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예술의전당을 다녀왔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반 고흐의 친구’, ‘물랭루즈와 함께한 전성기’, ‘5,000여 점이나 되는 수많은 다작(多作) 화가’, ‘현대 그래픽(혹은 포스터)의 아버지’ 등. 사전 지식이 동반된 채로 전시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미리 그에 대한 공부를 해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황색으로 쨍하게 채색되어 있는 특별전 부스로 붉은 티켓을 손에 들은 채 첫 발을 내디뎠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리는 벨 에포크는 보불 전쟁이 끝난 직후를 말한다. 처음으로 지하철이 생겨났으며, 파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에펠탑이 건축된 시기이기도 하다. 로트렉은 바로 이 시기에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들을 그려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트렉은 속사화의 대가이다. 신체적 결함 때문에 귀족이었던 가족들이 즐겨 하던 승마문화를 함께 즐길 수 없었던 로트렉은 주로 침대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그때마다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건 바로 드로잉이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림에 몰두하는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덕분에 그의 드로잉 실력도 나날이 자라났다.
화려한 미디어 아트를 통해 전해지는 생동감
인상주의는 색감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시대여서 그런지 유난히 미디어 아트를 이용한 전시 구성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 모네의 그림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전시회를 간 적이 있었는데 평면으로만 보던 그림이 사방에서 움직이며 살아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경험은 마치 내가 작가가 보았던 그 현장에 직접 서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큰 감동을 받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었으니 모네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화폭에 옮겨 담은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당시의 감상평을 이번 전시회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춤추는 듯한 인물들, 지금이라도 남프랑스에 가면 실제로 극장 앞에 자리 잡고 있을 것 같은 반짝이는 전광판 속의 포스터들은 실제 로트렉이 작업했던 상업 포스터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어서 보다 현실감 느껴지는 감상을 가져다주었다.
거리에 붙은 그의 포스터를 보고는 당시 사람들이 ‘움직이는 그림’이라고 불렀다고 들었는데 20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그보다 정확한 감상평은 없을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추함은 또 아름다운 면을 지니고 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곳에서 그것들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짜릿하다”
로트렉 뒤에 붙는 칭호는 다양하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물랭루즈의 작은 거인’이다. 로트렉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년 시절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다리의 성장이 멈추는 불운을 안게 되었다. 152cm의 작은 키는 상대적으로 장신이 많은 유럽인들 사이에서 꽤나 큰 콤플렉스로 작용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