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을 살아가는 여행자에게 - 최인 'traveler'

인생의 여정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최인.
글 입력 2019.12.01 01: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공연자료사진1-2.jpg

 

 

지난 23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최인의 기타 리사이틀 연주회가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 무대 위의 의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넓은 무대를 혼자서 채우는 것이 두렵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잠시 후, 최인 연주자가 기타를 들고 수줍게 등장하였다. 사진으로만 그를 접했던 나는, 연주하는 모습이 매우 진지하고 엄숙해서 실제로도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본 그는, 수줍게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연주회를 진행하였다.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 그는, 공연에 대해 잠시 설명하고는 기타를 잡고 연주를 시작하였다. 곡마다 곡에 대한 최인의 설명을 듣고, 바로 연주를 시작하는 식으로 공연은 진행되었다.연주는 각각 1부와 2부로 진행되었고, 순서와 곡명은 다음과 같다.

 

 

1부

산-바다

석풍수

바람과 나

 

2부

공간 1-2-3

Blue Hour

함께..

To the unknown land...




1부


 

- 서 : 첫 번째 연주곡인 서. 사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데, 이 곡은 이번 공연의 첫인상과 같은 곡이다. 이 곡을 처음에 듣고, 나는 그의 연주에 빠져들 준비를 이미 마쳤다. '서'는 동양문화의 서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사실 클래식 기타 하면 동양보다는 서양의 느낌이 강했는데, 클래식 기타로 동양문화의 서를 연주하니 굉장히 색다르고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 산, 바다 : 그에게 산이란 힘들지만 계속 올라야 하는 곳, 바다는 힘들거나 괴로울 때 찾는 곳이라고 했다. 각각 연주를 듣고, 산과 바다가 마치 내 눈앞에 있는 듯했다. 산을 오를 때, 매우 지치고 힘들지만, 막상 오르고 나면 그 기분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다. 마치 그의 연주 또한 이런 산을 오르는 과정, 우리가 고난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듯하여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바다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잔잔하게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석풍수 : 일본 건축가 이타미 준, 유동룡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 그의 전시회를 보고 너무 많은 영감을 받아 제주도에 있는 석풍수박물관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딱 듣자마자 바람과 바람, 물이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고 동양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서'와 마찬가지로 그가 기타로 연주하는 동양적인 느낌이 너무 좋았다.

 

- 바람과 나 : 그가 배를 탔을 때, 역풍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한다. 바람이 그를 향해 불어올 때는 배가 앞으로 갈 수 없을 것 같지만, 역풍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생 또한 순간순간 바람을 느끼며 변화에 적응하며 앞으로 역풍처럼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에서 작곡을 하였다고 한다. 정말 연주를 듣는 내내, 알 수 없는 힘에 밀려 떠다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2부


 

- 공간 1-2-3 : 이 곡은 베이시스트 조용우와 함께하였다. 그들은 세 곡을 연달아 연주하면서,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고, 베이스 기타의 웅장한 느낌이 곡의 색채를 강하게 살려주었던 것 같다.

 

- Blue Hour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곡 중 하나이다. 일단, blue hour라는 단어의 뜻은 해가 지고 나서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까지의 시간을 말한다고 한다. 나는 해가 지고 나서 어두워지기까지의 풍경과 느낌, 공기를 매우 좋아했는데, 이런 단어가 있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다. 보통은, 해가 떠 있을 때의 그 환하고 밝은 시간을 좋아하지만, 나는 해가 지고 어둠이 오기 전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이 때는, 가장 아름다운 색을 볼 수 있고,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곡을 통해 아름다운 노을에서 사라진 빛과 사라졌지만 아름다운 어떤 것에 관한 시간을 노래한다. 이 시간은 우리를 사색하게 하고, 때론 누군가를 기억하게 한다.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며, 지금은 곁에 없지만 소중했던 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 함께... : '함께'라는 단어는 그에겐 때론 사랑이나 희망 같은 것들보다도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단어라고 한다. 이 곡은 어려운 걸음을 함께 가는 동반자들의 소중함에 대한 감사를 담은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앞의 곡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대중적이고 리드미컬한 느낌이 많이 들었던 곡이다. 나도 이 곡을 들으며 함께임에 감사하고 소중한 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 To the unknown land.... : 마지막 곡, 끝나감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 베이시스트 조용우가 다시 한번 함께했다. 인생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여정이다. 기대와 실망, 갈등들은 어디에서나 도사리고 있고 그곳에 다다르더라도 얼마 동안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그 고민에 대한 곡이다. 연주회의 마지막 곡이지만, 우리의 여정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느낌이 들었던 곡이다. 나의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연주할 때, 공연장과 관객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으로 기억된다는 그의 말이 인상 깊었다. 앞의 풍경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아내려는 듯한 따뜻하지만 곧은 그의 시선. 연주가 끝나고는 나에게도 그의 연주가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최인은 곡을 연주하기 전에 코를 한번 쓱 만지고 연주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공연 후반부에 가서는, 그가 코를 쓱 만지면, 나는 연주에 몰입할 준비를 하였다. 또한, 기타를 마치 자식처럼 감싸 안으며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traveler'는 단순한 기타 연주회가 아니었다. 그는 기타를 품에 안고 인생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와 관객들, 그리고 공연장이 하나의 인생의 여정으로 느껴졌다. 함께 인생이란 길을 여행하는 우리 여행자들에게, 최인과 그의 연주가 때론 공감과 위로를, 때론 조언과 충고를 하며 함께하고 있었다.

 

그는 '바람과 나'에서 역풍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연주회의 마지막에서는 자신은 순풍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인생에 역풍이 가득하고, 우리는 부딪히고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자신은그런 세상에 순풍이 되고 싶다는 그. 그날 그의 연주는 나에게 순풍이었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많은 고난과 시련이 있겠지만, 따스한 그의 연주를 들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윤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