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웃음과 반전 속 일침, 따끔하다. 연극 톡톡 [공연]

함께함과 남을 먼저 생각하는 힘이 그의 치료법이었다.
글 입력 2019.12.22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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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웃음과 응원



여섯 강박 증후군(TOC)을 가진 여섯 명의 주인공들은 의사를 기다리다 지쳐 게임을 시작한다. 주사위를 굴려 마블게 임을 하는 와중에 그들의 강박증이 투영된 장면들은 웃음을 유발했다.


뚜렛증후군을 가진 프레드가 주사위를 던지면서 “날아라, X발 주사위~”하며 광기 어린 목소리로 외치는 부분, 게임 내에서 통행료를 받기 위해 벵상이 마리에게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고 말하자 마리가 어리숙한 태도를 연기하며 창문 올리는 소리를 기계 뚫는 소리처럼 “위이잉~”이라 묘사한 부분에는 극장이 떠나가라 관객 모두가 함께 웃었던 장면이었다. 자신이 말한 부분만 반복하는 줄 알았던 동어반복증 릴리는 가끔은 남이 한 말도 따라 하곤 한다며 블랑슈가 연 창문을, 닫을지 말지 모두가 정신없이 토론하는 와중에 “추워, 추워, 추워, 추워”하며 수십 번 따라 했고, 내 앞에 앉아 있던 다른 관객분이 머리를 헤드뱅잉 하며 웃는 통에 나까지 웃음이 터졌었다.


3분 동안 서로의 강박증세를 보이지 않아보자고 제안한 이후, 대칭 집착증이 있던 밥의 이름을 따 007 노래에 대입 시켜 관객 모두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장면은, 여섯 명 그들끼리의 놀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응원이 담긴 것 같아 감동까지 더해진다. ‘만약, 한 명이라도 성공할 시에는, 누구든 강박증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기에 그거면 된다.’고 웅변하듯 외치던 마리는 수줍어하던 첫 등장과는 다르게 ‘함께 함’에서 자신감을 찾은 모습처럼 보였기에 그 역시 응원하게 되었다.


동어반복증을 가진 릴리를 향해 칭찬하는 말은 그 표현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릴리, 네가 하는 말을 계속 들으니까, 뭔가 귀여운 앵무새가 말하는 것 같아. 아름다운 메아리 같기도 해.



긴거.jpg

 

 

 

반성



연극의 초중반쯤 지났을까. 그들의 강박증이 데면데면했던 처음과는 달리 정신없이 압도하는 와중에 문득 내가 ‘누가 더 강박증이 심한지 경중을 따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3분 동안 강박증 없이 활동하는 게임에서는 속으로 엄청 답답하다고도 생각했다.


헉! 하면서, 그들은 웃고 즐거워하는 한편 엄청나게 노력하는데, 내가 그들을 ‘판단’하는 건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지 않나 하며 반성하게 되었다. 벵상보다는 마리가 더 심한 거 같아, 릴리는 너무 심한데? 하며 그들과 다른 척하며 지레 걱정하는 태도라니, 무례하기 짝이 없었다.


친구와 내가 놀고 있는데 누군가 어머, 쟤네 불쌍해. 하는 느낌. 무언가 해보려고 아등바등하는 날 보고 답답하다, 애쓰는 게 눈에 보인다, 참. 하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코미디 연극이지만 관객들을 향해 꼬집는 대사에 나름 오호, 하고 놀란 부분이 있어 좋았다.

 

 

 

일침



결과적으론 뚜렛증후군을 가진 프레드가 스텐 박사였다. 스텐이 아닌 프레드란 사람인 척하면서, 하지만 여전히 뚜렛증후군을 가진 의사인 것이 관객들만 아는 사실로 밝혀지고, 내가 놀란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스텐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연극 중 가장 내게 꽂혔던 말이자, 탄성을 일으킨 대사였다.


“내가 의사로, 그렇게 안 보인다고?”


맞다. 그렇다면 그렇게 보이는 건 뭘까? 의사처럼 보이는 게 무엇이고, 환자처럼 보이는 게 무엇일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쉽게 판단하는 것을 꼬집는다. 프레드가 등장한 순간부터 나는 그를 의심 없이 환자라고 생각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욕을 하는 뚜렛증후군 ‘환자.’ 하지만, 그는 뚜렛증후군 의사였다. 환자는 아파야 하고, 의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에 한 번 더 뒤트는 생각을 선물한 스텐의 대사에 박수가 나왔다.


개그우먼 장도연이 한 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모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같이 안 생겼어요, 키 크고 늘씬해서….’하는 MC의 말에 ‘개그우먼처럼 생긴 건 뭐죠? 개그맨처럼 생긴 기준 같은 게 따로 있나요? 개그우먼처럼 생기려면 어떻게 생겨 먹어야 하죠?’하며 일침을 놓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기 전, 나도 그랬다. 개그맨=웃기게 생긴 사람이라는 단순한 생각 말이다.


극에서도 그러한 일침과 함께 반전이 함께 있으니, 이건 뭐 마냥 웃긴 코미디가 아니라, 말 그대로 웰메이드 코미디극임이 분명했다. 연말에 정말 잘 만들어진, 교훈과 웃음이라는 선물을 전해주는 연극 톡톡에 입가엔 미소가 흐른다.



스텐.jpg




 

 

다섯 명의 환자는 극에서 모두 한 번씩 자신의 강박을 해결한다. ‘자신을 잊는’ 방법으로 말이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을 때, 그들은 강박을 보이지 않았다. 타인에 대한 연민은 더럽지 않다는 스텐 박사의 말. 스탠 박사의 치료법은 결국, 함께하는 힘 그리고 자신에 대한 몰입과 집착에서 벗어나 남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힘이었다.


호쾌한 웃음과 교훈을 선물한 연극, 톡톡. 한 리뷰어의 공감되는 댓글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자신에 대한 몰입과 집착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 즉 타인과 공동체로 관심을 돌릴 때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아들러의 심리학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아픔을 솔직하게 나누고, 그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작은 과정들이 서로에게 용기가 되는 그런 공동체를 꿈꿔봅니다.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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