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0년 지난 하이킥, 계속해서 회자 되는 이유 [TV/드라마]

글 입력 2019.11.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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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방영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시리즈는 시즌 1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시즌 3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까지 총 3가지의 시리즈로 방영됐다. 전후 시즌보다 단연 최고의 시청률과 인기를 끈 하이킥 시즌 2는 최근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 1억 뷰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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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탄탄한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만드는 건 비교적 촌스럽게 느껴지는 패션, 헤어 스타일뿐이다. (물론 그 패션마저 시절엔 최신유행이었다만)

 

스마트폰은커녕 핸드폰에 셀카 기능이 막 도입돼 신기해하는 모습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다시금 추억하게 만들곤 한다. 2009~10년, 필자는 당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하이킥은 당시 저녁 시간 밥보다 기다려지는 설렘이었다. 10년 전에도 역시 ‘신애’가 불쌍했고, 결말의 반전에 감동했다.


필자는 하이킥을 보며 작품의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받게 되길 기대했다. 모두가 ‘재미’로만 보는 시트콤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아빠와 생이별한 자매가 부잣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지내는 이야기다. 그 안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러브라인이 존재하고 사회를 은근히 풍자하면서도 인간에게 따뜻함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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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해리’와 ‘신애’는 같은 나이,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며 같은 집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해리는 부모님이 사주신 인형으로 도배가 된 공주 방에서, 신애는 해리의 집 드레스 룸에서 식모인 언니와 함께 산다. 같은 집에서 살지만, 같이 살지는 않는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작품이 완전한 해피엔딩을 이룰 수 없을 암시 한다.
 
형편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인 해리네 가족과 세경 자매는 죽어도 한 식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결말은 둘 중 하나다. 세경 자매가 이곳에 완전히 정착하거나 떠나거나. 완전한 정착은 어린 세경에게 너무 가혹하다. 따라서 완전한 정착으로 인해 안타까움을 자아낼 것이냐, 헤어짐으로 인한 아쉬움을 남길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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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상류층과 하류층의 만남을 감독은 어떻게 녹이고 싶었던 걸까.
 
작품에 등장인물은 크게 ‘해리네 가족’과 ‘세경 자매’로 나눌 수 있다. 인원수로 따져도, 작품에서의 상하 관계를 따져봐도 이 작품은 엄연히 ‘해리네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비중으로 따져도, 인물 개개인의 특성을 따져도 해리네 > 세경이네인 셈이다.

그럼에도 감독은 마지막엔 세경의 편을 들어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두가 원했던 결말에 반기를 들었다. 시청자 대다수는 ‘지금 이대로’ 행복하고 즐겁기를 원했다. 세경과 신애는 아빠를 만나 원하던 삶을 살고, 지훈과 정음은 다시 예쁘게 연애하는 그런 모습의 결말.

하지만 시청자가 원했던 결말에서는 한 사람의 행복이 빠져있다. 바로 ‘세경’의 행복. 세경은 그토록 기다리던 아빠를 만나러 가면서도 불안했고, 그렇다면 차라리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그게 정말 당장의 죽음이었을 지는 정말 세경 밖에 모르지만 마지막 대사와 그 후 발생하는 사고로 인해 세경은 어떤 결말로도 행복을 얻을 수 없으니 원하는 거라도 이뤄주자는 의도였을 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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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하게 그려낸 인생 이야기지만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던 드라마. 사람사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표현했지만, 그 속에서 어른들의 성찰과 아이들의 성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교훈을 남기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던, 나름 책임감 강한 작품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미디어 매체를 뒤로하고 ‘하이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보다 미디어 매체를 편리하고, 다양한 경로로 접할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내용은 말초적으로 변해갔다. 깊은 감동보다는 한번의 클릭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늘어간다. 미디어 매체에서 더 이상  ‘하이킥’과 같은 작품이 등장하지 않을 것만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하이킥만해도 20-30분 남짓하는 짦은 스토리에 재미, 공감, 교훈을 전했다. 요즘은 짧은 영상에 자극적이게 웃기려하고, 감동과 교훈을 남기기보단 화제성에만 전전긍긍 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세상이 너무 급속도로 변해버린 탓에 오히려 옛 것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날로 늘어간다.
 
필자 역시도 하이킥을 다시보기하며 지금보다 친숙하고 풋풋한 그때가 그리웠다. 그리고 방영 당시와는 다른 관점으로 시청하며 들게 된 확신은 이 작품은 시트콤을 빙자한 인생 드라마가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시트콤이라고 해서 단순한 ‘재미’만을 남겨준 것이 아닌, 인생의 희극과 비극은 어쩌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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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92화 마지막 장면에 자막으로 인용된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다. 이 문구는 ‘하이킥’이 담아내고자 했던 전부를 의미한다. 결말이 유쾌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일 테다.


필자는 감독이 희극 작품의 결말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선택을 이렇게 받아드렸다. "하이킥은 시청한 모든 이들이여. 그동안 즐거웠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턴 ‘재미’을 배제한 모든 것에 집중해보시길. 다시보기를 하는 그 누구도 하이킥을 더 이상 웃으며 즐길 순 없을 걸세. "
 
 
하이킥의 결말은,
또 다른 하이킥의 시작이었다.

 

 

[장정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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