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단한 예술가의 삶 체험하기 - 고흐, 영원의 문에서 [영화]

고단한 예술가의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삶을 살아보게 한다.
글 입력 2019.12.3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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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고단한 예술가의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삶을 살아보게 할 수 있는 영화다.

 

우리는 대개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그것의 창작 의도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창작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창작자들에 대해 주목하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그들의 삶이 아니라 그들의 인지도다.

 

고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일평생을 불우하게 살아왔기에, 많은 사람들의 그의 삶에 대해 주목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삶이지, 그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삶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고흐를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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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절 화가로 만든 것 같아요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고흐의 불우한 삶에 대해서만 묘사하지는 않는다. 지속해서 이어지는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그림으로 남기고자 했던 고흐의 삶에 대해서도 묘사하고 있다.

 

과연 고단한 상황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이 가능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추론이다. 이를 쉽게 해소하고자 영화는 우리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고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흐 그 자체의 입장이 되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 사용된 영화 기법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코 ‘핸드헬드(handheld) 기법’이다. 여기서 핸드헬드 기법이란 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들거나 어깨에 메는 촬영 기법을 의미한다. 이 촬영 기법은 영상에 자연스러운 흔들림을 남게 만드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먼발치에서 안정적으로 고흐를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상황에 우리가 직접 투영하게 만든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에서 활용한 핸드 헬드 기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멀미가 날 수 있을 정도로 끊임 없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우리는 여기에서 마치 불안정한 고흐의 심리 상태처럼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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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삶을 체험하게 유도하는 또다른 영화 기법은 ‘1인칭 시점의 활용’이다. 영화의 진행 중에 꽤나 많은 비중의 장면들이 고흐의 눈을 통해 그려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힘든 생활에서도 그가 세상을 아름답게 느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돕는다.

 

1인칭 시점을 활용하는 동안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은 고흐의 슬픈 내면을 표현하고자 영상의 일정 부분들을 뿌옇게 처리한 점이다. 눈물 고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표현되는 이 부분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화면 상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한 표현 방법이었다.

 

위에서 말한 두 부분은 우리가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고흐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 때문에 사실,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즐겁게 관람하고 올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너무나도 쉽게 예술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그 창작자인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곱씹어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관람할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단지 그 주체가 예술가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으로도 영화를 관람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영화가 지닌 가장 큰 가치 중에 하나가 아닌가.

 

*

 

고흐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히 무척이나 반가운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예술 그 자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가치 있는 영화일 것이다. 모쪼록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기를 소원한다.

 

한줄평 : 고단한 예술가의 삶을 불편하게 체험해보기 

 




고흐, 영원의 문에서
- At Eternity's Gate -


연출 : 줄리언 슈나벨
 
각본
장 클로드 카리에
줄리언 슈나벨, 루이스 쿠겔버그
 

출연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루퍼트 프렌드


장르 : 드라마(미국, 프랑스)

개봉
2019.12.26

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11분
 
수입 : 찬란
 
제공/배급 :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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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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