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삐에로
글 입력 2014.08.03 11:32
-
부산 밤바다. 왼손에는 샌들을 들고 오른손으로는 펄럭이는 원피스 자락을 붙잡고, 마냥 걸었다. 까끌까끌한 모래알이 발바닥을 간질였다. 땀으로 범벅된 머리칼을 쓸어넘겨주는 바닷바람이 애인처럼 다정했다. 여행은 우울했고 무거웠고 더웠고 조용했다. 기분이 어떻든 인파가 많은 곳은 자연스럽게 깨끔발 들고 뭘까, 보게 된다. 사람들 어깨 너머로 보이던 삐에로의 공연. 참여를 원하는 아이 하나씩을 데려다 장난을 쳐 사람들을 웃겼다. 풍선을 불어 원하는 동물도 만들어줬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느라 발 동동 구르는 아이들. 사람들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 무거운 마음 이고 있던 나의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김인경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