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혼한 남녀의 애절한 싸움 - 라 뮤지카

글 입력 2019.12.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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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 테이블과 의자밖에 놓이지 않은 극장이었다.

 

관객과 무대의 거리도 매우 가까웠다.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필자에게 ‘라, 뮤지카’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연극이었다.

 

학교에서 관련 학과 학생들의 공연을 본 적은 있지만, 외부에 나가서 본 적은 처음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배우가 나오는 공연도, 관심 있던 분야에 대한 공연도 아니었지만, 시놉시스와 포스터 사진은 필자를 매혹하기 적절했다.

 

 

<시놉시스>

 
헤어진 남녀가 이혼판결을 받은 후 역설적이게도 신혼시절 살았던 작은 시골마을의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함께하는 동안 결코 공유할 수 없었던 서로의 고통, 오해, 진실을 알게 되며 정리되지 않은 사랑의 감정과 욕망, 갈등이 펼쳐진다.
 
"시작일까...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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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 박태양

 

 

공연 시작 전, 그 떨림을 잊지 못한다. '배우는 어디서 등장할까?' '어떤 내용이 전개될까?'

 

혹여나 이 작은 공간에 해가 되진 않을까 공연 시작 전 문 앞에서 받은 팜플랫과 티켓도 가방에 모두 넣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공연장에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미셜 노레가 등장했다. 진짜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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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말싸움으로 시작해 말싸움으로 끝난 연극이다. 대단한 사건·사고가 연출되지 않는다. 이혼한 남녀의 정리 되지 않는 감정을 다룰 뿐이다.
 
주인공 안네 마리와 미셜 노레는 이미 이혼소송이 끝났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결혼 생활에 권태기가 찾아왔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멀어진 이들의 관계는 결국 불륜까지도 스스럼없이 저지르게 했다.
 
필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이 식어 멀어진 관계에도 미련이란 게 남을 수 있나. 잘잘못 따질 것 없이 서로에게 충분한 상처를 주었고, 의심하고, 또 속였다. 이젠 둘에겐 다른 애인이 있다. 내일이면 각자의 애인을 만나러 이 호텔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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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셜과 안네가 남겨둔 미련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이 연극의 관건이다. 현재 애인을 뒤로한 채 다시 사랑을 시작할지, 한때의 추억으로 남기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날지. 앞에서 필자는 해당 연극을 말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둘의 대화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장소의 변화도 거의 없다. 좁은 이동 간격과 최소화한 소품들. 이는 배우들 간의 대화에 더 집중시키는 효과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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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대화는 ‘시작일까? 끝일까?’라는 둘의 관계에 대한 답을 짓지 못하고 끝이 난다.
 
시원한 결말이 아닌 끝이 모호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야기의 매듭을 관객에 내어주는 열린 결말을 선사했다. 어쩌면 미셜과 안네가 새로운 사랑에 대한 확신을 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뻔하지 않았기에 어른들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었고, 더욱 사실적이게 다가오는 효과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또한 연극이 끝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연극의 서사를 되새기고, 고민하고, 자신에게 대입해 생각하게 되었다. 한동안 필자에게 연극 ‘라, 뮤지카’는 또 다른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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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대화는 어쩌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지난 이야기만 끄집어내었고,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화내기 바빴다. 누군가에게는 어리석게 보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바람을 정당화시키려 들고, 진심 어린 사과보단 변명이 앞서는 이들의 대화. 비윤리적인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왜 이들에게 공감이 되었던 걸까. 왜 이들의 상처가 안쓰러웠을까.
 
왜 나는 이들이 다시 시작하길 기대했던 걸까. 연극은 끝이 났지만, 필자는 아직 이들이 손에 쥐여준 결말의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장정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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