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나를 찾을 때까지 - 도서 "파인드 미"

글 입력 2020.01.1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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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엘리오와 스물네 살 올리버 두 남자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장편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첫사랑의 마스터피스’로 자리매김한 안드레 애치먼. 그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속편 <파인드 미>로 풀어냈다.

 

지난 2017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흥행 이후 속편 제작 가능성이 커지면서 출간 전부터 유명 매체들의 리뷰를 통해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파인드 미>는 시간이 흘러 더욱 성숙한 사랑으로 돌아온 엘리오와 올리버 그리고 새뮤얼 펄먼 (엘리오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4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놉시스>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된 엘리오를 만나기 위해 로마행 기차에 오른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 펄먼. 우연히 개 한 마리와 함께 앞자리에 앉은 미란다를 만난다. 그 만남으로 새뮤얼은 아내와 헤어진 뒤 무력했던 인생에 큰 변화를 맞는다. 시간이 흘러 엘리오는 파리 생트U성당에서 열린 실내악 연주회에서 만난 미셸을 통해 텅 빈 듯한 마음을 달래며 다시금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한편 뉴잉글랜드 대학의 교수가 된 올리버는 아내 미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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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영화로만 본 적이 있다. 이번 <파인드 미>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왜 영화가 그런 방식으로 표현됐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영화의 호흡은 아주 느리고 잔잔하다. 대사 대신 시선 처리 등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연기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 몸짓이 영화 속에서 너무 작게 보여서 그들이 왜 갑자기 어떤 감정을 보여주는지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 이유는 모두 소설에 있었다. 소설은 섬세한 표현력을 영화에서 담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천천히 다가오는 문체는 캐릭터들을 더욱 살아 숨 쉬게 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들과 호흡하며 읽게 한다.

 


 

당신이 나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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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요. 나를 찾아 줘요.”


- 138쪽

 

 

<파인드 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 20 여년의 시간동안 서로가 서로를 찾아주길 바라는 감정이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그 사람은 특정한 누군가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그들 각자만의 시간에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마음 속으로 찾는다.


소설 속 그들의 방식은 전혀 적극적이지 않다. 마지막 장을 제외하면 이야기의 화자들은 그저 가만히 있고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온다. 1장 <템포>의 새뮤얼은 아내와 이혼 후 아들 엘리오에게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미란다를 만난다. 2장의 <카덴차> 속 엘리오는 연주회에서 우연히 미셸을 만난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누군가가 ‘찾은’ 것이다. 3장의 <카프리치오> 속 올리버는 엘리오를 그리워하면서 그가 자신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사실 누구나 상상했던 것 아닐까? 좋아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후 다시 만나고 싶지만 머릿속에서 경보음을 울리는 듯 더는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연히라도 좋으니, 그 사람이 나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뿐이다.

 

<파인드 미>는 그러한 심리를 기반하여 판타지까지 더한다. 늙은 남자의 입장에서 젊은 여성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길 바라는 것 (새뮤얼의 이야기), 혹은 성숙한 누군가가 자신을 보듬어줬으면 하는 것(엘리오의 이야기), 자신이 끊어낸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가 언젠가 자신을 찾길 바라는 것(올리버의 이야기)가 그 예시라 할 수 있다.


장마다 누군가가 그들을 찾았고 서로에 대한 의미를 찾는다. 소극적인 사람들의 가장 적극적인 판타지 소설이라고 볼 수 있는 <파인드 미>의 유종의 미는 마지막 4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3장의 여러 기다림의 형태를 보고 나니 4장은 마치 거짓말 같았다. 어쩌면 4장은 누군가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 것이라 생각이 된다. 그들의 우연과 기다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달라는 감정은 소설 속에서 점점 쌓이더니 4장에서 결실을 본다.

 


 

섬세하고 불쾌한, 불쾌하고 섬세한


 

<파인드 미>의 문체는 ‘공기를 읽는 (read the atmosphere)’ 듯이 표현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서로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묻기보다는 상대방의 눈빛이나 행동을 통해 추측하고 해석한다. 그와 동시에 남성적인 판타지 또한 듬뿍 담겨있다. 그러한 점이 섬세하고 불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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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의 <템포>에서의 미란다의 이야기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에서 미란다는 자신의 오빠와 관련된 과거 이야기를 한다. 과거의 미란다는 쿨한 척을 했었다지만 사실 그것은 준강간으로 보였다. 갑자기 오빠 친구가 미란다의 위를 올라타고 미란다의 오빠는 그것을 방관하는 형태라니.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의 오빠를 사랑했었다고 말하는 점이 굉장히 불쾌했다.


그 장면은 마치 언젠가 클립으로 보았던 일본의 영화 <나는 여동생을 사랑한다>가 떠오르게 했다. 그 영화 속 장면은 쌍둥이 남매가 침대 위에 누워 사랑을 속삭이고 그 장면이 아주 느리게 전개된다. 금기를 소설로 풀어냈을 때 만큼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재밌게 보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과거의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흘려보내고 포장하기에는 굉장히 위험하다.

 


  

마무리하며



<파인드 미>는 매우 천천히 호흡하며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급한 마음에 대충 읽으면 느린 전개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잠시 현실에서 떨어져 캐릭터만을 바라보며 읽을 때 독자는 잠시 책 속의 세계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캐릭터들의 호흡, 그들의 눈 깜박임조차 느끼면서 읽어야 이 소설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문득 자신의 옛 추억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등장인물들의감정이 과거에 독자가 느꼈을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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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인드 미 (원제: FIND ME)

 

부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André Aciman)

 

옮긴이:

정지현

 

출판사:

도서출판 잔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판형:

130×195(mm) / 페이퍼백

 

페이지:

300쪽

 

정가:

13,800원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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