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절대악과 선의지, 신의 종교는 어디에 있는가 -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공연]

인간 본성에 대한 고뇌를 뮤지컬로 만나다
글 입력 2020.01.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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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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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 1821-1881)

 

 

초등학생 때 방의 책꽂이에서 어린이용으로 출판된 세계명작 시리즈 중 하나였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집어든 적이 있다. 그 시리즈는 어린이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을 법한 ‘작은 아씨들’이나 ‘로빈슨 크루소’ 등을 포함하고 있었기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5분가량이 지난 뒤 나는 책장을 덮어 버렸다. 어린이가 읽기에는 줄거리에서 별다른 흥미를 찾기 어려웠을 뿐더러,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데다 길기까지 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었다.

 
그렇게 그 이후로 나는 이 소설을 다시 찾지 않았다. 어릴 적의 지루했던 기억에 더해, 가끔 내게 주어지는 독서시간에도 유혹적이었던 것은 고전 세계 문학이 아닌 내 진로에 도움이 될 만한 책 혹은 삽시간에 눈길을 잡아끄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지금에야 독서 시간을 더 가져야지 다짐했다가도, 책은 쉽게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읽고 싶은 책보다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많았고, 시험이나 과제를 끝마친 뒤에 누리는 금 같은 휴식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공부의 연장선 같았다.
 
그러던 중 나는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문화초대 권유를 받게 되었고, 뮤지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참이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신청했다. 그래서 나는 어릴 적 포기했던 그 책을 집 근처 도서관의 800번대 서가에서 다시 집어 들었다. 뭔가 이 소설에 대한 일면식도 없는 상태로 공연장을 찾아가는 것은 실례일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한 권짜리 책은 분량이 800페이지에 달했다. 그렇지만 3권 시리즈로 나온 번역판을 고를 용기는 없었기에, 벽돌 같은 이 책을 집어 들고 도서관 의자에 앉았다.
 
 
 
절대악? 절대선? 인간의 본성 속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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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아직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럼에도 분명히 느꼈던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악하다는 것이다. 먼저 이 책의 주인공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젊었을 적부터 방탕한 삶을 살아온 자로, 두 아내 사이에서 낳은 세 아들들을 내버린 데다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미치광이 여인을 강간해 사생아까지 둔 타락한 인물이다. 그리고 사생아인 스메르댜코프를 제외한 그의 세 아들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성인이 된 후 아버지의 집에 모이게 된다.
 
그의 세 아들들 중 첫째인 드미트리는 전처인 아젤라이다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은퇴한 퇴역장교이다. 그는 아버지를 닮아 호색한이지만 아름답고 지적인 카테리나와 약혼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버지가 사랑하는 그루셴카와 결혼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루셴카는 매력적이지만 영악한 여성으로, 소설 내에서는 ‘악녀’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갈등은 이 소설의 주 사건이 된다. 드미트리는 표도르로부터 제 몫의 돈 3천 루블을 받아 그루셴카와 결혼하고자 하지만 표도르는 만약 그녀가 자신에게 온다면 그 돈을 그녀에게 주겠다고 언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루셴카는 계산적이고 교활한 듯 보이지만 쓰라린 과거를 가진 인물로, 이후 알료샤를 만나 변화하게 된다. 알료샤와 이반은 후처 소피야의 아들들로, 이들은 서로 극과 극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둘째 아들 이반은 가톨릭 정교회에 반감을 지니고 있는 무신론자로, 꾸준히 신학과 관련된 논문을 집필하는 학자이다.

 

 

“그렇다면 들려드리지. 우리-가톨릭 교회-의 친구는 당신이 아니라 그 <악마>란 말이오. 이게 우리의 비밀이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당신을 버리고 그와 한패가 되었소.”


- 이반의 극시 속 심문관이 예수에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中

 

 
반면 셋째 아들 알료샤는 형들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인물로, 천성적으로 선한 인품을 지닌 수도사이다. 그리고 알료샤와 더불어 이 소설 속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절대선을 대변하는 자가 알료샤의 스승, 조시마 장로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마치 성인처럼 받들고 존경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조시마 장로가 타고나길 선하게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한때 사랑하는 여자에 눈이 멀어 그의 남편을 죽이려 했지만, 그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 뒤 곧장 수도원으로 향해 수도사가 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이끌고자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그가 노쇠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시신이 금세 부패해 냄새가 나자, 신도들은 시신이 썩지 않았던 다른 성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그를 능멸한다.
 
그리고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드미트리와 표도르 사이의 갈등, 그리고 표도르의 죽음 사이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은 표도르의 사생아 스메르댜코프다. 그는 아버지의 신임을 얻어 긴밀히 그와 통하고 있으나 이반에게 만약 드미트리가 표도르를 죽이게 된다면 그 상황을 방관할 것이라고 넌지시 암시한다. 그리고 표도르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이에 이어 그 범인이 드미트리인지를 가리는 재판이 시작된다. 과연 드미트리는 존속살해를 범한 악인이었을까?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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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가올 2월에 개막을 앞두고 있는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2018년 초연된 뮤지컬로, 아버지 표도르의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네 형제의 사건과 그들의 심리, 그 속의 증오와 사랑, 그리고 본질적으로 선과 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작품 속에서 관객은 인간의 본성과 내면의 욕망,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프로듀서를 맡은 과수원 뮤지컬 컴퍼니의 허강녕 대표는 본 공연에 대해 “사랑과 증오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함께 선과 악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이기에 관객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초연에 이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특별히 이진욱 작곡가는 본 공연에서 르네상스 작법 중 하나인 ‘가사 그리기’를 사용하였다. 이는 가사의 의미에 따라 음 높이를 달리하는 기법으로, 깊이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며 관객의 몰입을 더욱 심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표도르’ 역에는 김주호, 심재현, 최영우가, ‘드미트리’ 역에는 조풍래, 서승원, 이형훈, ‘이반’ 역에는 유승현과 안재영, ‘알료샤’ 역에는 김지온과 김준영, ‘스메르쟈코프’역에는 이휘종, 안지환, 박준휘가 출연한다.
 
우리 내면의 선의지는 어떻게 발동하고 있는지, 인간의 악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세상의 종교와 신 사이에서 무엇이 존재하는지, 인간의 본성은 어느 곳을 향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면,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가 펼쳐지는 대학로 자유극장으로 찾아가 보자.
 
*
 
공연정보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 The Brothers Karamazov -
 
일자 : 2020.02.07 ~ 2020.05.03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2시, 6시
월 쉼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주최/기획
 과수원뮤지컬컴퍼니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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