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 잃은 직장인 [사람]

다시, 꿈을 찾아보자
글 입력 2019.11.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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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직장인을 꿈꾸다


 

나의 꿈은 직장인이다. 아니, 직장인이었다.

 

내가 속한 이 순수예술 분야에서 창작활동만으로 생을 이어나가려면 보통 깡을 가지고는 턱도 없다는 걸 알았기에, 일찌감치 취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가 21살, 대학교 2학년이었다.

 

 

"취업을 해야겠다."

 

 

취업을 목표로 한 이상, 나는 더 이상 느긋할 수 없었다. 학점에 목숨을 걸어야 했고, 방학이 다가오면 진로와 관련된 대외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생 커뮤니티를 수십 번 방문해야 했다. 자격증은 또 얼마나 알아봤는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하나하나를 지켜나갔다는 것이다. 뿌듯했다. 계획을 하나 지킬 때마다, 다음 계획의 크기가 더욱 커져 날 힘들게 한 것 빼고는..

 

그렇게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난 계획의 끝은 ‘기업에서 디자인팀이 아닌(미술 관련 취업이 아닌) 경영지원팀에서 인턴 해보기’였다. 그리고, 올해 8월로써 그 계획을 지켰다.

 



02 직장인이 되다


 

좋은 기회로, 6개월간 어느 외국계 회사의 마케팅팀으로 일하게 되었다. 비록 인턴이지만, 잠시나마 대학생활의 최종 목표였던 직장인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침 9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매일같이 7시에 일어나 지하철을 탔다. 오후 12시가 되면, 배가 고프든 안고프든 부서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갔고, 오후 6시가 되면 하루 종일 대화했던 노트북과 인사한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지하철에 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한다. 그래도 퇴근길은 부대껴도 즐겁다. 그렇다. 나는 정말 직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발표는커녕, 일개 인턴은 참석하지도 못할 회의를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2~3주간 공들인 프로젝트는 단지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직급이 높다고 열정도 높은 것은 아니었으며,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다. ‘주말을 위한 삶‘을 살게 되었으며, 그마저도 주말이 끝나면 찾아올 월요일이 두려워 울기까지 했다.

 

나의 3년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왔던 것일까? 내가 꿈꿨던 직장인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발표를 하는 사람? 해외로 잦은 출장을 가는 사람? 다른 기업과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따내는 사람? 어쩌면 내가 허황된 꿈을 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목표가 사라지자 나는 의지를 잃었다. 앞으로는 조금 덜 노력하고, 조금 덜 일찍 출근하고, 조금 덜 열심히 하자. 그럼 덜 힘들 거야.

 

나는 그렇게 다시, 그토록 무서워했던 ’꿈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03 새로운 시작


 

나는 다시 2학년이 되었다. 꿈이 꾸기 전으로 돌아갔다. 없어진 꿈에 대한 원망이나 후회는 없다. 3년간 꾸었던 꿈이 너무나도 빠르게 무너져버렸지만, 어차피 먼 훗날 직장인이 되었을 때 언젠가는 무너지게 될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 다시, 꿈을 찾아가 보려 한다. 그동안 취업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려오다 무심코 지나쳤던 내면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알아가야겠다. 미술을 왜 그렇게도 무서워했는지, 지레 겁먹고 포기했는지. 다그치기보단 어르고 달래면서 나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래 그저 나는,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았을 때 그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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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나를 돌아보았을 때

그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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