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누구에게나 성적 권리가 있습니다 - 성적 동의 [도서]

<성적 동의> 리뷰
글 입력 2020.01.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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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동의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할 개념 ‘성적 동의’

 

동의 문제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손에 쥔 위력과 권력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사적 경계와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 이 책은 성적 동의가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된 행동 지침을 요하는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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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강간 문화’


 

‘강간 문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가해자가 성폭력을 저지르기는 쉽고, 피해자가 도움과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과 관습, 사회 구조의 총체를 일컫는다. 이렇게 말하면 말도 안 되는 문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강간 문화 속에서 역사를 이끌어왔고, 미약하게나마 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강간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강간 문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서도 존재한다. 성범죄에 관한 뉴스를 볼 때 누구나 한 번씩은 피해자에게 ‘그러게 왜 짧은 치마를 입냐’, ‘술에 만취한 여자가 잘못이지’ 등의 말을 하거나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고, 혹은 여성이라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옷차림에 주의하라’거나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의도와는 관계없이, 사건의 발생원인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있음을 내포하는 말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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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내일> 中

 

 

2006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타라나 버크가 고안한 ‘미투’라는 용어는 ‘미투 운동’이 되어 전 세계에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우리나라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미투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며 수많은 공인(公人)들의 숨겨진 죄가 밝혀졌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다만 미투 운동의 규모가 커지며 그 메시지가 변질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심지어 피해자를 ‘꽃뱀’으로 낙인찍거나 고발 때문에 가해자의 명성에 흠집이 생겼다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 모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강간 문화’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신체적 자율권’에 의한 ‘성적 동의’


 

저자는 성관계를 맺음에 있어 나와 상대방의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성적 동의’가 필수임을 강조한다(‘동의’라는 개념 또한 논란이 있고, 치열한 논쟁을 거치며 발전해왔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몇 년 전 돌았던 아래의 영상은 ‘차 한잔’과 ‘성관계’가 얼마나 유사한지 보여줌으로써 성적 동의를 이해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된다.



 


차를 마시기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거나 의식이 불분명한 사람에게 강제로 차를 마시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행여 그런 짓을 했다가는 ‘싫다는 사람에게 왜 그러냐’며 비난받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왜 성관계에 있어서는 그 기준이 달라지는 걸까. 싫다는 것은 ‘좋다는 것을 표현하기 쑥스러워 반대로 하는 말’이 되고, 의식을 잃은 것은 ‘조심성 없는 행동’이 된다. 술 혹은 약물은 이러한 모순적인 반응의 정점을 보여준다. 가해자에게는 술(약물)에 취해 그랬다는 핑계가 되는 반면, 피해자에게는 저항하지 못할 만큼 취한 너의 잘못이라는 비난이 되는 것이다.

 

성적 동의는 ‘일반적인’ 성관계의 대상이라고 여겨지는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남성과 시스젠더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다.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 게이와 레즈비언, 무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에게도 성적 동의는 필수적이다.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연인은 물론이고, 부부관계라고 해서 성적 동의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부부간 강간 또한 범죄로 인식되고, 실제 인정받은 만큼 결혼 자체가 성적 동의가 되는 것은 결단코 아닌 셈이다.

 

성관계가 꼭 남녀간 성기 결합을 의미한다는 고정관념도 탈피해야 성적 동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흔히 떠올리는 성관계의 각본은 대개 성기 결합과 남성의 사정으로 종료되고, 대다수 국가의 법 또한 명백한 성기 결합이 있었던 경우에 한해 ‘성폭력’이라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성적 동의는 꼭 그것만이 아닌 성관계 중 모든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키스에는 동의했지만 삽입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처음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이후 철회할 권리 또한 있는 것이다. 모두 ‘신체적 자율권’에 의한 마땅한 권리이다.

 

 

 

대중매체 속 ‘성 관념’


 

미투 운동으로 인해 이러한 성적 동의 개념이 퍼지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조롱과 멸시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여성과 단둘이 대화도 못 나누겠네’라며 비아냥대거나 ‘동의 개념은 성관계의 유희를 없애버린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또한 성적 동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계의 대상을 존중하지 않았기에 나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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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동의의 본질은 결코 ‘성관계를 하지 말자’거나 ‘성관계의 쾌락을 없애자’가 아니다. 일반적인 시스젠더 남성/여성과 성소수자들에 이르기까지, 성관계를 함에 있어 모든 당사자는 각종 성행위에 마땅히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상대는 그러한 의사를 존중하면서 성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것들 중 공통된 부분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동의 협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요할 수 없듯이, 내가 하고 싶은 성행위를 강요할 수는 없다.

 

각종 대중매체는 지금껏 잘못된 성 관념을 재생산하곤 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거나 벽에 몰아세우며 위협을 하는 등의 행동은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고, 지향해야 할 로맨틱하고 박력 있는 모습이었다. 이때 남녀 사이의 ‘권력 차이(경제력, 사회적 위치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성 관념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문제의식이 생성됨에 따라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이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여주인공 대신 당차고 굳센 ‘걸크러쉬’ 여주인공 캐릭터가 늘어났으며, 이들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남성 캐릭터와의 성적 관계에서 벗어나 여성이 메인이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영화⋅드라마도 증가하는 추세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에서 크리스토프가 안나에게 ‘키스해도 돼요?’라고 묻는 장면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일수록 동의 개념은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만 한다.

 

*

 

성적 동의는 여전히 낯선 개념이다. 당연하게 알고 있고, 지키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법체계의 개선은 미미하기만 하다. 어쩌면 정말 수 세기가 걸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고, 그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머지않아 낙숫물이 댓돌을 뚫을지 말이다.


   


 

 

성적 동의 (SEXUAL CONSENT)

-지금 강조해야 할 것-

 

출간일 : 2020년 1월 17일

 

형태 : 페이퍼백

 

정가 : 15,000원

 

쪽수 : 232쪽

 

판형 : 145×210mm

 

분야 : 사회 > 여성문제

 

ISBN 979-11-86000-96-0 (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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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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