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환상을 환상으로만 그려내기 [영화]

<캣츠>의 번역작업이 색다른 이유
글 입력 2020.01.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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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있어서, 장르와 장르간 번역에는 하나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작업보다 더욱 많은 점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톰 후퍼 감독의 영화 <캣츠>가 뮤지컬을 영화로 번역해내는 작업을 완벽하게 성공해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에 의하면, 이 영화는 불쾌한 호러영화이며 언캐니한 지점들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하나의 실패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을 영화의 부족한 면, 혹은 영화의 실패지점이라고 치부해버리지 않고 톰 후퍼 감독의 <캣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 중 하나로 포함시키고 넘어간다면 어떨까? 보다 색다른 시각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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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는 인간과 동물이 합쳐진 ‘수인(獸人)’을 유일한 주인공들로 삼아 서사를 진행해나간다. 원작 뮤지컬은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라이브 노래로 꾸며지는데, 영화 <캣츠>는 이를 의도적으로 배반하기라도 하는 듯 영화의 모든 요소를 디지털 이미지와 그 환경 속으로 던져놓는다.

 

하지만 컴퓨터그래픽으로 비슷한 지적을 받아왔던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언 킹>과는 차이가 있다. <라이언 킹>이 컴퓨터그래픽 이미지와 디지털을 통해 완전한 실제의 감각과 이미지를 불러오려 했다면, <캣츠>는 실제와 유사하게 보이려는 어떠한 노력도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인간 형태의 고양이가 작은 크기로 보여지고, 고양이의 발과는 사뭇 다른 인간의 발, 심지어는 고양이를 제외하고도 등장하는 다른 수인들까지, ‘리얼함’ 혹은 ‘실제같음’과는 거리가 있다.

 

동시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분장만을 택하지 않고 CG를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뮤지컬적인 요소 역시 배반하고 있다. 그렇다면 <캣츠>는 어디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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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캣츠>의 언캐니함은 영화에서 구현되는 디지털 이미지가 오히려 정확하게 실제를 가리키지 않을 수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덧붙이자면, <캣츠>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이민자>와 같은, 실제와 너무 겹쳐버려서 실제인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영화의 이미지를 기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캣츠>의 디지털, CG는 명백하게 가시적이다. 톰 후퍼 감독은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캣츠> 속 세계는 지어진 것, 즉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않나. 많은 필름들이 그렇듯 영화는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부터 발명하는 것과 같다. 이건 꽤 흥미로운 일이고, 상상적으로 탐험하는 것과 같다.”

 

<캣츠> 속 세계의 가상성, 혹은 허구성을 직관적으로 건설해가면서 영화는 점차 환상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한편으로, 이는 또 다시 <라이언 킹>과 분화되는 지점인데, <라이언 킹>은 지적 차원에서 그것이 CG임을 드러냈다면 <캣츠>는 직관적인 차원에서, 혹은 정동적 차원에서 그를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 <라이언 킹>은 물리적 차원, 즉 영화의 서사 속에서 그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지만 <캣츠>는 단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그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관객들이 느끼는 불쾌함 역시 이 영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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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이고 불쾌해보이는 컴퓨터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캣츠>가 거리를 두고자 하는 것은 뮤지컬의 형식적 특징이다. CG를 통해 인간과 고양이, 혹은 인간과 쥐, 바퀴벌레를 하나로 규정할 수 없도록 합쳐놓으면서 분장한 ‘인간’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아선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을 통해 (결코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거짓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영화는 무한에 가까운 공간적 이미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캣츠>는 오히려 원작 뮤지컬의 그늘 아래 숨기보다는 현대 디지털 영화의 본질적 특성, 즉 공간 제약의 부재와 맞닿아있으려 하다. 이런 점에서 <캣츠>는 오히려 겉과 속이 통일된, 혹은 메타적으로 디지털 영화 전체를 환기시키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영화비평가 앙드레 바쟁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그것이 다른 예술과 구분되기 때문에 그것이 영화라고 규정된다고 답했다. <캣츠>를 물론 웰메이드 시네마라고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원작의 서사를 크게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영화가 아닌 것들과 영화가 어떠한 지점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해 집착한 영화로는 보인다.

 

인간과 동물의 합성, 고양이들만의 세계와 천국은 부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환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캣츠>에 등장하는 수인들을 ‘고양이 같지도, 인간 같지도 않다’고 비판 내지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캣츠>는 환상을 서사 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충족한 사례로, 환상을 환상으로만 그려내고자 한 영화처럼 보인다.





[김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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