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 듀랑고 [연극]

글 입력 2019.12.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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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Arizona) 주에는 어느 한국계 가족이 살고 있다. 한국계 이민자 아버지 이부승(56),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첫째 아들 아이삭 리(21), 전국 수영 챔피언인 둘째 아들 지미 리(13). 이들에게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난 부승 아내의 빈 자리는 여전히 크다. 어느 날, 아들들을 위해 20년 넘게 성실히 일해 온 부승이 은퇴를 4년 앞두고 정리 해고된다. 마치 교통 사고를 당한 것처럼 혼란스럽다. 모든 게 막막하기만 한 부승은 아들들에게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한다. 목적지는 콜로라도(Colorado)의 듀랑고(Durango). 어쩌면 이 여행이 부승의, 가족의 상처를 치유해 줄 지 모른다. 각자의 아픔을 숨긴 채 이들은 차를 타고 길을 떠난다.
 
듀랑고로 가는 길 위에서 부승은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아이삭과 지미는 이에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공감도 잠시, 집을 떠나 온 거리만큼 이들 사이의 거리도 점점 멀어져 간다. 서로 가까워지려 하는 모든 노력은 길을 헤매게 만들 뿐이다. 사막을 넘고 주 경계선을 넘어 마침내 도착한 기차역에는, 듀랑고로 가는 표가 없다.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도 갈 수 없어 부승은 망연해지고, 화가 난 아이삭은 자신과 지미의 비밀을 폭로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들에게는 비밀이 있었고, 가족 관계를 지탱해 줬던 아내는 이제 없다. 부승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모른다. 집에 돌아 온 부승 가족은 말없이 앉아 있다. 하지만 곧 아이삭과 지미는 부승을 위로하며 다시 가족의 일상을 회복하려 한다. 방황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끝내 흩어지지 않는 가족의 사랑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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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참 어려운 존재이다. 태어나 보니 이미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 구성도, 구성원도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해도 "하지만"이 붙는 관계가 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가족 구성원이 되려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집은 나의 쉴 곳이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공간이기에 다시금 꼬리를 무는 "하지만"으로 어린 모습을 드러낸다. 편해서 그렇다는 변명으로 긴 세월을 낭비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하라는 건데, 그게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여행길 위의 가족



'집'이라는 공간과 '가족'이라는 관계는 묶일듯싶으면서도 잘 섞이지 못하는 것 같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인데, 자주 헷갈린다.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가족의 품인지, 쉴 수 있는 집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물론 둘 다 필요한 것들이지만, 둘이 충돌기도 한다. 그래서 집과 가족이 분리되었을 때, 온전히 '가족'을 만날 수 있다.



박상훈 부분 포스터.jpg


 

'부승'이 여행을 결심하고, 다 함께 듀랑고를 향하는 길에 '집'은 없었다. 그들만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가족과는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알게 모르게 그 시간에 집이라는 공간이 채워 넣는 안락함이 있다. 하지만, 여행길 위에는 그런 안락함이 없다. 편한 가족과 있더라도 더욱 편안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통해 온정을 채워 넣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승'과 그 아들들은 서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부승' 아내의 부재는 이들이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져내릴 수도 있기에, 서로 어떻게든 안간힘을 써서 버텨냈을 테다. 앞만 보며 달리던 그들이 갑작스레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던 건 '부승'의 정리 해고 때문이다. 처음으로 멈춰서 뒤를 돌아봤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낯선 길, 낯선 음식, 낯선 풍경. 여행이란 낯섦의 연속이다. 여행으로 향하는 길에서 '부승'과 아들들은 서로 외에는 무엇도 잘 알거나, 편히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을 것 같다. 온전히 '가족'일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그 여행길 위에서, 그들은 어쩌면 처음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게 되었을지 모른다.


 

회복을 위한 여행길


상처는 받는 것보다 회복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미 쌓인 상처에 대해 빠르게, 제대로 회복하는 것은 더 큰 아픔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회복은 정말 어렵다. 길고 긴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럽다는 상실의 고통의 경우,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깊고 오래 남기 때문이다.


'부승'의 가족들이 '부승' 아내의 부재로 갖게 되었을 상처는 그들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데도 서로 괜찮은 척하며 10년을 버텨냈고, 그들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고통을 알고 있기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형도, 아버지도, 동생도 견디는데" 하며 그렇게 참아냈을 그들이 보이는 것만 같다.


말없이 주고 받아졌을 위로는 충분히 큰 힘을 냈겠지만, 큰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상처는 곪을수록 오래가고, 아프다. 언젠가는 이들도 마주해야 할 그들 몫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계속해 버티고 숨기며 살아가는 건, 회복을 더디게 만들 뿐이다.


 

이대연 부분 포스터.jpg


 

듀랑고로 향하는 길이 이들에게는 그 상처를 건드리고, 마주하고, 또 회복하는 길이 될 것 같다. 상처를 직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 함께 직시하였을 때 분명히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 역시 아프겠지만, 결국 그렇게 회복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들의 여행을 회복을 위한 여행이라 부르고 싶다.


 

여행길의 끝에


작가가 연극에서 듀랑고로 가는 표가 없다는 설정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해봤다. 표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인물들이 느꼈을 감정은 '허무함', '공허함', 그리고 '분노'였을 것이다. 듀랑고를 바라보고 길을 떠났는데 결국 그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니, 얼마나 화가 나고 허탈한 감정이 느껴질까?


마치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를 향해 매일 가고 있지만, 결국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건 그 과정이 아닐까? 듀랑고를 향해 함께 가던 부승의 가족처럼, 그 길을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최지혜 부분 포스터.jpg


 

우리에게 주어진 관계인 가족은 특히나 그렇다.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기 어렵다. 같은 곳에 도달하기는 더욱더 어렵다. 서로 함께하는 듯하다가도 이내 다른 길로 떠나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줄곧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착각에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애초에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 목적지가 아닌 "함께 하는 길"이었을지 모른다는 걸, 쉽게 잊는다.


자식과 부모가 서로에게 거는 기대는, 전부 그 바람 자체보다는 바람에 담긴 진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지만, 사실 진심으로 바라던 것은 그 기대의 달성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상대가 행복하길,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적지보다 가는 길에 손잡아주는 일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듀랑고 표가 아닌, 듀랑고를 함께 향하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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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줄리아 조의 <듀랑고(Durango)>는 줄리아 조의 사막 3부작(Desert Trilogy) 중 한 편이다. 줄리아 조는 미국 LA에서 태어나 애리조나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의 배경을 사막으로 주로 설정하곤 한다. 줄리아 조는 사막이 위험하면서 아름답고, 동시에 고독한 공간이라며 사막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듀랑고>는 커다란 담론 없이,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사색할 거리를 던진다. 다른 어떤 관계보다 쉬우면서 어려운 '가족'. '부승'의 가족이 여행길에서 마주하게 될 서로를 향한 마음은 낯선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속에, 그들의 목적지인 듀랑고 역시 함께 담겨 있단 생각이 든다. 그 마음만으로 그들의 여행길은 의미 있는 길이 아니었을까?


 



듀랑고
- Durango -


일자 : 2020.01.09 ~ 2020.01.19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TEAM 돌

 

후원

서울문화재단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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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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