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아트인사이트 [사람]

글 입력 2019.10.3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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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글은 말보다 어려웠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함께 단체 영화 관람을 한 적이 있다. 영화를 본 후에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잘 쓴 감상문은 수상의 기회도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귀찮은 듯 한숨 쉬는 친구들 옆에서 이유 모를 설렘을 느꼈다. 며칠 후, 선생님께서는 조회 시간에 나를 교단으로 부르시고 금상이라 적힌 상장을 건네주셨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가 더 해가면서, 말보다 글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심지어 문자나 카톡을 보낼 때도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 고심하곤 했다. 나의 말이 상대의 귀에 전해지며 말할 때 어투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뉘앙스를 더 쉽게 판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으로 나는 글보다는 말로 의사를 전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겼다.
 
같은 말이라도, 어투를 통해 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전화와는 다르게 문자는 그저 글자, 다른 것 없이 글자만으로 내 뜻을 전달해야 하니, 그 몇 자에 예의와 나의 의도를 담는 동시에 혹시라도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지워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 맞는 문장 만들기는 내게 너무 힘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중학생 때 그 설렘은 머나먼 옛일이 되어가며 동시에 글쓰기라는 것은 점점 나와는 다른 세상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트인사이트 공고를 보기 전까지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지원하다

 

대학생일 때부터 들락거렸던 대외활동 모음 사이트에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공고는 항상 내 시선을 끌었다. 직접 사이트에 글을 기고하고 책,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향유를 누릴 수 있다는 혜택이라니. 평소보다 더 많이 문화 관련 활동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지만, 내가 느낀 에디터 활동에 가장 큰 매력은 직접 글을 쓰고 기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에디터 지원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당장 내가 마주한 것들,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조금 더 연습하고 내 글솜씨가 더 나아졌다 싶을 때 그때 한 번 해보자, 그런 마음으로 몇 년을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모집 공고만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중 다시 에디터 모집 공고를 마주했다. 여전히 나의 생활은 그 글 써도 괜찮을, 여유 있는 그런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혼자서 글을 많이 써보지도 않았으니 이번에도 안 되겠지,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에디터 모집 기간이 끝나갈 때쯤, 우연히 어느 작가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한 학생에게 조언해주는 인터뷰를 보았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좋은 글을 쓰고 싶지만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자신이 없어 계속 도전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학생의 고민에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망설이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해요. 그런데,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예요.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 편안한 미소와 짧은 한 문장은 큰 울림으로 느껴졌다. 그렇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 몇 년간 도전하려는 마음보다 더 크게 자리했던 두려움과 망설임을 한 번에 사라지게 한 그 한 마디에 나는 늦게나마 지원서를 작성해 송부했다. 실수가 가득한, 빈 곳이 많은 지원서여서 내게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감사하게도 아트인사이트는 내게 문을 열어주었다.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에디터 활동을 하며 두 가지 진리를 깨달았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그리고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그저 나 혼자서, 내 머릿속의 상상으로만 힘든 것, 좋은 것을 예측했던 글쓰기와 현실의 글쓰기는 다른 점이 많았다.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기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으며 기고 이후에는 민망함이 끝없이 몰려왔다. 스스로에 확신이 부족해서였을까?
 
예상하였지만 막상 글을 써보니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기본적인 맞춤법도 자주 틀리고, 사용하는 단어도 한정적이었다. 글을 쓰려고 소재를 떠올리면 특정 주제만 연상이 되는 것이 내가 이렇게 생각의 시야가 좁았던가 하며 자주 회의감이 들었다. 오류투성이의 글을 기고해 독자에게 연락을 받았던 일도 있었고, 나의 불성실함과 부족한 부분을 마주하며 어느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더니... 모르는 게 나았을지도..?
 
 
 
그렇지만 해보았기에 알 수 있었던 것들

 

그럼에도 나는 에디터 이후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그저 포기했다면 몰랐을 단점과 부족함, 한계는 에디터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계속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그저 상상 속에서 나의 재능과 솜씨를 내 멋대로 재단하며 글 한 자 제대로 쓰지 않고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나의 단어 및 문장 구사력의 한계를 확인한 후, 요새는 그리 관심이 가지 않는 주제의 글도 읽으려 한다.
 
다른 에디터들의 글도 내게 자극이 되면서 동시에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 그리고 가지각색으로 풀어나간 글들을 보며 나 또한 어떤 방식으로 글을 구성할지, 차후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자연스레 고민하기도 했다. 같은 공연, 같은 책을 주제로 하지만 나와는 다른 관점으로 풀어낸 다른 에디터들의 프리뷰, 리뷰를 확인하는 것도 즐거웠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17기 에디터 활동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처음 기고한 글보다는 더 나아진 부분도 있고 나름 마음에 드는 글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 좀 덜해졌지만, 아직도 공개적인 공간에 글을 기고한다는 것은 쑥스럽고 민망하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주제로 글을 쓸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부족한 것들은 보완할 수 있을까? 이 민망함과 쑥스러움은 언제쯤 나아질까? 걱정과 불안함이 다시 마음에 차오르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라는 그 지극히 단순한 세상의 진리를 떠올리며 다짐해본다. 전보다 더 읽고 더 써보기로. 그리고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일상을 체워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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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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