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판을 깨는 전통 연희 '딴소리 판'

새로운 말하기를 가능하게 하는 전통 연희
글 입력 2019.11.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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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연은 판소리와 탈놀음이 결합된 전통 연희다. 광대 거지들은 소리꾼과 고수의 ‘판’을 깨고 난입하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흐름과 주제까지 바꾸어버린다. ‘밥만 주면 만사 오케이’인 광대 거지들은 춘향의 삶을, 심청이 부녀의 관계를, 적벽대전의 양상을, 흥보 가족의 운명을 어떻게 흔들어놓을까.

 

 

 

전통 연희의 새로운 말하기


 

올해, 전통 연희의 양식을 활용하거나 전통 연희에서 출발하여 다양하게 변형된 작품들을 몇 편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공연들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인상을 남겼다. 친숙함은 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나 정서를 담고 있는 데에서 온 것이었고, 낯섦은 그것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존의 틀을 깨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것이었다.


국립극단이 기획한 ‘판소리와 연극’ 쇼케이스 중 하나였던 《송파의 경이 - <노부인의 방문> 3막에 대한 ‘더늠’》(이하 <송파의 경이>)은 뒤렌마트의 희곡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극이었다. 이때 더늠이란 ‘더하여 넣는다’라는 뜻으로 새롭게 짜 넣은 판소리 대목을 가리킨다. <송파의 경이>는 이러한 판소리의 형식적 특성을 활용해 원작 희곡이 가진 주제 의식을 동시대의 문제와 연결시킨다. 두 인물의 대사 사이사이에 제시되는 경제학 이론과 실제 발생했던 사건에 대한 설명은 ‘너른 품을 가진’ 판소리라는 양식 안에서 무리 없이 어우러진다.


두산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소리꾼 이승희 신작 워크숍 <몽중인 - 나는 춘향이 아니라,>는 동초제 춘향가를 바탕으로 하는 창작 연희였다. 이 극은 성춘향과 이몽룡의 이야기가 아니라 춘향의 몸종으로 등장하는 향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사를 이끌어가는 전지전능한 존재로서의 소리꾼은 이런저런 설득력을 동원하여 향단을 2019년의 한국 사회로 불러낸다. 이때의 소리꾼은 소리꾼 자신이면서 동시에 향단이자 월매, 그 외에 다른 모든 인물들을 연기한다. 소리꾼이 재량껏 만들어가는 세계 속에서 향단의 눈으로, 일정 정도 거리를 둔 관점에서 우리의 삶을 사유해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극은 차별화된 지점을 갖는다.


무용단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는 각설이 타령에서 유래된 ‘품바’를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기타, 드럼, 베이스 등으로 구성된 밴드 음악에 소리꾼의 노래가 더해지고, 그에 맞추어 다양하게 변주되는 무용 동작을 선보인다. 소리꾼의 노래에 담긴 고유한 음악적 색깔은 무용과 어우러져 서사적 바탕이 있는 듯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전달되는 ‘한’의 정서는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관객들과도 무리 없이 공유된다.


이렇듯 전통 연희는 그것을 둘러싼 고정된 이미지나 형식상의 제약을 넘어, 주어진 판을 깨나가고 있다. 형식과 주제의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도들은 그 작품이 갖는 고유한 특징이 되고,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새로운 말하기’가 요구되는 공연 예술 안에서 전통은 넘어서야 할, 또는 그대로 보존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편견 없는 시선과 다양한 접근을 통해 무한히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탁월한 원료인 셈이다.

 


연습사진3.JPG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이야기도 달라져야 하는 법. 익숙한 주제를 다양하게 비틀어서 풀어내는 광대 탈놀이 <딴소리 판>이 또 어떤 낯선 말하기를 이어갈지 기대가 된다. 오랜 숙련으로 다져진 ‘The 광대’의 신명 나는 퍼포먼스와 극작가 정진새가 새롭게 쓴 판소리 다섯 마당은 전통 연희가 가진 동시대성은 물론 다른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놀이의 즐거움을 한껏 전달해주리라 예상된다.

 





딴소리 판
- 판소리와 탈놀이의 유쾌한 만남 -


일자 : 2019.11.22 ~ 2019.11.23

시간
금요일 8시
토요일 5시

장소 : 서울남산국악당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관
연희집단 The 광대
 
후원
서울문화재단
형광팬(The광대 후원회원)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70분





연희집단 The 광대

 

연희집단 The 광대.jpg



연희집단 The 광대는 2006년 창단된 연희극 창작단체이다. 풍물, 탈춤, 무속, 남사당놀이 등 한국의 전통 예술을 전공한 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주와 춤, 재담 등 전통 연희의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단원들이 모여 수준 높은 창작 연희를 보여주고 있다.
 
연희집단 The 광대는 단원 개개인이 연희의 명인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시대와 함께 가는 예술가로서 광대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면서,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던 옛 광대들의 예술과 삶의 자취를 기억하며 그 길을 이어가고자 한다.
 
대표작품 - <당골포차>,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굿모닝 광대굿>, <황금거지>, <홀림낚시>, <자라>, <용용죽겠지>, <걸어산> 등
 
 
[김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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