을, 한 사람의 마음을, 한 사람의 시대를 보여 준다.

짧은 글 안에서 모든 것을 투영한다.

압축된 문장과 문단 안에 마음과 삶과 시대가 들어가 있는 것.

그래서 더욱이 시가 더 마음 아리게 느껴지나 보다.

 

 

[허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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