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도서]

일상의 삶을 사랑한 화가, 모지스 할머니가 주는 위안.
글 입력 2019.11.21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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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에선 3학년만 넘어가도 ‘화석’ 학번이라고 부른다. 고작 20대 중반의 나이인 나도, 또래 친구들과 모이면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따위의 말들을 하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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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국 사회는 나이마다 해야 할 과업이 정해져 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항상 <00살, ~하라> 라는 제목의 책들이 즐비하다.

 

10대에는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 20대에는 스펙과 취업, 30대에는 결혼과 정착….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담보해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인생에는 정해진 타임라인이라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좋은 기회로 새롭게 접한,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되어 100세에 ‘미국인의 삶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칭해진 모지스 할머니의 자서전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우리에게 조금 다른 형태의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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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에는 여느 자서전처럼 극적으로 서사화된 이야기를 읽을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모지스 할머니의 자서전은 내가 알던 자서전과는 달랐다.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꾸며내지 않고 첫머리부터 천천히 짚어 나갔다.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일전에 삶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떠한 인과관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어나는 사건에 우리가 인과를 붙이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들에 어떠한 인과를 붙이거나 서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유명한 화가가 되기까지 일상의 기억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해줄 뿐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침대 머리맡에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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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할머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그림들도 같이 수록하고 있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기억을 엮어 만들어낸 한 폭의 자수와 같다. 어떤 대상 하나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억 중 한순간을 포착하여 멀리서 사진을 찍듯 그림을 그린다.

 

<농장에서의 이삿날>, <건초 만들기>, <추수철>, <벌목>, <썰매 타기> 등 수많은 그녀의 그림들이 1800-1900년대 미국의 전원생활을 애정 어린 시선을 오롯이 담아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으니 어찌 보면 풍속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늘 내 힘으로 살고 싶었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할머니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거침이 없다.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버터나 감자칩을 만들어 주변에 팔기 시작해 다른 도시에까지 판매하는 사업 정신을 발휘한다.

 

앞날을 계산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현재에 주어진 상황에서 마음이 가는 대로 최선을 다해온 것이다. 그렇게 70년을 살아온 모지스 할머니에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당신의 나이가 이미 80이라 하더라도요.

 

 

그녀는 생을 긍정한다.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사람의 글과 이야기는 삶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선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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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하고 북적북적한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할머니가 사랑했던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한 세기를 살아낸 사람의 힘일까. 항상 초조함에 시달리던 마음이 잠시 가라앉았다.

 

미래의 행복만을 좇기엔 눈앞의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느낀다. 집 앞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이 책을 읽고 집으로 가던 길에서 본 단풍에 충만했던 마음이 떠오른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함께 '침착하고 태연하게 매일을 맞이하시길, 불안은 가라앉고 안심은 떠오르는 날이 되시길’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옮긴이 : 류승경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16.7 / 무선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7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7498-18-6 (03840)



 

 

[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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