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판소리와 탈놀이의 콜라보, 기대되지 않으세요? -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

글 입력 2019.11.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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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보신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탈놀이는? 감히 추측건대 많은 한국인에게 우리의 연희는 어린 시절 체험활동 등으로 경험해본 것이 ‘다’일테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의 것을 다시 꺼내올 때다. The 광대 집단이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으로 먼저 꺼내와 우리 앞에 세웠다.

 
이 연희가 흥미로운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다. 판소리와 탈놀이를 합쳤다는 것.
 
판소리는 판과 소리의 합성어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판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민속악을 말한다. 뮤지컬이나 연극보다도 낯설 수 있는 판소리는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소리와 아니리, 너름새를 얹는 것을 구성으로 한다. 여기에서 소리는 노래에 해당하며, 아니리는 곡조 없이 말하듯이 사설을 이어나가는 것, 너름새는 몸짓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 정도는 기본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으니 기억해두자.
 
이에 합쳐진 탈놀이는 탈을 쓰고 하는 우리 고유의 극이다. 지방마다 특색있는 고유의 탈놀이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황해도 봉산·강령의 봉산탈놀이. 주로 양반이나 파계승에 대한 비판, 서민들의 실상을 다루고 있다. ‘풍자’ 정신이 주가 되는 연희라고 하면 이해에 좀 도움이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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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연희가 합쳐진게 왜 이 <딴소리 판>을 흥미롭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먼저,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스토리들의 붕괴’에 있다.

 
첫 장인 ‘춘향가의 판을 깨다’에서는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부르고 있는 평화로운 소리꾼의 판에 광대 거지들이 몰려들어 깽판을 친다. 암행어사가 아니라 ‘아맹거사’로 자칭하는 상거지 몽룡이 수절을 지키려던 춘향 앞에서 “사랑을 좀 달라”가 아니라 “밥을 좀 달라”를 외친다. 당황한 춘향은 곡절이나 한 번 들어보자고 말하고 이에 다 된 판에 ‘깽판’을 치는 딴소리의 판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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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놀이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의의는 위를 향하는 날카로운 시선이다. 예를 들어, 탈놀이의 대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말뚝이는 양반을 ‘개잘양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 자’를 쓰는 양반이라 놀리며 이름을 통한 언어 유희를 통해 그들의 보잘 것 없음을 폭로한다.

 

이렇게 부조리한 사회나 현실에 대한 풍자 정신을 가졌던 탈놀이는 판소리와 만나며, 그대로 그 날카로운 시선을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 흥보가라는 판소리 5 마당의 서사의 ‘교훈’에다가 두었다. 즉, 한국을 관통하는 유교정신, 바람직한 가치관으로 여겨지던 것들에 총을 겨눈 것이다.

 
많은 이야기는 스포가 될 테니 조금만 이야기하자면, 2장 심청가의 판을 깨다에서 광대거지들이 깽판을 치는 곳은 다름 아닌 ‘전국봉사대회’에서 심청황후와 심봉사의 눈물겨운 재회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효도의 부질없음을 논한다니, 얼마나 탈-유교적 사상의 공격적 실천일지 기대가 된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연희의 전체적인 시놉시스가 궁금하다면 아래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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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림 연출

  

 

무엇보다도 <딴소리 판>은 두 장르의 결합이기에 흥미롭다. 누가 판소리에 탈 놀이를 더할 생각을 했을까. 우리의 전통에 아직 손가락을 두고 있으며 이 것을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공연예술계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그 목소리에 화답을, 좋은 공연의 향유를 통해 돌려주는 것이 옳은 문화생활인의 자세가 아닐까.

 
해학을 특징으로 하는 연희답게 관객에게 찾아오는 발걸음 또한 남다르다. 광팬, 학생, 외국인이 관람객 티켓을 구매할시 ‘전통 연희강좌 1회 무료 수강’을 제공한다. 또한 관심 좀 받기 좋아하는 사람은 주목, 공연 당일 거지 코스프레를 sns에 인증할 시 공연이 무료다. 공연 당일 관객 보는 재미도 있겠다. 또한 형광팬이나 광팬은 공연 관람한 11월 생일자에 한해 광대와 함께 노는 생일파티와, 10000원에 티켓을 제공한다니 참고하자.
 
그럼 필자는 이제 좀 거지 꼴 소품들 좀 구입하러 가보아야겠다. 공연 당일에 필자를 찾아주시라, 얼쑤!

 





<시놉시스>

1장. 춘향가의 판을 깨다
깽판전문 광대거지들이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부르는 소리꾼의 판에 난입한다. 암행어사가 아니라 아맹거사로 자칭한, 거지 중에 상거지 몽룡이 수절을 지키려던 춘향 앞에 나타나 사랑구걸 대신 밥구걸을 하고, 이에 당황한 춘향은 곡절이나 들어보자고 광대 거지들을 다그친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몽룡이와 광대거지들이 딴소리 판을 펼친다.
 
2장. 심청가의 판을 깨다
전국봉사대회가 벌어진 황궁에 봉사로 위장한 광대거지들이 잔치에 몰려들어 숟가락을 얹는다. 장님행세가 발각되어 쫓겨날 무렵, 심청황후와 심봉사의 눈물겨운 재회가 펼쳐진다. 옆에서 지켜보던 광대거지들이 효도의 부질없음을 논하면서 깽판을 놓는다. 눈뜬 봉사들이 다시 장님으로 돌아가고 거지들은 혼란을 틈타 도망간다.
 
3장. 적벽가의 판을 깨다
적벽대전에서 대패를 한 조조의 군사 앞에 며칠을 굶은 광대거지들이 지나간다. 입대하면 밥을 준다는 이야기에 단번에 조조군이 된 광대거지들은 적장인 제갈공명을 만나게 되고, 대의와 명분을 부르짖는 상대에게 엉망진법을 한수 가르쳐준다.
 
4장. 수궁가의 판을 깨다
수궁의 축성을 축하하는 잔치에 흥을 돋우기 위해 모인 광대거지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다. 이에 불만을 가진 광대거지들이 앙심을 품는데... 마침, 술병으로 간이 상한 용왕의 상태를 살피는 자리를 꾀어내어 가짜 약을 팔기 시작한다.
 
5장. 흥보가의 판을 깨다
대박을 꿈꾸며 박을 타던 흥보 앞에 나타난 광대거지들. 소원을 이뤄주지는 않고, 듣기만 한다는 말에 흥보는 망연자실해진다.
 
6장. 다시, 춘향가의 판이 시작되다
광대거지들의 딴소리 사연을 다 들은 춘향은 몽룡과의 해후를 택하는 대신 자신의 길을 택하고, 몽룡과 광대거지들 역시 제 갈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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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소리 판
- 판소리와 탈놀이의 유쾌한 만남 -


일자 : 2019.11.22 ~ 2019.11.23

시간
금요일 8시
토요일 5시

장소 : 서울남산국악당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관
연희집단 The 광대
 
후원
서울문화재단
형광팬(The광대 후원회원)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70분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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