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9월을 그리며, 9월을 기다리며 - 9월 [연극]

글 입력 2019.11.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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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재공연포스터이미지파일 _ 세로.jpg

 

 

열기에 바람이 지나듯,
올해도 9월이 지난다.
풍경도 계절도 거짓말처럼 모두 다.
 
우리의 거시사는 끊임없이
단순하게 정의되고 바뀌지만,
나의 미시사는 여전히 거칠고 답답하다.
 
역사와 뉴스는 계절처럼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자꾸 변해만 가고,
그 속의 나는 그저 또 매일을 살아낸다.
 
말할 상대가 필요해요.
난 어때요?
비밀, 지켜줄 수 있어요?
그럼요.
어떤 것도?
 
2019년 9월,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려 이곳에 모였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11월의 나에게 <9월>은


겨울이 들이닥쳤다. 한 걸음 내딛나 싶더니 이내 가을을 집어삼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햇볕이 뜨거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시린 공기가 느껴진다. 11월 말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겨울이 와 버렸다. 

추위는 세상을 느리게 만든다. 기숙사 사람들은 더는 지상으로 다니지 않는다. 지하로 이어진 길로 모든 생활을 하고, 외출을 최소화하기 시작했다. 창밖에 북적이던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서, 세상이 조용해졌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직 12월조차 오지 않았는데 이곳은 조용하다. 나는 이 적막함이 어색하다. 그래서 11월이 싫다. 미처 겨울이 되지 못한 추위는 사람들을 더욱 움츠리게 만들고, 자꾸만 앙상해지는 나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루하루 멈춰가는 세상을 지켜봐야 하는 11월이, 나는 1년 중 가장 씁쓸하다. 

지금 나는 9월이 그립다. 11월의 나에게 9월은 돌아가고 싶은 계절이다. 그땐, 옷이 무거워지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을이 온다기보다는, 여름이 끝났다는 생각에 더욱더 기뻤다. 냉방도 난방도 필요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이었다. 

*
 
달마다 주는 느낌이 있다. 사계절을 사는 우리는, 계절이 주는 느낌이 가장 큰 것 같다. 달마다 갖는 특징으로 인해 특정 달이 시나 가사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9월이 그립다"는 "겨울이 싫다"보다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 <9월>을 처음 알았을 때, 제목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왜 하필 9월이었을까? 나의 9월과 연극 속 9월의 의미는 아마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중이란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다. 환절기란, 흐름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극 속 그들이 말하는 9월이 궁금하다. 9월은 어떤 색일까, 어떤 향을 담고 있을까. 그리고 그 시간의 그들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낄까. 내가 그리는 9월의 모습과 같을까? 아니면 지금 내가 11월을 살기에 9월을 그리워하는 것뿐, 그들의 9월은 그리 좋지 않은 풍경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공간 속에서 섞이는 우리


소극장 연극의 특성이 관객과의 소통이라 해도 한계가 있다. 소통이라 해도 대부분, 무대에서 객석에 던져지는 것에 대해 관객이 반응하는 형태가 많다. 관객과 배우가 서로에게 반응을 하는 과정은 소통이 맞지만, 연극 <9월>이 말하는, "공론장"이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연극 <9월>은 객석에 앉아 무대의 기차역과 인물들을 바라봤던 초연과 달리, 2019년에는 객석과 무대를 분리하지 않은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 만남으로 서로가 이야기의 인물이 된다. <9월>은 이렇게 관객과 배우가 함께 모인 공간을 "공론장"이라 말한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 세계를 창조해내려 한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경계는 무대와 객석이라는 공간의 분리에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관객은 앉아서 무대 위의 배우를 관전한다. 이것은 기본적인 연극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자, 한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9월>이 공간을 통해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궁금하다.

*

관객을 긴장시키고, 경계하게 하는 것이 정말 공간적 분리 때문이라면, 이 연극은 분명 다른 연극에 비해 부담감이 적을 것이다. 그럼 과연 나는 관객을 넘어 하나의 인물로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을까? 조금은 더 연극 속 인물이 가깝게 느껴질까? 관전이 아닌 참여의 마음으로 공연을 대하게 될까? 

실제 막이 오를 때까지는 알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연극 <9월>은, "주인공과 그 외"가 아닌, "우리"의 공연이 될 것 같아 설렌다.  내가 존재할 그곳은, 공연의 한 씬이 아닌, 정말 9월의 어느 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9월
- 2019 유망예술가 후속지원사업 -


일자 : 2019.11.21 ~ 2019.11.24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

장소 :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기획
907
 
후원
서울문화재단
신한은행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90분



 

극단 907

 
907은 주변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소중한 만남과 대화의 자리가 그러하듯, 당신과 만나는 지금 이곳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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