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그들의 이야기 - 치유미술관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글 입력 2019.11.1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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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주는 효과는 다양하다. 근본적인 미적 욕구를 채워주기도 하고,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하며, 여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내제된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한다. 책 <치유미술관>은 이렇게 무수한 예술의 효과 중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전에 ‘미술 심리학’, ‘미술치료 이론’과 같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복합적이고 철학적인 미술의 이론과 역사로부터 벗어나, 가깝고 친근한 마음으로 미술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미술은 캔버스에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 것 그리고 표현함으로써 나와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확장시키는 계기이자, 예술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였다.

 

<치유미술관>에서는 닥터 소울의 연구소에 찾아간 화가들의 상담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가상 설정 덕에 화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몰입이 쉬웠다. 그들이 살았던 세계를 다녀온 것 같았고, 일생을 함께 걷는 것 같았다.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들의 작품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자신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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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카페-콩세르에서 : 개의노래 , 1977

 

 

작품은 작가의 특징과 성향이 담겨있다. 그래서 작가를 알고 싶다면, 초상화가 아닌 그들의 일반적인 작품을 보라고 말한다. 화가는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반영한 작품을 제작한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집중한 클로델, 세상의 진리를 정물화로 그려낸 세잔, 절망감을 극복하고자 그림을 그린 고야 등 서로 다른 이념들을 예술로 표출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을 마주할 기회를 갖는다. 예술이 치유의 효과를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가는 어머니를 통해 받은 상처로 여성 혐오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여성을 왜곡시켜 표현하거나, 얼굴을 그리지 않거나 등의 방식을 이용했다.

 

그런 그의 작품은 점점 변해갔다. 여성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 했고, 그리지 않았던 풍경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의 관념을 변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작품으로서 자신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에 집중함으로써 드가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과정에 집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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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델, 중년, 1893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치료로 쓰이는 이유는 과정에 온전히 몰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묘사하는 동안 잡념과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또한 명확히 묘사하고 감정을 담아내는 과정은 응어리진 아픔을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든다. 죽음과 고통을 직시한 뭉크, 상처에 맞서는 젠틸레스키, 고뇌를 풀어낸 고흐. 이들은 그림을 그리며 아픔을 이겨내고자 했다.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제작 과정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잠시나마 고민을 잊을 수 있다. 관심을 다른 곳에 돌리게 되어 치유의 효과를 자아내는 것이다. 클로델이 자신의 연인 로댕과의 사랑을 조형으로 표현하며 클로델은 잠시나마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로댕과의 만남 중 끊임없이 품었던 걱정과 우울의 감정을 해소하는데 예술 활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이렇게 예술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미술 치료의 결과를 보고 상담자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미술 활동 그 자체도 치료의 한 과정인 것이다.

 

*

 

<치유미술관>은 유명 작가들의 고뇌, 고민, 상처 등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 담겨있다. 이들의 작품 속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으나, 그들의 작품에 나 또한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살아가며 마주칠 수 있는 크고 작은 고민들을 함께 읽고, 또 그들이 이를 예술로서 표현하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읽는 것은 삶의 지혜를 축적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 이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히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미술관에 가라.” 고뇌를 예술로 풀어낸 그들의 작품에 해답을 얻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임을 이해하게 됐다.

 

 


 

 

치유미술관

- 아픔은 어떻게 명화가 되었나? -


지은이 : 김소울

출판사 : 일리

분야
예술/대중문화
미술이야기

규격
152*210*18㎜(반양장)

쪽 수 : 364쪽

발행일
2019년 10월 02일

정가 : 17,000원

ISBN
978-89-97008-46-9 (03600)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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