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은 음악을 잊지 못했다 -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리뷰
글 입력 2019.11.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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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음악의 힘은 대단했다. 그와 함께 추억의 힘도 대단했다. 생전 공연은 다니지도 않던 우리 아빠조차 발걸음을 떼게 만들었으니.

 

공연장 안에 들어서니 아빠와 같은 공연장 자체를 어색해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그래도 하나같이 그들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들떠있는 표정이라, 그 어색한 행복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어느새 옆자리를 가득히 채운 어르신들과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우리 아빠까지 색다른 공연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그 분위기는 공연이 시작하며 자연스레 무대로 전해졌다.



포스터 (2).jpg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라이브 공연의 장면으로 포문을 열며 그 시작을 알렸다. 눈앞에서 연주하는 밴드와 그들로 인해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래의 향연이 모두의 마음을 울렸고, 부모님을 포함한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나와 같은 다른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시대를 타지 않는 그의 노래들에 끊임없이 감탄하고 그 따뜻함을 누렸다. 김광석 특유의 감성은 누구 나의 인생을 노래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전해오는 그 이야기는 무엇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본인에겐 겪어보지 못한 90년대의 분위기였지만,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김광석의 음악과 주위의 익숙함이 어느새 과거 속으로 나를 데려갔다.
 
특히 향수에 젖은 어르신들의 추억들은 감성에 젖은 탄성으로 공연 도중 계속 터져 나왔다. 인생을 노래하던 그날의 김광석이, 오늘의 ‘나’로 비치는 순간들을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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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굉장히 유쾌했다. 90년대 스타일의 대사, 연출 등 모든 것이 김광석을 서술했고 그날의 추억들을 그려냈다. 김광석을 중심으로 그려진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여타 소극장 공연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소극장 공연의 대부분은 공연 애호가들이 주를 차지해, 조용하고 당연한 분위기로 객석을 채운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이 반 이상을 채워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가 흘렀고, 무대와 관객석이 하나가 된 듯 공연이 진행되는 약 두 시간 30분 내내 흥겨움이 가득했다. 긴장감보다는 설렘이, 관람보다는 즐김이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특히 적극적인 소통을 이끌어낸 멀티 맨 박신후 배우는 여러 역할로 등장해 특유의 유쾌함으로 관객과 무대를 연결했다. 배우 박신후 뿐만 아니라, 밴드 ‘바람’을 연기한 모든 배우들은 흔들림 없는 실력과 깊은 감정으로 김광석의 인간적인 음악들을 노래했다. 그중 대부분의 사람들을 마음을 울렸던 넘버는 배우 박신후가 노래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본인 옆자리를 가득 채우신 60대의 관객분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눈물을 흘리셨고, 본인들의 이야기 그 자체를 조용히 노래를 읊으시며 마음에 새기셨다. 아직 60대가 되어보지 않은 본인도, 그 나이에 거의 다다른 우리 부모님도 눈물을 흘릴 수 없게 만드는 그저 평범한 인간의 삶이었고, 그 삶이 너무 당연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김광석은 ‘누구나’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 그의 의도를 직접 물을 수는 없지만 그의 음악에는 분명 평범한 ‘사람’이 있다.
 
 

김광석1.jpg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야를 넓히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거나, 책을 읽는다. 하지만,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여러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있다. ‘공연’은 사람들의 삶을 다방면으로 녹여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전한다. 특히나 뮤지컬처럼 명확한 스토리와 함께 음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공연들은 보다 빠른 이해와 공감을 선사해, 애호가들이 참 많다.
 
본인이 말하는 공연에서의 ‘시야’는 그들이 전달하는 의미들을 마음 깊이 느껴보는 것, 그로 인해 뻗어나가는 생각들을 곱씹어 보는 모든 것을 뜻한다. 그렇게 시야를 넓히다 보면, 본인의 마음속의 여유 또한 넓어져 더욱 다채로운 삶을 채워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공연’의 큰 매력이다. 이처럼, 항상 다른 세계로, 특유의 공간으로 관객들을 데려가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는다. 그 또 다른 세계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만나며 함께 노래한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담고 있는 ‘사람’에 대한 노래와 이야기는 그에 뻗어나가는 생각들까지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건 아마, 김광석의 노래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는 말했다. “그냥, 공연을 항상 관람 하던 게 아니니까.” 뮤지컬이나 클래식, 각종 공연문화에 익숙한 본인에게는 쉬웠던 진입 장벽이, 그에 익숙하지 않던 어르신들에겐 쉽지 않은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김광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달려온 공연이었다. 앞서 이야기 한 ‘음악의 대단한 힘’이라는 것은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그의 노래이며, ‘낯섦’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린 가슴 깊이 묻어온 사람들의 감성이다. 결국 그 감성은 오래도록 남아있었고, 공연장의 모든 이들이 그 감성을 다시금 꺼내보았다. 음악은 사람을 품으며, 사람은 음악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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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이를 명백히 보여주는 유쾌한 공연으로, 사람과 삶에 대한 시야를 넓힌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을,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을 남겨 그 여운 또한 그의 노래들처럼 참 길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될 ‘김광석’, 그의 음악이 우리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실무진 명함.jpg

 

 

[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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