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 이런 게 진짜 소통이지. 관객과 소통하는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9.11.2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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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학로에 갔다.

 

사실, 대학생일 때도 대학로를 가본 적은 거의 없다.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연극을 보고 싶으면 집에서 가기 편한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또는 성남아트센터로 갔다. 대학로에 간 건 수능 끝나고 연극 <라이어>를 보러 한 번, 대학 때 친구와 함께 <옥탑방 고양이>를 보러 한 번, 그리고 면접을 보러 간 게 다이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대학로를 4번밖에 안 가봤다는 말이다.

 

대학로를 안 간 것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대학로 자체의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옛날의 것이 성장한 느낌이다. 요즘은 보기 드문 벽돌 건물이 많다. 뽑기(달고나)를 파는 곳도 있고, 포장마차 분식점도 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거리 공연을 즐기고, 플리마켓을 돌아다닌다. 옛날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촌스럽지 않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만 있는 느낌이다.


예술을 살리는데 접근성이 제일 중요하다다. 우리나라의 독립예술이 발전한다면 대학로에서부터 그 물결이 시작되지 않을까. 지금도 많은 소극장이 극을 올리고 있고, 거리 공연도 많다. 공연을 보기 편하도록 티켓 부스도 역 근처에 있고, 부대시설도 잘해놓았다.

 

내가 가기 편하고, 돌아다니거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데에 불편함이 없어야 또 가고 싶어진다. 티켓 가격도 부담이 없어서 실패해도 다음에 다른 거 보지 뭐,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타벅스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공연 시간이 되어 대학로 SH아트홀로 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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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금구대학교 동아리 밴드 '바람'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하며 대학시절 꿈과 사람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멤버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꿈을 꾸고 노래를 하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평생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군대, 취직, 결혼,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바람 밴드는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화된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해 살고 있는 멤버들은 문득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밴드 멤버들은 누군가의 편지가 라디오 DJ의 목소리로 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라디오에선 지금은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DJ의 이야기와 함께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바람 밴드의 '와장창!'이 흘러나온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고 김광석의 노래를 주제로 하다 보니, 관객의 나이대가 조금 있었다. 20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호회에서 많이 온 것 같았다.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극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같은 고인의 노래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밴드동아리 ‘바람’의 결정 배경부터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군대와 취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몇십 년이 지난 뒤 다시 뭉쳐 콘서트를 연다는 내용이다. 옴니버스식 서사 덕분에 마치 한 사람의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인생에서 일어날 법한, 혹은 일어났던,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자신의 꿈을 이뤄보려 했지만,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게 된 영후. 소속사에 들어가 TV까지 출연했지만,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버스킹하러 나온 풍세. 이 둘에 마음이 갔다. 고등학생 때 나의 꿈은 사진작가였는데, 부모님의 반대 80% 내 자의 20%로 그 꿈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지금 보면 잘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했다는 것에 상심이 컸다. 풍세는 지금의 나 같다. 원하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을 펼치는 풍세. 나도 지금 회사에서 ‘일 잘하고 싶다’는 신념 하나로 재미있게 일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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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극의 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도 볼 수 있다. 광고하는 입장에서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거부하지 않고 광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을 1g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후원사 PPL 때문이다. PPL을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후원사는 소주 회사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극에 넣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나중에는 대놓고 PPL을 하는데 밉지가 않다. 갑자기 멀티맨 박신후 배우가 “소주 잘 마시는 사람?” 질문하더니 가장 먼저 손을 든 관객을 무대로 불렀다. 관객과 멀티맨과 주인공 풍세 역을 맡은 배우가 한 잔씩 ‘진짜’ 소주를 마시고 공연한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후리함이다. 그렇게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 경품을 지급하고, 같은 소속사의 다른 연극 홍보도 한다.


후끈 달아오른 무대는 고 김광석의 노래를 메들리 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때는 거의 콘서트 급의 열기를 보여주며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뛰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나는 엄마와 함께 갔는데, 엄마는 극에 나온 모든 이야기에 공감하며 가슴 아파하시기도 했다. 마지막 노래 메들리에서는 엄마도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시기까지 했다.

 

공연이 끝나고 엄마에게 꿈이 뭐였냐고 물어봤다. 엄마의 꿈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간다면 ‘엄마’로서만 있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덕분에 엄마에 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이때 체력적으로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풍세 역 배우의 시원한 창법 덕분에 가슴 속까지 시원해졌다. 추운 겨울, 한 번쯤 보면 좋은 뮤지컬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김나영.jpg

 

 



[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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