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이드어웨이 매거진

사람은 도망쳐야 다른 것을 본다
글 입력 2019.10.3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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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eaway

IN HIDEAWAY

WE WILL FIND A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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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어웨이 매거진은 숨을 곳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입니다. 한 권의 잡지 안에 하나의 삶의 태도를 담으며, 친숙하지만 그래서 전형적인 이미지에 갇혀버린 일상적 가치를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로 다루고자 합니다.


두 번째 이슈 [The Runaway]는 '모든 도망자들을 위한 은신처'라는 슬로건 아래, 도망이라는 행위와 사건을 둘러싼 다층적인 결들을 다각도로 들여다봅니다.

 

 

제목은 하이드어웨이고 주제는 런어웨이다. 은신처와 도망, 지극히 현대인적인 코드이다. 우리는 모두 도망 치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집안일에서, 매일 같은 일상에서, 지루함과 따분함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도망은 회피와 닮았고, 회피는 무책임과 닿아있다. 그렇다고 도망이 무책임한 건 아니다.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 리프레시는 필수 불가결하다. 실재하는 장소이든, 피하고 싶은 걸 잊게 해 주는 무엇이든, 우리는 숨어서 숨 돌릴 곳이 필요하다.

 

잡지는 이 현대인스러운 주제를 젊은 감각으로 나타났다. 힙한 감성이 묻어나는 표지부터 말이다. 얼핏 봐서는 사진 속 인물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짐을 잔뜩 들고 있는 이 사람은 옷 뒤에 가려져 있다. 사람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얼굴이 숨었다. 보이지 않아서 알 수 없을 뿐, 가려진 얼굴은 여러가지 표정을 지으며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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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라는 주제에 맞게 첫 꼭지는 여행으로 시작된다. 비행기 사진과 이국적인 풍경, 내일모레 여행을 앞둔 입장에서 맘에 콕 와닿은 도망이다. 나는 환경이 바뀌면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라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여행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매일매일. 특별한 일이라곤 야근을 불러오는 업무밖에 없는 일상을 한 번씩 털어내 줘야 한다.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도망가야 한다. 비일상은 우리에게 영양분을 준다.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것을 손에 쥐고 돌아올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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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도망과 골목을 연결하여, 골목의 파생 이미지들이 삽입되고, Missing이란 제목에 '도망'을 소재로 한 책과 영화를 짧게 여럿 소개한다. 도망에 대한 노래를 도망자 A, B, C가 소개하고, 많은 이들에게 은신처가 되는 '스테이 변산바람꽃'을 소개한다. 누군가의 도망이었던 아이슬란드 행, 도망자이자 혁명가로 소개되는 다자이 오사무 등 다채로운 소재로 도망이란 주제를 이어나간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건 '묻지 말아요 안 먹을래요'라는 음식 관련 코너인데, 치킨 킬러 H 씨는 소고기가 싫어서 소고기 알레르기가 있단 회피책을 고민하고, 소고기 러버 R 씨는 만두는 돈 주고 사 먹지 않는다며 젖은 만두는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만두 덕후인 M 씨는 가난한 자취생활 중에도 만두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전혀 다른 음식 애호가들이 저마다 싫은 음식과 이유를 나열하는데, 싫은 음식이라곤 별로 없는 나에겐 당당한 불호표현이 재미있어 보였다. 대중적인 음식을 싫어하면 한마디씩 듣게 되는데, 싫어하는 음식으로부터의 도망과 타당한 사유가 흥미로웠다. 언젠가 나도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그다음 꼭지는 죄수복 이야기. 낙인으로서 의복으로 시작하여 죄수복으로 이어져 죄수복의 형태와 디자인, 의도와 기능을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미국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소개하며 오렌지색 죄수복을 언급하고, 죄수의 상징인 가로 줄무늬의 역사를 소개한다. 그리고 죄수복을 모티브로 삼은 현대의 패션 브랜드를 소개한다. 세 쪽에 걸쳐 소개되었지만 이미지가 삽입되어 실제 분량은 많지 않은데, 자연스럽고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알차게 소개했다. 어디 가서 죄수복 주제가 나오면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것 같은, 지식 습득의 코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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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니 금방 책이 끝났다. 144쪽이지만 다양한 이미지 삽입으로 페이지 수가 적게 느껴졌다. 사실 잡지를 받아서 처음 슥 넘겨보았을 때 든 생각은 몇 장 뜯어 벽에 붙여두면 좋겠다는 거였다. 요즘 잡지는 어느 정도 인테리어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감성 사진을 찍을 때 한 켠에 펼쳐두어도 괜찮아 보였다. 책을 열심히 만든 분들께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첫인상은 그랬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고 노란 뒷면에 나온 목차를 보면서 내가 읽은 것들을 잠시 복기하다가 다시 표지를 마주했다. 도망이란 주제로 시작해서 도망에만 몰두했다가 도망이 아닌 것에 정신이 팔린 채로 빠져나왔다. 사실 많은 도망이 그렇지 않나 싶다. 처음엔 도망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가 도망 속에서 발견한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긴다. 내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친 건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몰두하기도 한다. 역시 사람은 도망쳐야 다른 것을 본다.

 

 

hideaway -The Runaway. 좋은 도망이었다.

 

 

 

Emotion Icon

하이드어웨이 매거진

- vol.2 The Runaway -

 

출간: 하이드어웨이 클럽

분야: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규격: 가로 160mm X 세로 220mm 

쪽수: 144p

발행일: 2019년 09월 26일

정가: 14,000원

ISBN: 979-11-967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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