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동심의 세계로, 역동적인 설치미술과 함께 출발 - "미니언즈 특별전"

어트랙션 파티에 방문해 봅시다
글 입력 2019.12.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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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치미술의 역동성


 

‘설치미술(Installation Art)’은 말 그대로 물리적인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물리적인 피조물을 바탕으로 관람객들이 작품을 직접 만지거나 아주 밀접한 거리에서 시지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각미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비슷한 점이 많지만 조각 작품은 그것 자체로 그것이 전시되는 시공간과 구별되어 “미술작품”이라는 세계를 독점적으로 형성하는 반면에 설치미술작품은 그것이 설치되는 시공간까지도 예술의 영역에 포함되거나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작품이 전시되는 시공간적 배경까지도 중요하게 고려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설치미술작품은 조각 작품에 비해 “예술적이다,” “아름답다,” “과연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와 같은 위화감을 관객으로부터 끌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상자와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체험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나는 조각보다 설치미술이 더 좋다. 조각을 바라볼 때는 위화감이나 경외감을 느끼며 필연적인 거리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반면 설치미술은 내가 수동적인 관람객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적인 관람객인 동시에 평론가가 되어 작품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의 대중적인 전시회들 역시 작가와 관람자 사이의 절대적인 거리를 형성함으로써 작품의 고고함을 강조하는 조각 작품보다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용이한 설치미술로 구현된 작품들을 전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애니메이션처럼 유소년층을 겨냥한 컨텐츠를 전시회의 주제로 삼을 때는 더욱이도 그렇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캐릭터가 TV나 스마트폰, 컴퓨터 바깥에서도 실제로 살아 숨 쉬고 있으리라 믿고 싶지, 그 캐릭터가 사실은 가상의 스크린 안에만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존재라는 걸 확인하고 싶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자를 두고 보통 동심파괴라고 하지 않나. 성인이 되어서나, 혹은 10대 중후반의 미성년이 되었을 때나 후자의 경험에 익숙해지는 것이니.

 

아무튼 이런 점 때문에, 그러니까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주가 되는 컨텐츠를 실제 현실에 전시라는 형식으로 보여줄 것이라면 설치미술작품을 위주로 전시회를 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컨텐츠 비하인드 같이 원화와 삽화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전시하는 것도 물론 성인인 내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건 어린 관객들을 위한 전시가 확실히 아니다. 스크린 너머의 캐릭터가 완성되기 직전에, 인간으로 따지자면 극단적으로는 살이 입혀지기 전 뼈대들만 난무한 그림들을 보며 유소년 관객들이 큰 만족감을 느낄 것 같진 않다. (나라면 울 것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의 동심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미니언즈 특별전>은 전적으로 설치미술작품으로 전시회를 꾸몄다는 점에서, 전시회에 입장하는 순간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미니언즈”라는 동심 캐릭터의 상품성(!!)을 잘 살렸다고 느껴졌다. 아마 전시회에 방문하면 어린 친구들이 미니언즈가 귀엽다며 방방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관객이 직접 작품 안으로 뛰어들 수 있는 다양한 컨셉트 아트들, 일정한 배경 안에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마치 놀이방에서 노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치미술이 지니고 있는 상호작용성을 아주 적절하게 구현한 것 같다. 단지 유소년 관람객들 뿐 아니라 나와 같은 성인 관객들도 귀여운 미니언즈들을 보면서 신나게 놀다 올 수 있을 것이다. 설치미술은 관람객의 연령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그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작품의 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역동성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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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트랙션 파티”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 “어렵지 않은” 예술


 

2019년 10월 22일에서 2020년 3월 15일까지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개최되는 <미니언즈 특별전>은 앞서 언급했듯이 다양한 컨셉아트들을 바탕으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시 공간 안에 들어가는 순간 놀이장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즉, 놀이공원에서 다양한 어트랙션을 타면서 경험하는 즐거움을 본 전시회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


세간에 공개된 컨셉아트들, 예를 들어 ‘악당 그루의 실험실(Gru’s Lab)’, ‘걸즈 룸(Girl’s Room)’, ‘유니콘(Fluffy Unicorn)’ 등은 본 전시회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전시회라기보다는 이곳에 오는 관람객들 모두가 넉넉한 관람시간 동안 단순히 작품을 본다는 느낌만을 받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작품 안에서 뛰어 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래서 <미니언즈 특별전>은 “어트랙션 파티”에 가깝다.

 

작금의 현대미술은 난해함 투성이여서, 전문적으로 현대미술을 공부한 학자들이 아닌 이상 나 같은 대중의 입장에서는 눈앞에 직육면체 큐브 하나 던져주고 이것이 예술이라고, 혹은 주류 예술을 비판하는 창의적인 시도라고 선언하면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나는 현대미술의 문제점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다수의 관객을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린다는 점. 체험의 영역이 아니라 학문의 영역으로 지나치게 끌고 들어가 버린다는 점. 동시대 미술 중에는 이러한 경향을 피력하는 작품들이 수도 없이 많다.


당장 프랑스 파리의 저명한 현대미술관인 ‘팔레 드 도쿄(Palace de Tokyo)’만 보아도 온갖 그로테스크한 실험들이 전시장 전체를 메우고 있듯이 말이다. 파리에서 그곳을 방문했을 때 나는 미학을 전공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전시관을 압도하고 있는 그 특유의 실험적인 분위기 때문에 전시를 “제대로” 관람할 수 없었다. 지금은 조형예술미학이라는 현대예술 과목을 들은 이후이기에 조금 더 그곳의 취지를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게 문제다. “공부해야만” 감상할 수 있는 전시라니, 이 얼마나 일반 관객에게 불친절하고 오만한 전시인가. 현대미술이 강조하는 저항의 정신, 부인(denying)의 아름다움 역시 예술계의 독창성을 장려하는 면에서는 정당하게 발휘되어야 한다고 느끼나, 이러한 시도가 현대의 주류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느낀다. 내가 인터랙티브 아트를 선호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미니언즈라는 캐릭터 자체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데도 본 전시를 관람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관객과 작품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관객이 작품을 보거나 체험하며 말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상호작용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전시회를 보러가지는 않았지만 전시회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내가 기대했던 효과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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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한정적인 차원에서만 어려워야 한다. 소위 말해 ‘고인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한 측면에서만 예술은 응당 어려움을 실천해야 한다. 조형예술미학에서 배웠던 현대미술을 비롯해 학창시절에 수많은 전공과목을 수강함으로써 연극, 영상,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들에 관한 현대미학의 논의를 살펴보았는데, 충분히 우리가 호소하는 ‘어려움’이라는 특성이 잘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술적인 논의들 이외에 보다 실질적으로 전시를 기획하거나 컨텐츠를 생산하는 예술가들은, 이것과는 별개로 대중에게 보다 친절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술작품은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보이는” 것이지 않나. 작가 자신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그 작품을 보여주어야 한다. 평가를 필연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컨텐츠를 생산할 때 이것을 관람할 사람들의 입장을 잘 헤아려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관객인 내 입장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친절이 필요하다. 그 친절을 베풀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회에 방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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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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