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아직 모험이 끝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어드벤처 타임 백과사전"

글 입력 2019.10.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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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 & © 2019 Cartoon Network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인 <어드벤처 타임>에 관한 글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18년 피날레를 마무리한 어드벤처 타임은 단순한 아동용 TV쇼가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막을 내렸다. 누군가 필자에게 <어드벤처 타임>을 한마디로 설명해달라 하면, 필자는 <어드벤처 타임>이 휴머니즘이라는 굵직한 메시지를 초현실적 표현으로 완성한 마스터피스라고 말할 것이다.


<어드벤처 타임>은 숲에 버려진 아기 핀이 마법 개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시작한다. 12살 핀과 몸이 늘어나는 개 제이크는 놀라운 마법과 모험이 가득한 우 랜드를 탐험하는 내용이다. 우 랜드는 <어드벤처 타임>의 독자적인 세계관으로써, 캔디 킹덤의 현명하고 상냥한 버블검 공주, 조금 무서운 뱀파이어 마셀린, 사악하고 외로운 아이스 킹, 순수하고 맛있어 보이는 사탕 왕국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달달'한 것만은 아니다. 어드벤처 타임의 큰 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전복'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모험'이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에 핵전쟁으로 인하여 멸망했고, 핀은 홀로 남은 인간 생존자다. 하지만 그가 어떤 비장함이나 우울함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생존자에 대한 이미지를 그는 과감하게 뒤집어엎는다. 낙관적인 그는 우 랜드의 영웅이 되길 바라면서 주민들을 늘 도우려고 한다.

 

프린세스 버블검은 공주지만, 유능한 과학자이자 캔디 킹덤의 지배자이다. 그녀는 통상적인 이미지의 '공주'가 아니며, 하물며 '왕자님'과 맺어지지도 않는다. 우습고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묘사되는 악당인 아이스 킹은 <어드벤처 타임>의 가장 무거운 서사 중 하나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사악하지도 않다. 대표적인 사례를 열거했으나 이런 유쾌한 전복은 자연스럽고 더 멋진 결과물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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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 & © 2019 Cartoon Network

 

 

이처럼 만화는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지만,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인간 가족에 대한 그리움, 쓸쓸함이 묘사된다. 그것은 다른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인간 핀이 행동하고, 피날레에서 반복해서 보여주듯, 이 이야기가 지향하는 것은 모험이다. 어드벤처 타임의 모든 등장인물은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과 관계로써 채워가고 성장한다. 인간이 멸망한 세상에서 휴머니즘을 이야기하는 아이러니함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 정도까지면 어드벤처 타임에 대한 필자의 애정이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 애피타이저가 끝났다. 이제 어드벤처 타임의 캐릭터와 역대 미국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비교/대조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오늘날 사회에서 어드벤처 타임 서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어드벤처 타임에서 등장하는 선과 악을 기존 문학작품과 비교해보겠다. 정말 재밌는 과정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장난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들을 읽은 사람이라면, 장난스러움이 가득한 이 책을 지루하기 짝이 없는 말투로 6 문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칠 것이다. 그 책들이라 함은, <어드벤처 타임 백과사전>, <어드벤처 타임 코믹스 V0L 1,2>를 말한다. 2018년 피날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필자와 같은 지박령을 위해 출판사 작가정신이 출판해주었다. 수많은 조커 시리즈 사이에서 어드벤처 타임이 발간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바로 책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렇게 지루한 서론을 썼냐고? 그야 엄청나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이 잔뜩 들은 작품을 혼자서 읽겠다는 사악한 계획이 있어서였다. 보통 항마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 주민들이라면 1 문단쯤에서 사악하고 지루한 기고가의 끔찍한 흑마법에 영혼을 뺏겨버려 깊은 잠에 들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그 자질을 인정한다. 당신은 진정한 십덕이다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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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 & © 2019 Cartoon Network

 

 

자, 이제야 위대한 마법의 백과사전에 대해서 리뷰해보려 한다. 책은 꽤 견고한 고품질의 하드커버 책이다. A4보다는 약간 작고, 표지가 약간 반짝거린다. 이러한 겉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수집가를 위한 책이다. 또 이 책은 헌슨 애버디어, 책에 쓰여있는 것처럼 악의 대왕이자 마르셀린의 아빠가 편찬하였다. 책은 이 콘셉트를 쭉 끌고 나가고 있고, 꽤 재밌다.


그는 책 전체에 걸쳐 노예를 만드는 법, 살인하는 법, 영혼을 빨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만약 이 글을 읽고 책 선물을 고려하는 독자라면, 이 글을 읽고 이 책이 최소한 농담을 모르는 진지한 사람이나 유아에게 권하는 것을 관두길 바란다. 맛깔난 헌슨 애버디어의 서술에 제이크와 핀, 마셀린이 이 책에 낙서를 해두었다. 페이지 한쪽에 페이퍼 애니메이션을 구현해놓은 디테일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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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 & © 2019 Cartoon Network

 

 

책의 구성은 주연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 조연들에 대한 설명, 우 랜드 전반에 대한 설명, 우 랜드의 마법과 저주, 뭐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흑마술로 되어있다. 전반적인 내용은 사실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새롭지 않은 내용들이다. 새롭지 않은 내용을 정리해두었기에 팬이라면 실망할 수 있겠다. 하지만 헌슨 애버 디어의 맛깔난 설명과 두 주인공이 달아놓은 주석이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의 재미를 끌어가는 것은 헌슨 애버디어(마틴 올슨)이다. 어드벤처 타임 특유의 작화가 주는 시각적인 만족감은 덤이다.

 

후반부 챕터에서는 전통적인 가이드 방식과 다르게, 다양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팬으로서 주목할 수 있는 챕터 중 하나로 아이스 킹의 팬픽으로 만든 트레이딩 카드가 있겠다. 아이스 킹이 그리고 만들었으며, 조잡한 것이 매력이다. 피오나와 검볼 왕자, 마 셜리와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잘라서 보관할 수 있으리라. 짧게 첨가된 BMO 설명서도 팬들에게는 재밌는 선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한국에서의 출판은 2019년이지만, 원서는 2013년 출판이다. 따라서 피날레까지 온 지금의 이야기를 이 백과사전에 기대해서는 안된다. 책은 제4의 벽을 넘는 방식으로 재치 있게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다음 백과사전이 있다면 아이스 킹 입장에서 써져도 재밌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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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모의 컵케이크를 먹기 위해

달리기 시합을 하는 장면

TM & © 2019 Cartoon Network

  

 

"제이크, 널 진짜 좋아하지만 일직선으로 달리기는 내가 한 수 위야!"

 

"핀, 널 좋아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뭘 하든 최고잖아. 일직선으로 달리기도 당연히 내가 최고지!"

 

"네가 뭐든 잘하는 건 아는데 너 점점 느려진다. 빨리 달리기가 힘들어서 그렇겠지!"

 

"너랑 친구라서 정말 좋긴 한데 너 숨 넘어가겠다!"

 

"친구, 절교하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인데, 우리 좀 걷자."

 

"친구, 네가 없는 미래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 좋아 우리.. 그러자."

 

 

출판사 작가정신에서는 백과사전과 함께 그래픽 노블 VOL1, VOL2도 출판했다. 그래픽 노블의 특성 때문에 자세히 리뷰하기 어렵지만, 간단히 리뷰해보려 한다. 우선 높은 품질의 인쇄물과 적절하게 박힌 번역이 인상적이다. 물론 위의 예시와 같이 말장난을 잘 살리지 못한 부분도 발견되었지만, 대체로 흐름에 큰 문제는 없었다. 각각의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VOL1은 리치가 탈출해 우 랜드에 깽판을 치고 핀과 제이크가 그것을 막아낸다는 내용이다. 칸 구성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농담을 하는 내용은 재미있었지만, 때때로 전개가 따라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광택이 있는 컬러 페이지가 만족스러웠다.


서사에 있어서 VOL2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핀과 제이크가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이다. 어느 날 버블검이 타임머신을 만들고, 제이크와 핀은 시간의 왜곡으로 종말을 맞이하게 된 끔찍한 미래에 도달하게 된다. 미래의 핀과 제이크는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SF세계를 배경으로 모험을 한다. 이는 TV쇼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고, 내용 전개도 쉽고 재밌었다. 파일럿 에피소드로 돌아가는 핀과 제이크의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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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그래픽 노블에서 TV 쇼와 같은 감성을 유지하면서 만화에서만 작동하는 개그를 사용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작가의 캐릭터 다루는 기술은 놀라울 정도다. 개인적으로 같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다. 또 저자가 페이지 하단에 메모를 써뒀는데, 백과사전과 마찬가지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백과사전과 함께 묶어보자면, 이 세 권은 거대한 농담과 같다.


감상하는 과정은 달랐지만, 애정을 가지고 감상한 사람들이라면 어드벤처 타임의 피날레를 맞이했을 때 같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종영되고 나서 몰려오는 그 아쉬움과 감동은 '그다음 모험으로 나아가라'라고 말하는 애니메이션의 메시지에도 쉽게 발을 뗄 수 없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노래처럼 모든 일은 'will happen, happening happend'하겠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온 추억을 돌아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판된 세 권의 책은 팬들에게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출판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었다. 다음 이슈가 국내에 또 출판되길 간절히 바라며, 나와 같은 것을 느낀 팬들에게 이번 책들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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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타임 백과사전

 

지은이: 마틴올슨

출판사 : 작가정신

출간일: 2019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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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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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조비아
    • 글 재미있어요! 애니메이션 보고 싶어지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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