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나의 천문학 입문서 - 웰컴 투 더 유니버스

최고의 천문학자들이 안내하는 우주의 모든것
글 입력 2019.10.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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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만약에 너가 이 세상에서

어떤 직업이든 마음대로 고를수 있으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해낼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기도 했고, 여러 배역을 맡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대중과 내게 비춰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직업도 내가 최종적으로 대답한 이 직업의 매력을 뛰어넘진 못했다.

 

우주비행사. 인생에 딱한번 어떠한 능력과 조건을 재지않고 나의 직업을 정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다. 우리가 속해있는 곳이지만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매체가 아니면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우주. 지구를 벗어난 곳에서 지구를, 달과 태양계의 여러 행성을, 그리고 별과 은하의 신비로운 빛들이 가득한 광활한 그 우주를 직접 내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낭만 가득한 상상으로 젖어있던 내게 친구는 외계생명체들이 너의 생명을 위협하면 어떡해라고 물으며 현실을 상기시켜주었지만,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이 소망은 어디까지나 가정을 전제로 한 결과였고 그 가정 속에서 내 소중한 목숨은 당연히 100% 보장되어야했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하고 그에 대한 지식은 희박하던 내게 무려 527페이지나 되는 거대한 책이 성큼 다가온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한번도 과학 강의를 들어보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프린스턴 대학교의 교양 천문학 강의로부터 출발한 웰컴 투 더 유니버스. 타임지의 호평과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찬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 이후 가장 사랑받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과, 프린스턴 대학교의 저명한 천체물리학과 교수들인 마이클 A. 스트라우스와 J. 리처드 고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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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로 나눠져있는 이 책은 <1부 별, 행성 그리고 생명>에서 우주의 크기와 규모, 별의 삶과 죽음 등을 다루고 <2부 은하>에서는 성간물질과 우리은하, 팽창하는 우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3부 아인슈타인과 우주>에서는 상대성이론과 블랙홀을 비롯한 우주론의 최근발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31살 7개월 9시간 4분 20초. 너무나도 특정한 이 시점은 지금껏 생각해본 적도 앞으로 특별히 생각할 일도 없는 시간이었다. 약 6년이 남은 가깝지만 멀리 있는 듯한 내 미래를 초단위까지 세분화한 이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내가 우주에서 산지 10억초가 된다는 것이었다. 10억이라는 수를 그리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며 이 나이가 되었을 때 샴페인으로 축하를 했다는 저자는 이것 말고도 흥미로운 비유와 예시들을 통해 동떨어져만 있던 천문학적 지식을 알기쉽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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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햄버거빵을 바다에 띄워서 큰 원을 그리면 1000억개의 빵으로 태평양을 건너, 오스트레일리아와 아프리카를 거쳐 대서양으로 돌아와 결국 출발지인 뉴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지구를 한바퀴 돈 후에도 이 과정을 215번이나 반복해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햄버거.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양으로 햄버거를 위로 쌓기 시작하면 달에 갔다 올 수 있다. 1000억이라는 큰 숫자의 규모를 설명하기 위해 햄버거로 세계와 우주여행을 할 생각을 했다니 정말 독특한 아이디어였다. 이어 1조, 1000조, 100경, 10해 등 더 큰 단위의 숫자들을 넘어 10의 100승이라는 상상도 안되는 숫자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Google의 회사이름이 유래된 이 숫자는 바로 구골로 명명한다고 한다.


별의 스펙트럼을 소개하는 장으로 넘어왔을 때쯤엔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과학 지식인 에너지 준위가 등장해서 반가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이제는 교양지식을 쌓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지 않는 한 공부할 일이 별로 없는 이 지식들은 내 머릿속에서 희미한 먼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들뜬상태, 라이먼계열, 발머계열, 파셴게열, 동위원소 등의 과학용어를 보니 먼지로 되어 없어져버릴 뻔한 과학지식들을 다시 붙잡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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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부에서 수축과정과 핵융합과정을 통해 새로운 원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이후 적색거성, 백색왜성, 적색초거성, 중성자별, 블랙홀이 되는 별의 탄생과 죽음. 아름답다는 단어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가진 온 에너지를 바쳐 해야할 일을 끝낸후 죽음과 동시에 또다른 삶을 시작하는 별. 깜깜한 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의 모습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별에 소원을 맡기거나 그들에게서 새로운 꿈과 용기를 얻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이 책에는 행성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들도 많이 담겨있었는데 이를테면 보통은 행성들에 로마 신의 이름을 붙이고, 위성들에는 로마신에 해당되는 그리스 신과 관계있는 그리스 인물들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과 같은 새로운 정보들이 끊임없이 샘솟아 나왔다.

 

목성의 가장 큰 위성들의 이름은 이오, 에우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등 주피터의 그리스 신에 해당되는 제우스와 관계있는 이름들이었다. 또한, 영국인 허셜이 발견한 후 왕의 이름인 조지 3세의 이름을 붙였던 행성 천왕성의 모든 달의 이름은 영국 문학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천왕성에서 영국 왕의 이름이 없어져버린 것에 대해 영국인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며 정많고 다정한 우주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성간물질은 별과 별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말하고 이러한 성간물질들이 모여 형성된 것이 바로 성운이다. 오리온 성운은 스펙트럼이 원자에서 다양한 전자 이동에 따른 방출선으로 이루어진 발광성운의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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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선들의 파장을 조사하여 성운에 어떤 원소들이 있는 지 알 수 있는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오리온 성운의 붉은 색은 수소의 에너지준위 n=3에서 n=2로 전자가 떨어질 때 방출되는 광자에 의한 것이다. 녹색은 산소에 의한 것이고 다른 색들은 나머지 원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어두운 지역은 먼지와 기체가 섞여있는 곳이다.

 

사진으로 봐도 이렇게 아름다운 오리온 성운을 실제로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어 우주를 여행하던 중 오리온 성운을 보고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경이롭다’는 형용사로 묘사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것이고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것같다’는 관용구는 오리온 성운의 아름다움을 수용할수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들을 고민해보며 책에있는 오리온 성운을 무려 10분이나 말없이 뚫어질세라 응시했다.


먼지로 만들어진 선에 의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 붙은 이름인 삼열성운은 반사성운이다. 안에 있는 뜨거운 별들이 기체를 빛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붉은색은 발머선 중 Hα로 인한 것이고, 푸른색은 푸른별에서 나온 빛이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먼지에 반사된 것이다. 오리온 성운과 삼열성운을 보며 생각했다. 먼지와 가스가 뿜어내는 빛이 어쩜 이렇게 멋질 수 있을까? 성운의 깊숙한 곳엔 자리한 별들 덕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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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칼세이건이 자신의 책 창백한 푸른 점에서 우리가 알았던 모든 사람들, 우리가 역사책에서 읽었던 모든 사람들은 우주의 작은 한 점인 이 지구에서 살았다고 강조했던 부분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저자가 이에 대해 생각하는 건 당신의 마음이 “나는 작은 존재야”라고 말하고, 당신의 심장이 “나는 작은 존재야”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책을 읽은 나는 이제 내가 작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고 큰 존재라고 생각할 힘을 얻었다. 왜? 책에 등장하는 물리법칙과 우주를 움직이는 구조를 포함한 천체물리학을 이해했기 때문에. 이것이 뜻하는 바는 우주에서 작은 점에 불과했던 인간의 뇌가 이런 것들을 알아냈다는 점이고 나는 이를 통해 우주의 신비로움에게 ‘나’라는 존재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질문하고자한다.

 

 

*

 

웰컴 투 더 유니버스
- 무한하고 경이로운 우주로의 여행 -


지은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마이클 A. 스트라우스
J. 리처드 고트

옮긴이 : 이강환

출판사 : 바다출판사

분야
과학/공학 > 천문/지구과학

규격
178x238mm

쪽 수 : 528쪽

발행일
2019년 09월 30일

정가 : 38,000원

ISBN
979-11-89932-32-9 (03440)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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