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을 울린 목소리 - 파바로티 [영화]

세상에 다시없을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전기영화
글 입력 2019.12.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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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일 개봉하는 영화 “파바로티”를 시사회로 관람할 기회를 얻고, 영화를 보기 전 배경지식을 쌓고자 하는 마음에서 파바로티 공연 영상을 찾아보았다. 파바로티라는 그 이름은 모두에게 익숙한 것이지만 막상 그의 대표적 아리아나 음악적 커리어에 대해서 상세히 알지 못한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오 솔레미오 독창 영상을 보던 중 아주 오래전의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가 중학생일 때, 오 솔레미오를 비롯한 오페라 가곡을 공부했던 기억이었다.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 가곡들을 수업 시간에 다 함께 따라 부르고, 혼자 연습하다가 모두의 앞에서 수행평가로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따라 겨우 노래를 불렀을 때의, 그 떨렸던 기억이.

 

이전에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공연 중 오페라 이중섭을 관람하며 스스로 오페라를 접할 일은 없었으며 그리 친숙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기고한 것을 떠올랐다. 조금 민망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세계적 테너의 노래 및 공연을 커다란 영화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하고 시사회 당일 영화관을 찾았다.

 

상영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있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내 옆의 두 관객이 영화 진행 방식에 대해 나름의 추리를 하고 있었다. “파바로티의 음악적 커리어에 대한 영화일까, 사적인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일까?” 나 역시 그를 궁금해하던 중 조명이 꺼졌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그가 성악가로서 걸어온 길과 개인 파바로티의 모습을 조화롭게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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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의 아버지는 제빵사이며 아마추어 테너였다. 부자는 함께 한 합창단에서 활동하며 런던에서 열린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파바로티에게 아버지는 교수가 되라고 했으나 그의 어머니는 네 목소리에는 특별한 게 느껴진다, 그러니 계속 노래를 하라고 격려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당신 아들이어서가 그렇지 않겠냐는 파바로티에게 어머니는 대답한다. “네 아빠 노래에는 그런 걸 못 느꼈단다.”

 

1961년,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eme)의 주연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파바로티는 오페라 스타로 떠오른다. 오페라 연대의 딸(La fille du régiment)에서는 아홉 번의 하이 C(높은 도) 음을 힘들어하지 않고 소화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에게 “하이 C의 제왕(King of the High C’s)”이라는 별명을 부여했다. 197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공연을 흥행으로 이끄는 모습까지 영화는 각각의 공연 장면 및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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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를 논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이 3대 테너 공연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 테너가 함께 1990년 이탈리아에서 연 자선 공연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당시 콘서트 실황 앨범은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앨범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세 테너는 이후 2005년까지 전 세계 투어 공연을 개최한다.

 

영화에서 소개된 세 테너의 첫 공연 장면에서,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들이 함께 노래하며 서로 경쟁하듯 마음껏 기교를 뽐내는 장면은 단연 영화의 묘미 중 하나다. 상대의 기교에 감탄 혹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연출이건 실제건 간에 이런 공연에서 가장 즐거운 이는 관객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가 직접 들려주는 파바로티와의 이야기에서 영화는 이들이 서로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유대감을 나누는 동료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 테너가 함께하기 전, 카레라스가 백혈병을 앓고 있던 자신에게 파바로티가 전화로 “빨리 나으라고, 너 없으니까 내가 경쟁자가 없어.”라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동료를 아끼는 파바로티의 성품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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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파바로티는 자선 콘서트를 개최하고 스팅, 브라이언 메이, 스티비 원더, 머라이어 캐리 등 여러 팝스타와의 협업으로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크로스오버를 선보인다. 오페라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파바로티의 바람과 더불어 그 자신도 어릴 때 파시스트와 레지스탕스의 대립으로 인한 잔혹함을 눈으로 목격했기에, 분쟁 지역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개최한 공연은 크게 성공하며 공연의 수익은 자선 사업 및 음악 학교를 세우는 데 사용된다.

 

밴드 U2와 보스니아 내전에 관한 내용의 곡, “미스 사라예보(Miss Sarajevo)”를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선 콘서트의 성공과 동시에 파바로티는 비평가들에게 이런 정통 클래식을 벗어난 시도에 대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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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는 오페라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또는 오페라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공연하기 위해 세계 다양한 곳을 방문했다. 대학에서 오페라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모습과 중국을 방문해 공연하는 장면에서 오페라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과, 이를 알리고 배우려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그의 노력을 볼 수 있다. 중국의 유명 피아니스트 랑랑은 영화에서 파바로티의 방문 전까지 오페라 및 클래식 음악이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장르는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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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파바로티 자신을 포함해 가족, 동료들과 같이 그와 관련된 이들의 인터뷰로 세계적 성악가의 인생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영화 속 파바로티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와 그의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짐을 표현하는 연출은 뛰어나고 그의 공연 영상들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음향 및 영상 상태로 보아 영화에 선보이기 위해 기술적으로 꽤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오페라가 친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익숙한 아리아들을 노래하는 파바로티의 모습을 스크린 가득 볼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가장 큰 감동일 것이다.

 

어릴 적, 파상풍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던 파바로티는 이후, 삶에 작은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감사하고 즐겁게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의 삶도 즐거움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신만만한 테너이지만, 공연 전에는 항상 “죽으러 갑니다. (I go to die)”하며 무대에 오른다. 희소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딸을 위해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한 달간 그 옆에서 병간호하며 쏟아지는 비난에도 의연해 했던 그는 혼인한 체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다 34살 연하인 여자와의 스캔들로 자신이 수십 년간 쌓아온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다정한 가장의 이미지를 무너트린다. 이 모두, 인간 파바로티의 모습이다.

 

오페라를 친숙하게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며, 명성을 위해 새로운 오페라를 추구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그리고 항상 비평의 대상이었으니 용감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 진심은 영화가 보여주는 파바로티의 삶을 통해 오늘날의 관객에게 전해질 것이다.

 


"오페라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몇 있으나 파바로티는 그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오페라였다." (Some can sing opera, Luciano Pavarotti was an opera)


-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난 후 U2 리드보컬 보노가 남긴 추모글의 첫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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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로티

- Pavarotti -

 

감독 : 론 하워드

 

출연

루치아노 파바로티(본인)

 

장르 : 음악영화 / 다큐멘터리(미국)

 

개봉

2020년 01월 01일

 

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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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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