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행복한 삶이란?

모리스 할머니를 통해 배우는 행복의 삶
글 입력 2019.11.25 13: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평면_띠지있음.jpg

 

 

그리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숫자가 올라갈수록 나의 불안감과 좌절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세상에서 정해놓은 어떤 기준 때문에, 도전 앞에서 나는 항상 망설였고 ‘나이’는 항상 내 발목을 잡았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어쩌다 보니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고, 치열한 입시 끝에 성인이 된 나는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지만, 이미 늦었다는 생각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2년 전 문득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어져서 문화센터에 그림을 배우러 간 나는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강의실에는 내 또래의 사람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훨씬 더 많았고, 그분들의 그림은 정말 멋있었다.

 

나에게 아직 젊다며, 본인은 60대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신 할머니, 꾸준히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고 계신다는 할머니, 10년 동안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는 할아버지, 나는 그곳에서 나이로도 막내였고, 그림으로도 막내였다. 나는 내가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늦은 것이 아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남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내 삶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게 진정한 삶의 행복이라는 걸 그분들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았던 분이 여기 또 계시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라며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모리스 할머니. 그녀의 삶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볼 수 있었다.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그녀의 원래 이름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그녀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이다. 그녀는 76세라는 절대 적지 않은 나이에 붓을 들기 시작했고, 그림을 그린 지 5년 만에 단독 전시를 열어 데뷔하였다. 100세에는 세계적인 화가가 된 그녀는 놀랍게도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는 작은 시골 농장에서 생활하며 버터를 만들고 양초와 설탕을 만들어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치열하게 노력했던 그런 평범하지만 성실한 여인이었다.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항상 기쁘고 좋은 일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적엔 이런 상상을 종종 하곤 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에게 다가온 현실은 낯설기만 했다.  인생은 항상 달 순 없는 것이었고, 단 것이 있으면 쓴 것도 번갈아 왔다.

 

모리스 할머니에게도 인생은 그러했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그런 삶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 노력했다. 어린 시절 처음 보았던 가장 무서운 폭풍우가 그녀의 마을에 들이닥쳤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 크게 잃는 게 있으면 작게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아마 아버지의 이런 말씀이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12살 토마스 화이트사이드 부부의 집에서 밥벌이를 위해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언뜻 보면 힘들기만 할 것 같은 생활을, 그녀는 오히려 세상을 배울 기회라며 즐겼다. 화이트사이드 부인이 그녀에게 여름 내내 성경을 읽어주면 골무를 주겠다는 말에, 그녀는 여름이 다 가도록 성경을 읽었다. 물론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럴 때면 당황하지 않고 건너뛰고 읽었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얻은 골무는 그녀의 자랑거리였고, 나중엔 손가락 관절이 나빠져서 골무를 낄 수가 없게 되었지만, 그 골무를 항상 간직했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어릴 적, 남자 형제 둘과 여동생 하나를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보내야 했다. 하지만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법이라며 그녀는 담담한 말투로 말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운명이라고 그녀의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우리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하지만 헤어짐에만 슬퍼한다면 그 사람과의 만남과 기쁜 추억들은 묻히고 만다. 모리스 할머니 또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그들을 보냈지만, 기쁜 추억들을 간직하며 또 살아간다.

 


17.jpg

 

 

그녀는 1887년 토마스 모지스와 결혼을 한 뒤, 남부로 이사를 헀다. 그 낯선 곳에서 그녀는 남편 토마스만을 의지하며 살기보다는 그녀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그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즐거운 일을 했다.

 

그녀는 직접 버터를 만들어 팔았고, 일이 잘 풀려 그녀는 소 두 마리의 값에 맞먹는 돈을 벌 수 있었다. 그 뒤, 어떤 이의 제안으로 그들은 큰 낙농장에서 버터를 만들어 팔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녀는 열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그중 다섯만 무사히 자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무덤을 만들어 주고 싶어 셰넌도어 밸리에 조그만 무덤 다섯 개를 남겨두고 떠났다.

 

 

"나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물론 나에게도 시련이 있긴 했지만, 그저 훌훌 털어버렸지요. 나는 시련을 잊는 법을 터득했고, 결국 다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후에 그녀는 이사를 했고, 도시 외곽에 자리한 농장을 얻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는 농장은 평화로웠지만, 일거리가 없었고, 그녀의 남편은 이웃 농장을 관리하면서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모리스 할머니는 토마스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감자 칩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 토마스가 주는 돈을 타 쓰는 것이 싫었고, 늘 자신의 힘으로 살고 싶고, 가만히 앉아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후, 이글 브리지에서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후에 눈보라가 거세게 부는 날 남편인 토마스도 떠나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털실로 그림을 수놓다가, 여동생의 제안으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뉴욕에서 온 어떤 수집가의 눈에 띄여, 첫 전시회를 열게 된다. 후에 상을 휩쓸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그녀가 그린 그림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이 한 문장으로, 우리는 모지스 할머니의 삶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는 듯하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인생이야 말로 우리가 가장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 아닐까?

 

 

 

 

[정윤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