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포가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 "사마에게" [영화]

영화 <사마에게>
글 입력 2020.01.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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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이나 다름 없던 초기 인간의 모습에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이야기하고 우주여행이 그리 먼 미래가 아니게 된 지금의 모습까지 절대 인간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또 떠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전쟁이다.

 

그 양상은 맨 몸 혹은 땅에서 주운 돌멩이부터 생화학무기와 핵폭탄까지 인간의 진화를 따라, 어쩌면 그 보다 빠른 속도로 잔혹해져 왔다. 더 확실하게 더 빠르게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한 이 진보의 중심에는 늘 ‘힘’이 존재했다. 전쟁의 명목으로 그 무엇을 이야기하던 그 속내는 결국 힘의 유지 혹은 탈환이다. 그렇게 허울뿐인 명목을 위하여 이어지던 전쟁이 끝이 나면 어쨌거나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다. 승자는 웃고 패자는 운다. 그것이 암묵적인 규칙이다.

 

승자는 웃는다. 여기서 승자란 누구인가? 국가와 국가의 전쟁이었다면 승리한 국가의 국민 한 사람? 전쟁에 직접 참여한 군인들? 처음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 시작한 어떤 이? 아님 국가 그 자체? 어떤 전쟁이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 하나 명확한 사실이 있다. 승리는 뒤로 하고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이들은 바로 일반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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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한 명의 개개인들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고 전쟁을 통해 차지할 막강한 부와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평범한 삶을 영위해가던 사람들은 한 순간 모든 것을 잃고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게 된다. 아주 잔인하고 치열한 진흙탕 싸움에 말이다.

 

상상을 해보자. 떨어지는 미사일 속 하루 아침에 도시는 폐허가 되어가고 무장한 군인들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끌고 간다. 며칠 뒤 발견되는 시체들만이 끌려간 이들의 말로를 보여준다. 가족과 친구들은 눈 앞에서 죽어나가고 생이별하여 그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들은 셀 수 조차 없다. 일상은 무너져 내리고 이 와중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그 끝을 알 수 없다.

 

이것은 아주 무서운 상황일 것이다. 무섭다는 것을 넘어 말 그대로 공황상태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지금의 우리에게 와 닿을까. 단지 건조한 글자로 적었다는 점을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민이라면 모두 알다시피 굉장히 특이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은 전쟁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전쟁에서 가장 멀리 존재하는 국가이다. 북쪽으로는 언제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휴전상태의 상대가 존재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테러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때로는 휴전상태를 잊을 만큼 평화로움 그 자체이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북한의 도발 뉴스가 그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곤 한다.

 

당장 한국의 이런 상황조차 잊고 살곤 하는데 바로 이웃 국가도 아닌 저 멀리 떨어진 나라의 전쟁 이야기는 사실 크게 와 닿기 힘들다. 뉴스 속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을 봐도 잠시 뒤면 잊혀진다. 6.25를 겪었던 전쟁세대는 점차 줄어들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직접적인 전쟁을 책에서만 보았을 뿐 겪어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뉴스를 통해 퍼져나가도 잠시의 안타까움뿐 우리들은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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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마에게>는 시리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이다. 처음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알음알음 소개되고 흥미가 생길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전쟁의 피해를 다룬 많은 영화들 중 하나인 줄 알았다. 다시 말해 짜인 각본인 ‘허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접한 영화의 정보는 이것이 다큐멘터리이며 모두 현장을 직접 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약간의 놀라움과 기대를 안고 본 영화는 충격적이었다.

 

<사마에게>의 감독이자 카메라를 든 카메라맨이고 영화의 주연이자 아기 사마의 엄마인 ‘와드’는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에 살고 있다. 시리아의 독재 정부를 몰아내고자 시작되었던 평화시위는 정부의 무자비한 무력 진압과 살상 속에 점차 과격해져 갔고 여러 이권과 종교들이 뒤엉켜 있는 중동의 현실에서 주변 국가들과 서방 국가들까지 개입하게 되며 시리아의 내전은 국제적인 갈등까지 보였다.

 

와드는 남편인 ‘함자’와 함께 남아 알레포를 지킨다. 의사인 함자는 매일 부상자를 치료하고 알레포의 참상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루하루 이어나간다. 그러던 와중 둘 사이에 아기 ‘사마’가 태어나게 되지만 전쟁은 점점 과열되고 상황은 악화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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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니 그녀와 가족의 일상을 담은 이 영상모음집은 가히 충격적이다. 미친 듯이 떨어지는 폭탄, 무너지는 건물들, 가족의 죽음을 목격하고 오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이 모든 장면들은 충격적이며 무섭고 때로는 역겹다.

 

그러나 이 영상의 정말 무서운 부분은 이것이 그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거듭되는 공격에 지하실에 숨어들어 있으면서도 아기를 놀아준다. 흔한 아기의 장난감이 아닌 폭발로 인한 먼지를 막을 마스크를 들고 말이다.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정부군의 압박 속에서도 사람들은 농담을 하고 웃는다. 그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아기도 낳는다. 아이들은 폭탄에 맞아 까맣게 타 버린 버스에 올라타 운전놀이를 하며 버스가 어떤 종류의 폭탄에 맞은 것인지 척척 맞춘다. 와드의 딸 사마 또한 작은 소리에도 놀라 울음을 터트릴 시기의 갓난아기이지만 귀를 찢는 폭탄 소리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 어떤 잔인하고 슬픈 장면보다 더욱 무서웠던 것은 이런 상황들이 그들에게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전쟁 지역이라고 하면 삶과 죽음이 맞닿아있는 끔찍한 장면만 연상되곤 했다. 그러나 전쟁이 정말 무서운 진짜 이유는 그 속에서도 일상을 이어가야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이 전쟁과는 큰 연관이 없지만 가장 최전선으로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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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옆으로 떨어지는 공격보다 무서운 건 그럼에도 이어가야 할 일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더 이상 영화가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고 현실이라는 점이 피부 가까이 와 닿았다. 그 때문인지 관람하는 내내 울렁거리는 불쾌감이 멈추지 않았다.

 

영화를 관람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적을 때는 조금 세세히 특정 장면이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나 <사마에게>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직접 보지 않는다면 아무리 글로 적어낸다 한들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만큼은 직접 보고 관람하는 동안이라도 함께 경험해야 한다. 보는 영화가 아닌 겪는 영화라는 말은 바로 이 영화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렇게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잠시라도 떠올리길 바란다. 누군 가에게는 영화가 아닌 일상의 현실인 이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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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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