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순풍이 되리라 - 최인 기타 리사이틀 Traveler 리뷰

우리 모두의 이야기, 클래식 음악
글 입력 2019.11.3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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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 날이 풀려 적당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이 공존하는, 그런 날이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 왠지 특별한 날인 듯 기분 좋은 따뜻함을 선물해주었던 그날의 하늘을 그의 기타 연주가 담고 있었다.

 

‘클래식 기타’라는 악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그렇다. 왠지 모르게 사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감싼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최인‘은 그 힘과 부드럽지만 뚜렷한 그의 주관을 더해 그날을 연주에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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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주가 따뜻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공연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빼놓을 수 없다.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와 발 받침대가 소박했다. 자연스레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 위에 털썩 앉아 편한 자세를 잡고, 꾸며내지 않은 본연의 말투로 일기를 읽어주듯 곡을 소개한다. 그로 인해 형성되는 분위기가 모든 사람들을 쉽게 미소 짓게 하며 그들의 마음을 연다.
 
소박했기 때문에 편할 수 있었을 테고, 편했기 때문에 더욱 따뜻할 수 있었으리라.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좋은 특유의 미소와 차분히 이어가는 소통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음악으로 이어지며 그 힘이 더해졌다. 바이올린처럼 화려한 고음을 자랑하거나 목관악기처럼 웅장한 소리를 낼 수는 없어도, 기타는 그 만이 갖는 독보적인 청명함과 부드러움을 표현한다. 크지 않은 소리였으나, 독보적인 그 음색이 공연장 전체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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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기타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콘트라베이스’의 무게감 있는 음색도 그의 연주에 매력을 더했다. 콘트라베이스에는 베이시스트 ‘조용우’ 연주자가 함께했는데, ‘공간 1,2,3’, ‘to the unknown land’의 두 곡에서 최인과 합을 맞췄다.
 
항상 오케스트라 뒤편에서 저음을 내어주던 콘트라베이스가 그 어느 소리에도 묻히지 않고 그만의 색을 그리는 모습이 낯설기도, 반갑기도 했다. 본인은 원래부터 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을 좋아하고 그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특히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to the unknown land'에는 그 위로가 묵직하게 담겨 여운이 깊게 남았다.
 
이 음악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악기들의 음색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음악적 표현들을 빼놓을 수 없다. 본인이 언급한 현대적인 음악 표현이란, 선율이나 리듬으로만 음악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시야를 넓혀 타 소리들 또한 음악으로 연결하는 모든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의 연주에서 기타와 콘트라베이스는 현을 튕겨 연주하는 일반적인 연주법뿐 만 아니라, 콘트라베이스와 기타의 몸통을 치며 타악기처럼 이용하기도 하고 콘트라베이스의 활을 이용해 색다른 소리를 탄생시킨다.
 
이런 기법들은 현대에 올수록 클래식 음악에 흔히 쓰이는 음악적 표현법으로 작곡자 및 연주자의 창의성 범위를 넓힌다. 귀를 기울이게 되는 그 소리들이 감미로운 그들의 음색을 반전시키며 그저 단조롭기만 한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색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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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의 음악은 여러 음악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보다 깊은 최인의 주장이 심어져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사람‘에 관한 것이라 했다. “그냥,, 사람에 대한 음악입니다.”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참 따뜻해서 ‘힐링’이라는 단어가 연주 내내 떠올랐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곡들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사람을 위해 이야기한다. 각 곡마다 의미하는 바가 깊숙이 담겨 감미로운 모습으로 사람을 표현해낸다. 최인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선율을 따라 흘렀고 이는 듣는 이들의 마음속에 ‘힐링’으로 깊이 자리 잡았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의 힘은 무궁무진한 예술가의 주장과 해석에 있다. 마치 최인이 음악에 여러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정말 다채로운 여러 주제로 모든 것을 표현해낸다.
 
그 다채로운 주제에 듣는 이들의 자유로운 해석이 더해지며 클래식 음악의 진정한 매력이 드러난다. ‘사람’에 대해 작곡된 곡에 어떤 사람을 상상할지는 듣는 이들의 자유인 것과 같이, 클래식 음악 연주에는 음악가와 듣는 이들의 자유가 함께 담긴다. ‘음악’은 추상적인 예술이다. 추상적이기 때문에 정해진 선이 없고, 선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다. 한계 없는 그 음악에 마음을 열면, 이전보다 깊고 넓은 자유를 얻는 것과 같다.
 
클래식은 흔히 낯설고 어려운 음악이라고 치부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알고 싶은 음악이라 이야기되기도 한다. 이를 다시 이야기하자면, 정해놓은 선이 없고 정해진 특정 대상이 없어 그 범위가 크게 느껴질 뿐, 그 범위가 큰 만큼 모든 사람들을 특정 타깃 층 없이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음악 ‘클래식’이 아닌 다수를 아우를 수 있는 ‘클래식’으로 시선을 옮겨본다면, 모든 이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에는 듣는 이들 모두에게 자유로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선물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그들만의 ‘사람’을 선물한 최인은, 청명한 기타 선율로 공연장을 가득 매우며 말했다. “저는 순풍이 되어주기로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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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연주되었던 ‘바람과 나’의 곡에 그의 신념을 담아, 순간의 바람을 느끼며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그 어려움과 사람들을 이야기한 음악으로 탄생시켰으며 이는 역풍에도 나아가야 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 불안함을 담았다. 주위의 거센 바람과 같은 상황에 또는 사람에, 본인의 길을 의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부드러운 바람과 같은 위로가 되기를 바랐던 연주였다.
 
이에 그는 ‘순풍’이 되기로 다짐했다고 했다.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는, 우리의 주변에는 역풍이 넘쳐나니 본인이라도 순풍이 되어 부드럽게 뒤를 밀어주겠다고 말이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각색의 불안들과 걱정들이 그의 음악으로 위로를 얻었으리라. 그의 따뜻한 선물이 클래식 음악에 담겨, 우리들의 마음에 순풍이 이렀다.
 
 
-프로그램-
 
<1부>
산,바다
석풍수
바람과 나
 
<2부>
공간 1,2,3
Blue Hour
함께...
To the unknown land...
 
작곡 및 연주: 최인 / 더블베이스: 조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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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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