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을 채우는 그림, 그림을 빛내는 마음 - 그림처방전 [도서]

<그림처방전> 리뷰
글 입력 2019.12.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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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 걸까?”

 

<그림 처방전>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가 서툴고 버거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나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그림 처방책이다. 2015년, 그림으로 소통과 변화의 힘을 전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그림의 힘>의 저자이자 트라우마 전문가, 미술치료계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선현 교수가 20년 넘게 미술치료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55점의 그림을 통해 독자들의 심리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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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미술관>에 이어 또 그림 관련 책을 신청했다. 그림, 즉 미술은 그 어느 분야보다 내가 잘 모르고 무지하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니까 알고 싶다는 욕구에 펼쳐들고 말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난 번 읽었던 책과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컸으니 비슷하지 않은, 색다른 도전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책 <치유미술관>은 그림을 통해 ‘화가’들의 삶과 심리에 집중하였다면, 이번 책 <그림처방전>은 똑같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화가가 아닌 그 그림을 감상하는 ‘나’에게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그 그림에 대한 어떠한 지식 없이도, 나의 내면과 심리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림으로 ‘처방’하는 법


 

‘그림처방전’, 제목부터 다시 살펴보고 싶다. 한눈에 봐도 미술심리치료에 관련한 내용일 것 같다. 그런데, 여러분은 ‘미술심리치료’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떠한 행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사실 나는 그림을 ‘감상’하기보다는 직접 ‘그리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갖가지 도형과 색채, 그리는 위치 등에 기반하여 그 사람의 심리를 예측하고 알맞은 처방을 내리는 것 말이다.

 

어찌 됐든, 직접 그림을 그리는 심리치료는 그 사람의 행동에 근거한 치료법이다. 반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어떤가? 단순히 어떠한 그림에 눈길이 머물렀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심리를 예측할 수 있을까? 타인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하물며 그림을 그리는 심리치료법 또한 실제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100% 맞히는 것은 아니니, 그 어떤 대단한 심리치료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가능하다. 그림을 그리든, 그림을 감상하든 주체자인 ‘나’, 나의 내면과 심리에 오롯이 집중한다면 나도 몰랐던 나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알게 된다면 허기지고 결핍된 심리를, 마음을 채울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림도, 행위도 아닌 결국 ‘나’이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려는 첫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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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그림처방’의 시작


 

일상생활 속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미술관에 가면 흔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바로 특정 그림 앞에서 오래, 아주 오래도록 서서 한 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그림을 ‘음미’하는 것 같다. 유명 화가의 유명 그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셈이다.

 

가끔은 묻고 싶었다. 이 그림 앞에서 그토록 오래 서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이 그림이 대체 당신의 어느 감정을 움직였기에 홀로 다른 차원에 서 있는 사람처럼 꼼짝도 않는 것이냐고. 그에 대한 대답은 제각기 다를 테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똑같다는 걸,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공감’이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에, 이 그림에 담겨진 이야기와 인물들의 심리에 공감했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때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대사도, 설명도 없는 정적인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아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만드는’ 것이었다. 그림 속 인물의 사연을 추측하고, 그에 자연스레 이입하며 마침내 공감하게 되는 것. 공감을 한다는 것은 나 또한 그/그녀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뜻이니, 비로소 내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그림처방’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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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길이 머물렀던 그림,

샤갈의 <생일(Birthday)>.

나는 어쩌면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그림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여전히 미술관에 가면 바보가 되고, 그림을 단순히 눈으로만 훑고 나오기 일쑤다. 책을 좀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저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의 감상이 조금 더 깊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오롯이 나의 마음에 집중하여, 그림을 마음으로 보는 날이 도래할 때까지.

 

*

 

 

그림 처방전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글 : 김선현

쪽수 : 264쪽

판형 : 150*210(mm)

분야 : 국내도서>인문>심리>카운셀링/심리치료

출간일 : 2019년 11월 06일

ISBN : 978-89-6833-234-0 (03180)

가격 : 17,500원

출판사 : 블랙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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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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