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 프라하로 딴짓하러 오세요

글 입력 2019.10.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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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 : Episode 01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시간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슝슝 빠져나가는 게 아쉬울 때, 여러분은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요즘 유투브를 보거나, 인터넷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음악을 들으며 멍을 때리곤 합니다. 하지만 딴짓엔 역시 앨범 뒤져보기가 최고인 것 같아요. 사진을 훑어보며 지나간 여행,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냈던 즐거운 한 때, 조그마한 동네 길 고양이, 마음에 쏙 들었던 카페 등을 들춰보면 창문을 꽉 닫아놓아 이산화탄소만 가득 찬 방에 신선하고 깨끗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추억을 들여다보는 일도 그렇습니다. 아니, 오히려 효과가 더 클 수도 있어요. 카메라 렌즈를 돋보기 삼아 나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환기가 되는데, 타인의 사진을 들여다본다는 건 전혀 다른 시공간에 잠시 발을 담가보는 거니까요. 그래서 지금부터 제가 딴짓을 할 때 꺼내보는 체코에서의 추억을 여러분과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에게 잠시 딴짓하기 좋은 '아지트'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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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시리즈의 첫 시작은 ‘Food’ 입니다. 여행을 다닐 때 우선순위에서 가장 밀리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었습니다. (제 식성을 아는 친구들은 믿지 않겠지만요.) 먹을 땐 잘 먹지만 먹는 일에 관심이 있진 않습니다. ‘먹는 여행’보다 ‘보는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체코에서 반 년을 살다 보니 사람들이 왜 먹는 행위에 열광하는지 깨달았습니다. ‘본다’는 행위는 아무리 보는 대상이 바뀌어도 조금 지겨울 때가 있는데, ‘먹는다’는 행위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루에 최소 두 끼는 챙겨먹어야 하잖아요. 저도 결국 동물이라, 가장 기본적인 식욕을 충족시키는 건 질릴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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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5년차. 밥도 못 했던 저는 이제 간단한 찌개나 국, 반찬은 할 줄 아는 레벨이 되었어요. 하지만 체코에서는 밥을 자주 해먹진 않았습니다. 회식을 주로 한인식당에서 했거든요. 한인마트가 있긴 했지만,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당연 샐러드, 빵, 우유, 고기 등이었어요. 그래서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고기를 구워서 샐러드 야채랑 곁들여 먹곤 했습니다. 난생처음 핫케이크도 만들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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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핫케이크에 도전한 건 ‘착각’때문이었습니다. 요거트통 같은 용기에 담긴 치즈를 요거트로 착각하고 두 통이나 사왔거든요. 알고 보니 코티지 치즈였는데,  초면인지라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핫케이크에 주로 넣는다고 하더라고요. 코티지 치즈가 어니언 맛이라 희한한 핫케이크가 되긴 했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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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그렇겠지만, 흔히들 집이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빵 하나로 아침을 간단히 때우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브런치 메뉴를 운영하는 카페가 많고, 에어비앤비에서는 집주인이 아침식사로 전형적인 브런치를 제공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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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처럼 빵 사이에 치즈 한 장, 햄 한 장, 야채 몇 조각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오른쪽 사진처럼 바게뜨에 따끈따끈한 반숙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사진은 점심 겸 저녁으로 먹었던 샐러드와 파니니에요. 고기를 많이 먹은 다음 날 깔끔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선택한 메뉴였습니다. 과연 저 정도로 배가 부를까 싶지만 양이 정말 많아서 부족하진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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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에 뉘른베르크 에어비앤비에서 먹었던 브런치가 가장 그립습니다. 오래된 타운하우스를 개조해 노부부께서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였어요. 투숙객이 저 하나였기 때문에 할머니께서는 매일 제 일정에 맞춰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셨어요. 이 사진은 아마 오전 9시-오전 10시 사이에 찍었던 것 같은데, 해가 워낙 짧아서 바깥엔 어둠이 남아있네요.

 

게스트룸은 2층이었는데, 아침에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계단 바로 옆에 있는 거실로 들어서면 따듯한 조명을 받은 원목 식탁과 할머니께서 정성 들여 올려두신 빵 몇 조각, 조각 버터, 삶은 계란, 따듯한 차와 커피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할머니께서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작은 인형과 크리스마스쿠키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섬세한 배려가 담긴 조촐한 식탁만으로도 하루의 기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 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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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를 즐겨 먹지 않는 편입니다. 식사를 든든하게 마친 뒤 깔끔하게 음료 한 잔 마시는 건 좋지만, 단 맛이 지나친 디저트를 얹는 건 부담스럽더라고요. 하지만 체코에서는 그런 부담 따위 웃어 넘길 만큼 아주 맛있고 다채로운 디저트들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제가 나서서 디저트를 고르고 있을 정도로 체코에 있는 동안만큼은 디저트에 빠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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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는 우리나라 못지 않게 길거리 음식이 정말 많습니다. 소규모 마켓도 자주 열리고요. 그래서 마켓을 찬찬히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디저트를 시도해보는 게 나름의 묘미였습니다. 제가 유럽에 머물렀던 시기는 겨울이었기 때문에 야외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맞으니 배도 쉽게 고프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달달한 간식으로 당을 보충하면 왠지 기운이 나곤 했습니다. 그 핑계로 필요 이상의 디저트를 먹기도 했지만요. 왼쪽은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만난 과자 + 딸기 + 누텔라 디저트입니다. 오른쪽은 그 유명한 벨기에 와플이에요. 딱히 특별하진 않았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어 자주 구경하고, 자주 사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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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초콜릿에 미친건가ㅡ싶을 정도로 유럽엔 초콜릿이 많아요. 같은 초콜릿이라도 안에 든 재료와 모양에 따라 수 백, 수 천 가지의 초콜릿이 있습니다.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작은 초콜릿 박물관을 본 적도 있어요.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공구 모양 초콜릿입니다. 벨기에 브리쉘에서 발견했는데, 초콜릿으로 별 걸 다 만드는구나 싶으면서도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도 있으니 심심치 않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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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체코에서 가장 사랑했던 디저트는 ‘허니케이크’ 였습니다.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케이크인데, Medovnik 혹은 Malenka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두 가지 브랜드 중 제가 좋아했던 건 Medovnik였습니다. 꿀케이크라니 엄청나게 달기만 할 것 같지만 굉장히 고소하고 담백한 쪽에 가깝습니다.

 

커다란 정사각형 모양으로도 판매하지만, 조각케이크로도 판매해서 가볍게 즐기기 좋았어요. 커피나 홍차랑 참 잘 어울렸습니다. 라디에이터가 잔잔한 소음과 함께 열을 뿜어낼 때, 바삭할 만큼 건조한 집 안에서 방금 끓인 차와 허니케이크를 먹으며 글을 쓰고 영화를 보는 일이 체코에서 주말을 보내는 법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주말이라면,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요.

 

사실 허니케이크 말고도 체코 음식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이미 여행객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진, '체코식 족발'이라 불리는 꼴레뇨부터, 현지인들이 주로 즐기는 체코 전통요리와 다른 유럽 음식들도 가져와보려 합니다. 다음에 또, 프라하로 딴짓하러 오세요!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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