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은 왜 듀랑고로 가게 되었을까? 연극 "듀랑고"

글 입력 2020.01.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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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들은 왜 듀랑고로 가게 되었을까?

연극 <듀랑고>


"가족이기에 더욱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비밀"


 

듀랑고 편집.jpg

photo by LDM

 

 


듀랑고에 가자! 거기가 어딘데요? 거기를 모른단 말이니, 엄청나게 유명한 곳이란다.



아버지와 두 아들은 제대로 가족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러던 그들이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듀랑고', 아버지 부승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 아버지 부승은 아들들이 잘 되길 바랐고, 늘 두 아들을 채찍질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첫째 아들 아이삭에게는 음악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라고 했으며, 전국 수영 챔피언인 둘째 아들의 경기장에 와서는 코치보다 더 날카로운 피드백을 해왔다.


그러한 두 아들들에게는 따뜻했던 엄마의 빈자리가 컸다. 그리고 아버지 부승은 홀로 두 아들을 올바르게 잘 키워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한 부승의 목표 아래에는 자식들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일 것이라는 목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왠지 모르게 서먹서먹했던 아버지와 두 아들은 아버지 부승이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첫 가족여행을 떠난다. 콜로라도주에 있는 듀랑고로 말이다.


아이삭은 우승의 그러한 결정이 탐탁지 않지만 지미는 제대로 된 가족여행이니 꼭 가고 싶다고 한다. 아이삭은 지미가 태어나기 전 가족여행을 떠났었고, 그때를 최악의 기억으로 떠올린다. 부승은 과정이 힘들더라도  그 목표에 도달하기만 하면 성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아이삭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미는 그런 둘 사이에서 착한 아들로, 둘 사이를 붙여주는 역할을 했다. 가족이지만 서로를 모두 알고 있지는 못했던 아버지와 두 아들은 그렇게 떠난 가족여행에서 서로의 비밀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왜 아버지 부승이 '듀랑고'를 목적지로 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왜 아들들은 듀랑고의 존재 자체도 몰랐을까.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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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을 향해 가는 여행



본 연극의 결말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그들은 듀랑고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랬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모두 완전히 솔직해질 수 없었고, 다시 가족이라는 집단 안으로 귀결되었다. 그런 것이 가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삭은 의대 진학을 위해 하와이까지 가서 대학 면접을 봤다는 거짓말을 했다. 지미는 자신의 성적 지향에 대한 고민으로 수영팀을 그만뒀으며, 부승은 자신이 정리해고된 사실을 숨겼다.


그리고 부승에게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그것은 듀랑고로 향하게 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부승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 가족을 이루기 위해 그가 포기했었던 어떠한 과거 인연과의 공간으로의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버지, 두 아들은 각자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 또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아이삭에는 기타였고, 지미에게는 만화 속 세상이었으며, 부승에게는 듀랑고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각자의 솔직할 수 있는 것들을 알지 못했다.


본 작품 속에서 가장 솔직했던 것은 아이삭이었다. 그는 여행의 말미에 자신의 비밀을 공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역시, 다시 의대 면접을 알아보겠다고 말한다. 지미는 자신이 아이삭이 갔어야 했던 의대에 가보겠다고 말했으며, 부승은 듀랑고에 대한 팸플릿을 바닥에 떨궜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공간 속에 하나가 되기 위해 각자의 솔직한 욕망들을 숨겼다. 가족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으며, 완전히 떠날 수도 없는 사회다. 그리고 그 사회는 우리의 삶에 기반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사회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각자의 욕망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곳이 되기도 한다. 연극 <듀랑고>는 섬세하지만 확실하게 그러한 빈틈을 찌르는 극이었다.


결국 듀랑고로 향하는 기차를 놓쳤고, 매진된 기차표를 예매할 수도 없었던 그들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에 도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솔직할 수 없었기에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부서진 마음은 뾰족하게 모나서 솔직하지는 못하고 말들로 서로를 찌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용서하고, 각자의 욕망을 숨기는 선택을 한다. 정말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가장 솔직하더라도 모든 것을 안아줄 수 있는 사회로, 모든 사회가 그들을 낙오자나 소수자라며 비난을 해도 안아줄 수 있는 품이 있는 공간이 되길, 되려 가장 가까워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공간이 되지 않길, 본 연극을 보면서 더욱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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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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