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삶을 노래하는, 조성호 클라리넷 리사이틀 "ARIA"

글 입력 2019.11.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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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클라리넷리사이틀_ARIA_포스터 FINAL.jpg

 

 

벌써 2019년도 끝에 다다랐다. 코 끝에 와닿는 겨울냄새와 살을 에는 듯 저며드는 바람이 마치 한 해를 잘 마무리 지으라는 종용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올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런 멋진 무대로 어떤 공연이 좋을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흥미로운 공연이 있었다. 바로 목프로덕션의 주최로 열리는, 조성호 클라리넷 리사이틀이다.

 

개인적으로 클라리넷 리사이틀을 안 간지 오래 되었기에 이 공연이 눈에 들어온 것도 있긴 하겠지만,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이기에 이 공연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는 도쿄필 클라리넷 수석이 아닌가. 그가 해외무대에서 오랜 시간동안 갈고 닦은 내공을 눈앞에서 목도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이번 리사이틀 무대가 매우 궁금해졌다.

 

프로그램을 보면 기대감은 배가된다. 왜냐하면 이번 무대는 '아리아'라는 부제와 어울리는, 오페라 아리아 선율들로 만들어진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 레퍼토리들을 선택한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의 현 소속인 도쿄필은 연중에도 다수의 오페라 작품들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그런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수석주자로 활동하며 여러 오페라들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흐름을 이끌어왔을 조성호가 홀로 선보일 서사는 어떤 것일지 기다려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P R O G R A M

 

루이지 바시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주제에 의한 디베르디멘토
Luigi Bassi  Divertimento from Verdi's ‘Il Trovatore’

 

카를로 델라 자코마  푸치니의 ‘토스카’ 주제에 의한 환상곡, 작품 171
Carlo della Giacoma  Fantasia on Puccini’s ‘Tosca’, Op.171

 

루이지 바시  베르디의 ‘리골레토’ 주제에 의한 환상곡
Luigi Bassi  Fantasie brillante on Verdi’s ‘Rigoletto’

 

- I n t e r m i s s i o n -

 

도나토 로브렐리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주제에 의한 환상곡, 작품 45
Donato Lovreglio  Fantasia on Verdi’s ‘La Traviata’, Op.45

 

카를로 델라 자코마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주제에 의한 환상곡, 작품 83
Carlo della Giacoma  Fantasia on Mascagni’s ‘Cavalleria Rusticana’, Op.83

 


 

 

이번 무대의 프로그램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두 오페라 원작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원래 오페라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클라리넷은 아주 많은 역할을 한다. 도입부에서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감정선이 넘나드는 순간에 이를 고조시키고 환기시키는 대목에 클라리넷의 개입이 항상 많기 때문이다.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는 이를 두고, 오페라 연주 시 클라리넷이 다른 파트악기들에 비해 가장 많은 악보 페이지 수를 보유한 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악기들보다도 부드럽고 온화한 음색을 지녔기 때문에 클라리넷이 그만큼 여러 상황을 묘사하는 데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오페라에서는 언어적인 표현 그리고 비언어적인 요소까지 포함하여 일련의 감정들이 전달되는 데 반해 이번 무대는 오로지 악기 소리만으로 전달한다.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언어를 담은 육성이 더해져 한 편의 대서사시를 풀어가는 게 원작의 표현방식이었다면, 이번 조성호 리사이틀에서는 이 모든 것을 온전히 클라리넷과 피아노만으로 전달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 되는 것이다. 화려한 분장을 한 사람도, 무대 장치도 없이 오롯이 악기만으로 모든 드라마를 담아내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오페라 연주를 통해 내공을 쌓았을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에게는, 절제된 상태에서도 극에 달하는 서정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개인적으로 이번 무대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무대의 오페라들이 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본 작품이 없다는 데 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제외하면, 모두 너무 익숙하게 들어와 이미 보고도 남은 것 같은 작품들이다.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푸치니의 토스카는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도 타이틀 정도는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작품들이다. 제목과 줄거리까지 생소한 것이 없다. 그리고 모든 아리아를 알지는 않아도 유명한 아리아들은 한 번씩 다 들어보았다. 비극으로 끝나는 이 오페라들의 공통점이,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골고루 담고 있다는 것까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가 찾고 있는 관객이 나같은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페라의 스토리를 모르던 관객들도 자신의 연주를 통해 오페라 선율이 지닌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줄거리와 극의 흐름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오로지 텍스트로만 이해하고 있는 나와 같은 관객에게,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는 그 온유한 음색으로 설렘과 기쁨, 분노와 절망 이 모든 일련의 감정들을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각 작품에서 집약된, 가장 인간다운 세계를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맛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이번 무대가 인생을 노래한다는 점 역시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삶은 고요하기보다는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럽다. 그래서 활기차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냉정을 되찾고 차분하게 판단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순간에는 말없는 고요만이 우리의 유일한 필요가 된다. 바쁘게 달려왔지만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 시간들을 반추하기도 하고 타인의 삶에서 자극을 받기도 하되 그 속에서 위로까지 받을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귀한 순간일까. 말 없는 고요 속에서 울려퍼질 삶의 노래가 나에게는 올해를 마무리짓고 내년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될 것 같았다.

 

 

Sungho Cho_01-13440_ⓒJino Park.jpg

ⓒJino Park

 

 

2017년부터 세계적인 도쿄필에서 클라리넷 수석주자, 그것도 종신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는 선화예중, 고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오광호를 사사하였다. 이후 도독한 그는 한스 아이슬러 대학에서 디플롬과 마스터 과정을 수료하였다. 이미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 있는 그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평찬대관령국제음악제 등에 초청받아 국내 무대에서도 세계적인 실내악 거장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 바 있다. 2018년 4월 IBK챔버홀에서 솔로 리사이틀을 개최했던 그는 1년 6개월 여만에 다시금 국내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꾸민다.

 

이번 리사이틀에 조성호와 함께 무대를 꾸밀 피아노 연주자는 바로 피아니스트 김재원이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한 김재원은 금호영재 독주회, 아시아 그랜드 피아노 콘서트 등의 독주 무대도 가졌으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아르떼심포니 등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도 협연 무대를 꾸몄다. 특히 그는 실내악 무대를 꾸준히 가졌는데, 국내외 굴지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매해 최소 100회 이상의 실내악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 조성호 리사이틀에 이어, 이번에도 김재원은 조성호의 무대를 함께 꾸밀 예정이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다른 어떤 장치도 없이 오로지 악기의 소리만으로 밀도있게 풀어낼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의 이번 리사이틀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19년 12월 13일 (금)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클라리네티스트 조성호
피아니스트 김재원
 
R 40,000  S  30,000
약 7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MOC프로덕션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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