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의 풍경이 되다 - 최인 기타 리사이틀

11.23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글 입력 2019.11.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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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기타 독주회라니, 난생처음 접해보는 장르의 공연에 혹여나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을 살짝 안고 언니와 광화문으로 향했다.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았는데, 아담하게 꾸며진 무대와 객석이 마치 연주자의 아주 작은 소리까지 관객에게 전달해주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 의자 하나와, 한 쪽 발을 걸칠 수 있는 작은 발돋움 대만으로도 소소하고 담백한 연주회가 진행될 거라는 것이 짐작이 갔다.

 

연주회는 하나의 작은 콘서트 같았다. 한곡 한곡 연주를 시작하기 전, 곡을 만들 때의 마음가짐, 곡을 만든 이유 등 세상에 하나뿐인 사연들을 소개해주었는데, 소개된 사연들은 저 멀리 동떨어진 어느 예술가의 삶이 아닌, 살면서 한 번쯤은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을 담은, 우리네 삶을 녹여낸 이야기들처럼 느껴졌다.

 

어느 예술가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쓴 곡부터, 어려운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들에게 바치는 곡까지.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의 말과 선율 속에서, 최인이라는 기타리스트의 삶,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이 기타의 선율을 통해 느껴지는 듯했다.

 

무대와 객석과의 거리가 가까웠기에, 기타의 정말 섬세한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 기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화려하게 형용할 수는 없지만, 기타줄을 짧게 당겨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었고, 기타의 나무 부분을 손으로 쳐서 드럼처럼 느껴지는 소리도 있었다.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느껴지는 여유랄까, 분명히 기교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곡 안에서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공연자료사진1-2.jpg


 

"저한테 음악은 하나의 풍경이에요."

 

 

최인은 음악을 하나의 풍경이라고 소개했다. 무대에서 기타를 들고 자신이 만든 곡을 연주하고, 청중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는 것, 그것이 하나의 풍경이고 그것이 음악이라고 말했다. 대체 음악을 얼마나 사랑해야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싶었다. 동시에, 오늘 여기 앉은 나 또한 풍경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공간 1-2-3이라는 곡과 To the unkown land...라는 곡에서는 콘트라베이스도 함께했다. 나는 이 두 곡에서 적잖이 당황했는데, 음악이라는 것이 청각적으로만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콘트라베이스는 정말 큰 악기였다. 한 손에 들고 연주할 수 있는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와는 다르게 거대한 악기를 다루기 위해 체중을 실어 온몸을 흔드는 연주자의 모습이, 하나의 또 다른 악기처럼 느껴졌다.

 

또한 콘트라베이스는 묵직하고 울림 있는 저음의 악기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To the unknown land...라는 곡을 들었을 때, 더블베이스에서 줄과 맞닿는 부분을 손을 이용해 끌어올리듯 연주해 갈매기 소리와 같은 특이한 선율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정말 주제와 걸맞게, 알 수 없는 어느 land에서 (예를 들면 고립된 섬)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고난과 역경들을 헤쳐나가는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다.

 

 

<1부>
 

산, 바다
석풍수
바람과 나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2부>
 
공간 1•2•3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조용우
 
Blue Hour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함께...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To the unknown land...
작곡 최인 / 연주 최인, 조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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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시스트 조용우

사진출처 THE HOUSE CONCERT

 

 

공연이 끝나고 나서 보니 공연장 밖에서는 엽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메일 주소를 적으면, 최인 기타리스트가 직접 찍은 사진엽서를 받을 수 있고, 메일을 통해서 세종문화회관의 연주 소식, 실황 음원을 받아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이메일을 적어낼 때쯤에는 엽서가 동나서 받아볼 수 없었지만, 단순히 연주회를 보러 온 관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통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소통에 참여함으로써 정말 그가 말하는 풍경이 된 것 같아 좋았다.

 

다음에도 또 그의 풍경이 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공연자료사진3.jpg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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