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장을 쓰는 법 - 문장의 일

글 입력 2019.12.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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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문장의 일』이라는 책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미가 당길만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이 책의 영어 제목은 더욱 직관적이다. 'How to Write a Sentence', '문장을 쓰는 법'이라.


제목에 아주 충실하게 이 책은 문장을 쓰는 법에 대해 설명해준다. 정확히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법 더 나아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설명해준다. 결코 얕지 않다. 오히려 읽기 어려울 정도로 문장마다 아니 단어마다 개념과 정보를 꾹꾹 눌러 담았다. 나에게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욕심이 나는 책이었고, 내 책장에 계속 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사실 요 근래 나의 글쓰기는 슬럼프에 가까웠다. 글을 쓰려 자리에 앉으면 설렘보다 부담감이 더 컸고, 글을 하나하나 완성할 때마다 뿌듯함보다 아쉬움이 더 남았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은 그저 글이 좋아서 어떻게든 여기저기에 한 글자 두 글자 적기 시작한 이보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이에게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쓰면 쓸수록 나보다 더 나은 글들이 더욱더 많이 보이고, 그럴수록 자신이 작아진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도 글쓰기 슬럼프-부담감에 대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실제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 전해주는 창작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볼 수 있다.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닐 테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공감과 위로가 될지언정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않기에, 지금 나의 상태는 뭐랄까, 어딘가로 나아가야 하는데 대체 그럼 어떻게?라는 질문을 허공에다 대고 던지는 상태였다.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찰나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문장의 일_표지입체_띠지.jpg

 

책의 첫인상은 '저자가 문장덕훈데?'라는 생각이었다.

"미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기쁨과 경외감"
"문장이 주는 기쁨과 문장의 기교"
"위대한 문장"

모두 문장에 대한 표현들이고 이 표현들은 무려 한 페이지에 등장한다. 그렇다. 이 사람은 찐이다. 게다가 문장을 사랑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잘 안다. 단어와 단어 간의 배열과 조합에 의한 미묘한 차이와 시너지를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가!)

인터넷에 떠돌던 고전 유머 짤 중 하나에서 다 다른 색감의 빨간 립스틱을 남자들은 같은 '빨강'으로 본다는 것처럼,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그냥 다 똑같은 '문장'에 불과하지만 이 책의 저자에겐 문장은 다 같은 문장이 아니다. '탁월한' 문장을 발견하는 눈을 가진 이가 말하는 '문장을 쓰는 법'은 간단하게는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거나 내 글을 쓰거나 '분석'하는 것. 좋다면 이 문장이 왜 좋은지, 별로라면 이 문장이 왜 별로인지, 단어와 단어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세세하게 분석해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문장을 만드는 일은 문장을 이해하는 일이고 이는 다시 문장을 감식하는 일이다. - 230p
 

문장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분석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책에는 아주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종속 형식, 병렬 형식, 풍자 형식과 같은 문체 형식이 문장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와 문장에 있어 '내용'과 '형식'이라는 2가지 요소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기본적으로 추상적인 느낌이나 딱딱한 이론만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실제 사례들과 쉬운 비유에 약간의 위트까지 더해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쉬운 책이라는 건 아닙니다.)

인상 깊었던 건 책에 담겨있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방법만큼이나, '글쓰기 방법'과 '문장'에 대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대표적이었던 게 2장 부분이었다.

여기서 이 책의 저자인 스탠리 피시는 학자들은 문법 학습과 연구가 글쓰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실험 결과를 내고 있지만, 그렇기에 문법과 형식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형식-문법-지식의 양이 반드시 좋은 문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요리를 잘하기 위해선 식재료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지만, 그 지식만으로 요리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지식은 언제나 탄탄한 실력의 좋은 재료가 된다. 식재료에 대한 지식만으로 요리를 할 순 없지만, 요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한 것처럼, 문장의 형식과 논리가 좋은 글을 쓰는 데 있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 부분이 형식과 문법을 상대적으로 간과했던 나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글쓰기 슬럼프에서 바로 빠져나올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꾸준히 완성된 작품을 내는 어느 화가도 그림을 그릴 때마다 매번 "나를 짜내는" 느낌이라 하는 거 보면 애당초 이 슬럼프는 슬럼프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조금은 막막했던 내 글쓰기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참고서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다. 더불어 마냥 막막하고 부담스럽다고 여기기만 했지 붙잡고 "그럼 어떻게? 왜?"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던 나에게 아주 좋은 생각의 재료도 될 듯하다.

부담감보단 일종의 자극을 주는 글쓰기 책.

글쓰기 책에 대한 이보다 더 좋은 수식어가 있을까 싶다.
 
 
어느 날 길에 모인 명사들.
형용사 하나가 지나간다. 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
명사는 충격과 감동으로 변화를 겪는다.
이튿날, 동사가 이들을 몰아 문장을 창조한다.
 
- 케네스 코치, 「영원히」 (1960)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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