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로라를 찾아 떠난 트롬쇠에서 행복을 찾다 [여행]

글 입력 2020.01.2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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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에 ‘노르웨이’라고 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노르웨이 중에서도 수도 오슬로가 아닌 ‘트롬쇠(Tromsø)’라는 도시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암스테르담에서 생활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가까운 독일 한 번 가본 게 전부였던 내가 혼자 다닐 첫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노르웨이의 트롬쇠였다.


이유는 단 하나, 오로라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오로라를 보기 위해 아이슬란드에 가지만 나는 차 없이 구경하기 편한 더 작은 도시에 가고 싶었다. 찾아보니 노르웨이 중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트롬쇠란 도시가 오로라로 유명했고, 바로 항공편과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15일부터 20일, 오로라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곳에서 더 큰 행복을 찾았다.

 

 

 

오로라를 보다


 

일단 오로라를 보러 간 곳이니 그 이야기를 먼저 하려 한다. 오로라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한 나는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세 쌍의 커플과 함께 가이드의 차에 탔다. 어딘지도 모를 깜깜한 곳에 내려 두꺼운 방한복, 방한화, 모자와 장갑까지 완전 무장을 했다.


가이드는 두툼한 담요를 눈 위에 깔아줬고 우리는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오로라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고 ‘별이 쏟아질 것 같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우주에 수많은 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트롬쇠 여행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마인드 컨트롤을 해왔다. 날씨, 오로라 지수, 달의 크기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기에 오로라를 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오로라를 못 보더라도 실망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 위에 떠 있는 별들을 본 그 순간, 오로라를 보지 못하더라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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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별들에 빠져 있던 그때, 가이드가 소리치자 일제히 그곳을 바라봤고 모두 같은 표정이 되었다. 오로라가 보였다. TV에서 봤던 온 하늘이 초록빛인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벅찼다.


일렁일렁 움직이는 오로라를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신기했고, 새로웠고, 아름다웠고, 행복했다.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고 핫초코를 마셨다. 따뜻한 불 앞에서 따뜻한 핫초코를 마셨기 때문일까, 뭔지 모를 벅찬 감정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로라와의 만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가이드는 우릴 각자 숙소로 데려다줬고 내 숙소가 제일 멀어 마지막까지 차에 남아 있었다. 차를 타고 가는데 창밖으로 오로라가 보였다. 눈을 의심했다. 가이드 역시 깜짝 놀라며 “너만을 위한 오로라네”라는 낭만적인 말을 건넸다. 깜짝 선물 같은 오로라에 피곤함이 녹아내렸고, 더 환상적인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욕심마저 사라져버렸다.


 

 

트롬쇠를 여행하는 매일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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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트롬쇠 여행은 오로라가 전부일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트롬쇠에 머무르는 하루하루가 자연스레 행복으로 채워졌다. 트롬쇠는 눈 내린 풍경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트롬쇠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사방이 눈에 덮여 있는데도 눈이 또 내리고 있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차를 타고 숙소로 향하는 동안 바깥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은 더 아름다웠다. 눈 덮인 세상 속 아기자기한 집들,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트롬쇠는 북유럽답게 물가가 비싸 보통 숙소에 들어와 요리를 해먹었는데, 식탁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먹으니 뭐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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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트롬쇠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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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바라본 트롬쇠의 밤.

 


Fjellheisen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전망대에서 본 트롬쇠의 풍경 역시 잊을 수 없다. 낮에 올라가서 해지는 풍경과 야경까지 알차게 보고 내려왔다. 환상적인 풍경에 추위마저 잊어버렸다. 트롬쇠의 낮과 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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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성당.

 


트롬쇠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트롬쇠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북극 성당을 보러 갔는데, 미리 알고 가지 않았다면 성당이라는 것을 절대 몰랐을 정도로 독특했다. 일주일 전에 보고 온 쾰른 대성당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지만 매력적이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걸어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구경하기도 했다. 바다를 바라보다가 만난 관광객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는 등 소소하면서 여유 넘치는 시간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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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했던 트롬쇠의 풍경.

 


기분이 울적할 때 트롬쇠 여행 사진들을 자주 꺼내본다. 내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트롬쇠를 그리워한다. 물가는 사악하고 날씨는 정말 춥다. 어마어마한 관광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트롬쇠는 나에게 행복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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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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