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원 사재기, '사냥'과 '처벌'이 끝일까 [음악]

경쟁 시대의 음악시장의 시스템
글 입력 2020.01.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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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사냥'과 '처벌'이 끝일까

경쟁 시대의 음악시장의 시스템

 

Opinion 민현

 

 

# 음원사재기


 

최근 음악 시장에 스파크가 튀고 있다.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떠돌던 음원 사재기 논란을 유명 프로그램에서 집중 조명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는 주로 범죄나 미제사건 같은 굵직한 사건을 다루며 한 사건을 공론화해왔기 때문에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방송 이후 관련 인물들의 발언과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고 있으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사재기 논란의 진위와는 관계 없이 이런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슬프다. 음악이 경쟁 대상이 된 것도, 상품으로 전락한 것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해도 내가 음악에 갖고 있던 어떠한 이상과는 너무도 다른 지금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간지럽히고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편안하게 해주면서 오래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싫어하는 장르는 있을지 몰라도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음악을 듣는가, 왜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가. 이런 사건이 생긴 시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원부터 지금까지 즐거움이라는 성격은 같지만 음악에 담기는 것들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동양에서 음악의 기원은 유교의 예악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악'의 뜻처럼 즐거움을 찾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음악으로 사람들은 하나가 되고 즐거움을 느낀다. 소리를 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음악을 통해 같아지기 때문이다. ‘예’는 그러한 ‘악’의 즐거움에 있어서 서로가 각각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선'을 상징한다.

 



# TOP100



음악의 기원이 예악인 것처럼 음악은 그 시대를 담는다. 예악이었던 오래전의 음악과는 다르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음악은 상품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다른 어떤 것들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에 여러 문화 ‘상품’을 검색하면 그 옆에 순위가 뒤따른다. 1위부터 10위까지 음악은 상품처럼 자신을 소개한다. 소리를 내는 사람도 상품이 되었고 더 좋은 상품이 되어 1위를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상품의 숙명은 경쟁이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은 상품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 예술가들도 돈을 벌어 밥을 벌어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그 음악에 가격이 매겨지고,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듣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은 돈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며 상위권에 랭크되지 못한 예술가들은, 설령 상위권에 몇 번 이름을 올려도 음악만으로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없다. 21세기, 예술과 상품의 모순적 경계에서 음악은 그렇게 돈 소리를 내며 울려퍼진다.

 



# 음악 경쟁 시대



음원 사재기 이전에 음악 시장에 이질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새벽 음악을 듣기 위해 실시간 TOP100을 들어가니 한 가수 혹은 그룹의 곡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소위 ‘스밍 총공’이 일어나는 시간대였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스트리밍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노래를 재생하는 행위로 팬카페를 중심으로 집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그 이후로 TOP100이라는 순위를 믿지 않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음악의 상품적 성격이 너무 뚜렷해 더이상 음악으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도한 경쟁 문화, 그리고 그 경쟁 문화에 불을 붙인 거대문화기업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음악차트를 성공의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음원 사재기’라는 희대의 사건은 이런 바탕에서 일어났다. 음원 사재기가 사회 윤리를 부도덕한 편법인지, 아니면 '처벌'을 받아야 할 불법적인 ‘죄’인가는 수사기관이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여론과 대중들의 '사냥'은 음악 시장 시스템과 이를 만든 사람들이 아니라 시스템을 악용한 범죄자 처벌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음악이 돈이 되는 상품으로 인식된다면 이와 같은 문제가 형태를 달리해서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며 그들을 사냥하고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멈추지 않을텐데 말이다.

 



# 시스템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이다.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거대 기획사, 거대 플랫폼, 그 속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거물들, 그리고 이를 상징하는 차트까지. 역주행처럼 가끔 개천 속에서 나타나 인기를 얻은 용들은 시스템을 경고하는 단발의 비명을 지를 수 있지만 결국 그들도 제도권에 올라오면 시스템 안에 속해버리고 만다. 우리는 그 시스템 안에서 음악 선택의 자유를 진정으로 갖고 있을까?


먼 옛날의 시스템에서는 정치 권력의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하여 음악의 판매와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자본에 의해 금지될 뿐이다. 조금 더 냉소적으로 말하면 자본은 사람들이 취향을 선택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물론 시스템은 이따금씩 색다르고 신선한 음악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음악에 닿는 길은 너무나도 멀고 어렵다. 애초에 음악 시스템에 있어서 ‘다양성’은 창작자의 몫이지, 듣는 사람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차트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형기획사에서 내놓은 신인 아이돌 그룹의 신곡이 차트 1위를 기록하면 어느 누구도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데뷔 이전에 했던 노력과 기획사의 마케팅,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힘으로 만든 결과지만, 이 모든 것들 역시 자본으로 움직인다. 음원사재기가 불법인지 편법인지 따지기 이전에 결국 시스템에서 돈으로 차트를 움직여 만든 음악 상품이 TOP100을 점령하는 건 같다.

 

물론 앞선 문단의 공격적인 태도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듣고, 그 음악을 통해 위안을 얻고 듣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문제와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힘은 지금도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바로 그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러나 리스너 개개인일 때 음악은 그저 개인적인 예술이자 본인의 세계에 속하기 때문에 ‘시스템’에서 힘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을 움직이는 건 당연하게도 자본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대중들에게 묻고싶다. 결국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자본은 대중들이 쥐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들에게 묻고 싶다. 시스템을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듣고 선택의 자유를 획득하고 싶은가, 아니면 시스템 내에서 상품이 된 음악들의 공정한 경쟁을 원하는가?


우리는 음원 사재기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음악이 상품이 된 시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의 취향이 자본에 잠식 당하지 않게, 그리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을 말하고 할 수 있게 공정하면서도 스파크 튀지 않는 음악 시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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