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겨울은 코끼리와 함께 - 연극 '엘리펀트 송' [공연]

크리스마스에 울려 퍼지는 코끼리의 노래
글 입력 2019.11.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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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계절이, 시간이, 순간이 촉발제가 되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을 제법 자주 마주한다. 공연을 좋아하게 된 뒤로는 그런 상황을 더욱 자주 맞닥뜨리는데,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그리워지는 작품이 마구 생겨났다. 연극 ‘엘리펀트 송’ 역시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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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엘리펀트 송’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의사 로렌스, 그를 찾아 나선 병원장 그린버그와 간호사 피터슨, 그리고 로렌스와 마지막으로 상담을 했던 환자 마이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무대 위에는 그린버그, 피터슨, 마이클과 코끼리 인형 안소니가 등장한다. 그린버그는 마이클에게 로렌스의 행방을 묻지만, 마이클은 코끼리 이야기만 늘어놓으며 알쏭달쏭한 대화를 이어간다.


극의 배경은 크리스마스. 누구에게는 사랑이 넘치는 휴일이지만 누구에게는 그저 춥디추운 한겨울 하루일 뿐이다. 어쩌면 평소보다 배는 더 추울지 모르는 겨울날. 세상에 넘쳐나는 사랑 탓에 외로움만 자라나는 12월 말. 그런 모순적인 하루를 배경으로, 극에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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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상실을 겪고 나서도 또 다시 사랑에 빠지곤 한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이유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자처하기도 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몇날 며칠을 앓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독특한 감정이 사랑이 아닐까 싶다.


연극 ‘엘리펀트 송’이 주목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 사랑에 실패하는 것. 미로처럼 얽힌 스토리를 따라 가다 보면 결국은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인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처음 이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 제목부터 소개 문구, 시놉시스까지 모든 것이 독특해서 극의 정체가 궁금했다. 코끼리? 진실? 실종? 어떠한 극이겠다, 하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어 ‘혹시 코끼리 이야기인가?’ 했을 정도였다. 원래 극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극장에 가는 것을 선호했던 터라 후기도 읽지 않고 바로 표를 예매했었다. 표를 구매하게 만든 원동력은 단 한 문장이었다.

   

 

"안소니가 사랑한대."

 

 

별다를 것 없는 이 평범한 문장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했다. ‘사랑한다’, ‘사랑해’가 아니라 ‘사랑한대’로 서술되는 문장이 낯설어서 극을 보러 갔다. 단지 그 이유였다.


연극 ‘엘리펀트 송’을 정의하는 가장 좋은 문장이 바로 저 대사다. ‘사랑한대’로 끝마치며 은근슬쩍 진심을 감추어버리는 것. 그 어떤 감정보다도 흔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이 극이 특별함을 잃지 않는 이유도 이것이다. 미스터리로 가득 찬 실종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다 찾아내는 진실이 바로 사랑이라는 이유에서 이 극은 특별해진다.


연극 ‘엘리펀트 송’은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연극에서는 마이클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여 밀도 있는 서사를 선보인다. 로렌스와 마이클의 미스터리한 관계, 그리고 이 관계를 파헤치려는 병원장 그린버그, 마이클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깊게 이해하는 간호사 피터슨까지, 모든 이야기는 마이클로 수렴된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점차 마이클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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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만난 뒤로 겨울만 되면 ‘엘리펀트 송’이 떠오른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이 되면 더욱 이 극이 그리워진다.

 

두 번의 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돌아온 ‘엘리펀트 송’이 너무나 반갑고, 그 따뜻한 감성과 마음 아린 서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돌아왔을지 기대도 된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한 조건처럼 자리 잡은 ‘엘리펀트 송’. 이번 크리스마스도 작은 코끼리 인형과 보낼 준비를 한다.

 

 

시놉시스

 

"진실은 곧 알게 될 거예요."

 

캐나다 브로크빌의 한 병원.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두고 의사 로렌스가 돌연 사라져버린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환자 마이클의 증언뿐. 병원장 그린버그는 행방의 단서를 찾기 위해 마이클을 찾아오지만, 마이클은 수간호사 피터슨을 경계하며 알 수 없는 코끼리 얘기만 늘어놓는데...

 

치밀하게 엇갈리는 세 사람의 대화가 가리키는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

 

 


 

엘리펀트 송
- 마침내 마주한 진실 -


일자 : 2019.11.22 ~ 2020.02.02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오후 2시, 5시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3관

티켓가격
전석 55,000원

제작
나인스토리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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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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