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행복한 시간은 왜 빨리 가요? [사람]

행복과 시간, 그리고 선택 사이에 끼인 나
글 입력 2020.01.15 20: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의 쉬는 날, 밀린 드라마를 몰아서 보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잘 시간이다. ‘행복했으니까 됐지!’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괜히 억울하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를 놀리듯이 시간은 짧다. 퇴근을 기다리는 출근시간은 점심시간까지도 멀고 지루한 시간의 흐름이다. 기쁨에 겨운 퇴근에서 출근까지의 시간은 야속하게 짧다. 괜시리 내가 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면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계속 해 나갈는지.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월화수목금퇼(쉬는 날인 주말-토일은 금방 끝나버린다는 의미)’이 착각이 아닐 수도 있다. 한국사회심리학회지에 조영원, 나진경이 2018년에 발표한 ‘행복 회상과 시간지각: 행복한 시간은 빨리 지나간 것으로 기억된다.’는 연구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지나간 시간을 회상할 때 행복했다고 생각하면 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이 때,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더욱 짧게 느껴진 것은 우리가 완전히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몰입’이라고 할 때, 다시 말해서 ‘시간’이라는 개념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지 못하고 무언가를 수행하는 것이다. 몰입은 시간의 속도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즉 더욱 빨리 간 것처럼 느끼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의 시간은 빠른 날과 느린 날로 구분된다.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1,440분, 86,400초는 나에게만 각박하다고 생각했다면 모두에게 그렇다.


 

berkeley opinion.jpg
Berkeley Opinion

 

 


내가 나 몰래 촬영하고 있던 나의 모던타임즈



세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물리학적인 세상과 그 외의 것. 절대영점을 가지고 있는 측정치로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거의 모든 선발의 경우에도 1차로 기계적인 서류심사를 거쳐, 최종에는 꼭 면접심사가 포함되어 있다.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는 것도 아닌 이 사람의 감정과 내면의 메커니즘은 언제나 절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리학적인 하루를 빈틈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방법들이 최근 많이 소개가 되고 있다. 내가 지루하게 보낸 날이 있다면, 괜히 더 절망스럽기도 하다. 비효율적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물리학적 시간을 상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 모처럼 빠르게 지나갔던 하루가 있다면, 당연하게 모처럼 느린 날도 있다. 효율성이 100%인 기계가 없는데 사람에게 기대한다니.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Modern Times)’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행복한 시간을 천천히 간 것처럼 느끼게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힘든 시간을 빨리 간 것처럼 느낀다면? 진화론은 생물학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한다고 하던데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방향성을 그 긴 시간동안 제어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가지각색의 이유를 붙여 행복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그냥 인류가 생물적으로 더 진화하기를!


modern times.jpg




나의 의미, 선택의 의미


한편 시간은 어떤 속도로 흘러가든간에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선택은 중요하다. 영화 ‘미스터 노바디(Mr. Nobody)에서 미스터 노바디, 즉 니모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 자연사를 하게 되는 마지막 인간이다. 니모는 과거를 돌아본다.

선택의 갈래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그 선택들의 연결마다 어떤 사람과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지.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할 때 엄마를 따라갔더라면? 아빠를 따라갔더라면? 애나와 결혼했다면? 엘리스와 결혼했다면? 진과 결혼했다면?

그러나 결국, 니모는 ‘Nobody: 아무도 아니다’. 내 선택과 상관없이 새로운 일이 계속 생긴다. 새로운 선택의 상황이 주어진다. 결과물들이 다음의 선택에서 나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선택장애’라는 말은 너무 많은 선택에 피로를 느끼는 현대인들이 겪는 증후군 중 하나다.

선택은, 시간처럼 남들이 볼 수 있는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도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내가 느꼈을 때의 중요도에 기반을 하고 있다. 아침메뉴 선택과 저녁메뉴 선택은 나에게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하다못해, 누군가에게 끼니는 나의 몸을 유기체로써 작동하게 하는 원료공급일 수도 있다.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가벼운 왕관을 만들자. 내가 망설이고 있는 선택이 Nothing: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mr nobody.jpg



시간과 선택과 행복, 그 사이에 끼어들어가 어디쯤 휘둘리는 나는 참 까다롭다. 시간도 없는데 고민하느라고 결정을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나를 자책하면서 하루가 덜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참 길었다.

시간과 선택은 다음으로의 방향성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매정하지만은 않다. 반 정도는 너그럽게도 주관적이다. 너무 힘들었던 날들에는, 사소한 것들이라도 행복했던 일들을 찾아보자. 행복했던 일들을 연결시키다보면 오늘 하루가 빨리 갔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나를 조금은 속여보자.

 
behavioral scientist.jpg
Behavioral Scientist

 


출처: 조영원, 나진경 (2018). 행복회상과 시간지각. 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32(3). 59-82


[박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