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과 사람을 연결하다, 출판저널 514호 [도서]

2019년 송년호 『출판저널』 통권 514호
글 입력 2020.01.0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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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들어 올리면 묵직하고 떨어뜨리는 순간 '쿵'하고 소리가 나는 물건, 어떤 우주보다도 복잡하지만 매력적인 공예품. 그것은 바로 책이다. 파피루스 나무껍질을 얇게 벗겨 그 위에 글자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 양피지, 두루마리, 납판(蠟版)을 거쳐 종이책과 전자책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약 1,5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형태로든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표현하고,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인쇄하고 제본해왔다. 이처럼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는 행위를 출판이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질기디질긴 책의 생명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년 전부터 종이책의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국내 출판시장은 위기와 침체를 겪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100년의 역사를 지닌 인쇄기업 '보진재'의 폐업은 종이 인쇄물 시장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작년 4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는 자율 주행,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초테크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초석이 갖춰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짧은 시간 안에 통신과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콘텐츠도 텍스트 중심에서 영상이나 오디오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출판산업은 큰 변화를 맞이한 동시에 불안한 위상을 엿보였다. 기성세대에서 MZ세대로 소비자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출판계의 전략이 변화했고,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한 것이 그 예이다.

 

2019년 송년호 『출판저널』 통권 514호에서는 출판산업의 주요 이슈와 새로운 도전,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을 말하는 특집좌담 등 한 해 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출판저널』 514호의 키워드를 한 가지 꼽자면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단행본 도서 판매량이 지속해서 감소하는 가운데 책과 사람이라는 구슬을 꿰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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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의 연결고리는 '서점'이다. 바야흐로 서점은 연결과 유대의 장소가 되었다. 이제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책장 사이를 천천히 거닐면서 책을 꺼내 보는 행위 자체가 휴식이 되었고, 곳곳에 놓인 테이블, 소파, 카페 등에서 느긋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동시에 책을 읽으며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책바', 책과 카페 그리고 강연을 하는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서점, 1대1 맞춤형 서적 제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큐레이션 서점'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은호 이학박사에 따르면 "국내 서점의 경우 1990년대부터 대형화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는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고객들이 온라인 서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고객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출판저널』 514호, p.70) 온라인 서점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각종 굿즈와 편리한 서비스 중심으로 고객에게 접근했다면, 반대로 오프라인 서점은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었다.


더불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기업문화의 트렌드로 잡으면서 저녁 있는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퇴근 후 쉴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서점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람 간의 연결, 참여, 추억, 가치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은호 이학박사는 "단순하게 책만 정렬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경험과 취향으로 무장된 북마스터의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출판저널』 514호, p.71)

 

 

"서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와 책의 연결이다."

 

 

한편 『출판저널』은 2019년 창간 32주년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연중특별기획을 시작했다. 이는 현장 전문가들의 칼럼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책문화생태계를 위한 방안을 공유하고 생각해보는 기획이다. 그중 '우분투북스'는 지속가능한 책방을 표방하며 연결과 유대의 공간으로서의 서점을 강조한 바 있다.

 

'우분투북스'에서 '우분투(Ubuntu)'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공동체 정신, 공유정신을 의미하는 아프리카 말이라고 한다. 이용주 우분투북스 대표에 따르면 "당시 수많은 작은 책방들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사회적 문제를 주요하게 다룬 책방은 없었다"라고 한다. (『출판저널』 514호, p.40)


이곳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먹거리와 건강 및 환경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하는 책방이다. 즉, 매일같이 먹거리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과 농사지은 농산물을 판로를 찾지 못해 곤란해하는 상황을 책방이 연결해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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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북스는 음식, 건강, 자연을 테마로 한 책장과 공동체 정신, 사회적 경제, 건강한 마을, 환경 문제를 다룬 책 등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되어있다. 기존 책방처럼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코너도 없고 장르를 구분하는 흔한 사인물도 부착되어있지 않다. 특히 키워드로 책장을 나눠 한 칸 한 칸에 주제별로 장르 구분 없이 책들을 편집해 담았다는 점은 우분투북스의 매력이다.


가령 채소를 주제로 한 책장에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놓아두기도 하고, 과일을 주제로 한 책장에 『백년의 고독』을 담는 등 의외의 책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책방에 방문한 사람들은 책장에 재미를 느끼면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책방의 본질은 책을 잘 진열하고 책장에서 잭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것"(『출판저널』 514호, p.41)이라는 대표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울러 북클럽과 도서 모임을 통해 책을 매개로 서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아간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에서 다양한 교류와 경험을 나누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빠름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시대, 조금 느리더라도 각자의 속도로 교류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우분투북스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적인 연결과 소통이 오가고, 경험과 취향을 공유하는 것은 책과 사람을 연결하려는 바람직한 시도이자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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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출판저널』 속 책문화생태계 담론을 통해 정확히 사유할 수 있다. '출판이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책이란 무엇인가' 등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대에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독자를 만난다. 이는 출판이라는 관점 하나로 현상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생태계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 건강한 책문화를 위해 문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도이다. 이번 514호에서는 '출판인재 양성 방안'을 주제로 다룬 바 있다.

 


"책은 단순한 소비재는 아니다. 인간의 정신활동의 연장선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특징이 있다." 

  

 

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책문화생태계 주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생각하는 존재 이유는 달라질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출판저널』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를 읽는 독자들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게 만든다.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는 "결국 우리가 이 시대에 회복해야 할 것은 휴머니즘"이라고 말했다. (『출판저널』 514호, p.107) 필자도 동의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 당대의 담론을 만들고 지식을 전하는 출판의 사명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종이책이 속도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출판저널』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대일지도 모른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관계를 더 편하게 여기는 흐름 속에서 책과 사람을 어떻게 하면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리고 고민하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출판저널』에 담긴다. 이를 읽는 독자들이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들이 있기에 책과 사람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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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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