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추억이 머무는 그 곳으로

1991년 어느 날, 친구들과 들뜬마음으로 소극장에서 김광석의 숨고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앉아있었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아무런 음향시설없이 기타하나와 그의 목소리로 만들어가던 그 음악. 그 공간을 가득채운 것은 사람을 울리는 전율이었고 거기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광석의 LP나 테입, cd를 사고, 따라 부르고, 여러 악기를 배우는 과정에서도 그의 노래를 한번씩은 접하게 되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그가 부는 하모니카의 구슬픈 리듬과 덤덤한 가사에 맴도는 아련함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곤 했을 테지요...그 시대를 함께 했던 공감대였을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대구에 김광석 추모거리를 거닐어 보아도, 여러 음원들을 통해 그의 노래를 듣고 흥얼거려보아도 부족한 무언가가 있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필자에게는 소극장이 주는 공간의 호흡인거 같습니다.
그 아쉬움의 소리들이 모여 탄생한 것이 김광석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입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15일 개막해 내년 1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된다는 소식에 필자는 17일에 달려갔는데요, 가득찬 객석의 대부분이 80~9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였습니다.

지난 2012년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 처음 시작돼 2013년부터 매년 대학로에서 2개월 이상 장기 공연을 하며 인기를 모았고, 지난 7년 동안 소극장 뮤지컬로서는 드물게 누적 관객 13만 명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스테디셀러 소극장 뮤지컬로 자리를 잡고 있답니다.

배우 하나하나의 실력은 물론이고 그들의 호흡이 놀라울만큼 잘 맞아서 개막한지 이틀만에 전석 매진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박형규 배우가 품어내는 음악의 깊이는 얼마나 김광석을 노래했을지가 전해졌습니다.
박두성, 황려진, 언희 배우가 풀어내는 인물들은 그때 그시절 우리 가까이 보았던 지인들을 떠올렸고, 특히 어색함 없이 관객을 무대로 초대하는 박신후 배우의 놀라운 친화력과 무대매너에 박수가 저절로 나왔고, 김광석을 그리워하며 한곳에 모인 공간였던 만큼 두시간이 넘게 그의 노래로 이어간 배우들 모두에게서 김광석을 추억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먼저 떠난 사람이 남긴 추억은 가진자들이 누리는 행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에 등떠밀려 사는 현대인의 한사람으로서, 문득 내가 떠난 자리에 남을 추억들이 무엇이고 그 추억안에 어떠한 사람으로 기억될지 생각해보며 리뷰를 마칩니다.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